[시승]플래그십 왜건의 가치, 볼보차 V90 크로스컨트리

입력 2022년07월13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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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래그십 왜건으로 차별화, 스웨덴풍 라이프스타일 제시

 볼보자동차 V90 크로스컨트리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7년 3월이다. 당시 이 차는 볼보의 플래그십 왜건을 뜻하는 "V90"의 레터링을 떼고 국내에 나타났다. 한국 시장에선 통하지 않던 왜건임을 숨기기 위해서다. 하지만 최근 다시 만난 V90 크로스컨트리는 제 이름을 붙이고 있었다. 2020년 부분변경을 거쳤을 때에도 국내명에 V90은 없었지만 이제는 왠지 모르게 당당히 붙어있다. 그 사이에 자신감을 얻었을까? V90 크로스컨트리 B5 프로를 시승했다.



 ▲질리지 않는 스타일, 그리고 왜건
 볼보차의 디자인은 차급에 상관없이 파격적이면서도 수수한 분위기를 풍긴다. V90 크로스컨트리를 5년 만에 재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이 질리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외관 전면부는 헤드램프와 그릴, 범퍼 모두 반듯하면서도 입체적인 조형성을 연출해 진중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날개 형태로 돌출한 흡기구 주변을 통해 세련된 인상을 구현한 점도 돋보인다.





 측면은 왜건 특유의 길고 날렵한 실루엣이 두드러진다. 간결한 선 처리와 아웃도어 감성을 북돋는 클래딩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앞 펜더를 늘려 만든 시그니처 프로포션은 이 차가 전륜구동 기반 차임을 시각적으로 잊게 만든다. 꽤 긴 리어 오버행은 상당히 길어 오히려 뒷문이 짧아 보일 정도다. 크로스컨트리 특유의 높은 지상고는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한다.



 후면부는 D필러와 트렁크를 감싸고 내려오는 테일 램프가 지금의 패밀리룩 이전부터 이어지던 볼보 왜건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LED를 활용해 흐름을 따랐다. 유리창은 최대한 아래로 내려 세단보다 넓은 후방 시야를 확보했다. 껑충할 법한 뒤태를 낮고 안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도 한 몫 한다.







 실내는 나파가죽과 우드트림 등의 고급 소재로 구성해 차분한 분위기다.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진 센터페시아는 세로형 송풍구와 터치스크린, 몇 개의 버튼으로 이뤄져 간결한 구조다. 볼보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손동작 없이 "아리아"를 불러 AVN 시스템과 에어컨 등을 제어할 수 있다.

 디지털 계기판은 여느 볼보차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속도, 내비게이션, 변속모드 등을 깔끔하게 표시한다. 딱 필요한 정보만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볼보와 합을 맞춘지 오래된 바워스&윌킨스 음향 시스템은 어떤 영역에서도 잘 조율된 음질을 구현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기어 레버 옆에 위치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은 주행 중 스마트폰이 움직일 수 있어 충전 위치를 제대로 잡기 어렵다.






 시트 포지션은 세단과 SUV의 중간쯤이다. 덕분에 타고 내리기도 쉽고 시야가 트였다. 뒷좌석은 공간적인 여유와 선블라인드를 통해 쾌적한 승차감을 준다. 하지만 짐칸을 배려한 탓에 등받이가 꽤 세워져 있다. 안전벨트는 3개가 놓여져 있지만 센터터널이 워낙 높아 2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트렁크 크기는 560ℓ로, 세단형인 S90보다 60ℓ 크다. 그러나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526ℓ까지 늘어난다.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품목을 싣고도 공간이 넉넉하다. 시트를 접었을 때엔 평탄화가 적절히 이뤄지고 면적이 넓어서 차박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

 ▲무난한 성능, 48V의 힘
 크로스컨트리의 B5 엔진은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로,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한다. 여기에 추가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4마력을 더해 가속을 효과적으로 돕는다. 실제 가속 반응은 엔진의 제 출력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 부드러운 가속감각도 특징이다.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도 매끄러워 가속하는 분위기가 경쾌하다. 주행안정성은 AWD 시스템이 책임진다.


 연료효율은 10.6㎞/ℓ(도심 9.3㎞/ℓ, 고속 12.8㎞/ℓ)를 인증 받았다. 그러나 실제 평균 효율은 인증 수치를 훨씬 웃도는 13.1㎞/ℓ까지 올라갔다. 시승 중 고속주행 거리가 긴 편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효율 덕분에 기름값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하체는 제법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높은 지상고를 갖췄지만 세단 수준의 승차감을 잃지 않는다. 코너링에선 AWD의 영향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보인다. 브레이크는 꾸준한 답력으로 속도를 줄여나가 균형이 깨지지 않는다. 소음·진동 대책은 이중접합유리를 비롯한 다양한 흡·차음재와 노이즈 캔슬링을 활용해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활성화 조건이 갖춰지면 스티어링 휠 좌측 버튼을 한 번만 눌러 바로 작동시킬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이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안전품목은 시티 세이프티, 주차보조장치인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360도 카메라 등을 마련했다.



 ▲다재다능한 플래그십 왜건
 흔히 왜건을 세단의 승차감과 SUV의 공간활용성을 갖춘 차로 정의한다. V90 크로스컨트리도 이런 왜건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볼보차는 자신만의 정체성과 "플래그십"의 가치를 고루 입혀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들었다. 지상고를 높인 크로스컨트리를 반영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도 한다. "V90"의 이름을 살린 크로스컨트리가 수입차 시장에서 스페셜리스트로 꼽히는 이유다. 가격은 6,990만~7,97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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