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차의 첫 쿠페형 SUV, 408마력으로 역동성 강조
왠지 볼보자동차는 쿠페형 SUV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점잖은 브랜드 이미지와 반듯한 디자인 정체성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 역사를 되짚어보니 P1800, 480, C30 같은 개성적인 쿠페나 해치백이 떠올랐다. 볼보차의 첫 쿠페형 SUV인 C40 리차지는 이들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도 전동화 시대에 걸맞은 패키징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작지만 매력적인 스타일
세계적으로 쿠페형 SUV는 중형 이상의 SUV에서 주를 이루고 있다. 제품 수요와 심미성을 고려한 결과다. 그러나 C40 리차지는 작은 차체에 쿠페형 실루엣을 꽤나 자연스럽게 담고 있다. C40 리차지는 XC40 리차지를 기반으로 쿠페형 실루엣을 반영해 차별화한 제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곳곳에 XC40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외관 전면부는 전기차 답게 그릴을 막고 볼보만의 아이언 마크를 달고 있다. 헤드램프는 형태를 날카롭게 다듬어서 XC40과 차별화했다.
C40 리차지의 핵심인 측면은 키 큰 패스트백 스타일이 돋보인다. 차체에 비해 큰 20인치 휠·타이어는 매끈한 차체와 함께 역동적인 비례를 보여준다. 차체 아랫부분을 감싸는 클래딩과 제법 높아 보이는 지상고는 정통 SUV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투톤 마감한 지붕 색상은 엔트리 제품만의 개성을 불어 넣어준다. 후면부는 루프라인을 따라 유연하게 내려오는 LED 테일램프가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다. 지붕 끝 부분의 양쪽과 트렁크 리드엔 리어 스포일러를 장착해 공력성능을 기대하게 한다.
실내는 가죽 대신 인체에 무해하거나 지속가능한 소재들로 구성해 브랜드의 방향성을 감성품질로 표현했다. 실내 전반을 두르는 색상은 단순한 회색이 아닌 피요르드 블루 색상으로, 무채색에 가까우면서도 푸르스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진 센터페시아는 세로형 송풍구와 터치스크린, 몇 개의 버튼으로 이뤄져 간결한 실내를 이룬다. 볼보의 자랑거리인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손동작 없이 "아리아"를 불러 AVN 시스템과 에어컨 등을 조작할 수 있다.
디지털 계기판은 여느 볼보차 라인업과 마찬가지로 속도, 내비게이션, 변속모드 등을 간결하게 보여준다. 오디오는 볼보가 즐겨찾던 바워스&윌킨스가 아닌 하만카돈 시스템을 적용했다. 모두 음질에 진심인 브랜드라 음향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적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는 등고선 패턴을 새겼다. 이는 스웨덴 아비스코 국립공원의 지형을 형상화한 것으로, 낮에는 평범한 모양을 보여주지만 밤이 되면 앰비언트 라이트처럼 은은하게 빛난다.
실내는 전기차이지만 내연기관차를 기반으로 한 탓에 평평하지 않다. 실내 중앙을 관통하는 센터 터널은 구동축이나 배기 파이프가 아닌 배터리를 심어놓아 높이가 꽤 높다. 시트 포지션은 SUV 스타일을 지닌 만큼 높은 편이다. 뒷좌석은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D세그먼트 세단의 뒷자리보단 나은 편이다. 통유리로 마감한 선루프는 개폐가 이뤄지진 않지만 넓은 개방감을 제공한다. 하지만 여름철 자외선을 완전히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트렁크 크기는 413ℓ로.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205ℓ까지 늘어난다. 시트를 접었을 때엔 평탄화가 잘 이뤄진다. 앞좌석을 앞으로 밀 경우, 좁지만 차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수 있다. 보닛 아래의 작은 적재공간은 31ℓ를 실을 수 있다.
▲작은 차체를 움직이는 408마력의 힘
C40 리차지는 폴스타 2 듀얼모터와 볼보의 CMA 플랫폼뿐만 아니라 성능, 배터리 크기 등 모두 같다. 각 바퀴 축에 얹은 두 개의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408마력(300㎾), 최대토크 67.3㎏·m를 발휘한다. 배터리 용량은 78㎾h다. 가속 성능은 짜릿할 정도다. 회사가 밝힌 0→100㎞/h 가속 시간은 4.7초. 내연기관차에선 상상하기 힘든 순발력을 소형 SUV에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356㎞까지 제공하며 복합 효율은 4.1㎞/㎾h를 인증 받았다. 실제 시승 중에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차 크기와 성격을 감안하면 무난한 주행거리와 효율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환경부 급속 충전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폴스타 2도 마찬가지다.
하체는 단단한 설정이 이뤄졌다. 게다가 토크가 워낙 크고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낮아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별도의 주행모드를 갖추지 않았지만 동력 및 주행 성능이 워낙 높아 운전자가 마음껏 제 성능을 뽑아 쓸 수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 탑재로 인한 육중한 무게가 느껴지지만 충분히 상쇄한다.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제어 조건이 갖춰지면 스티어링 휠 좌측 버튼을 한 번만 눌러 바로 활성화할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이 걱정되지 않는 이유다. 안전품목은 시티 세이프티, 파일럿 어시스트, 360도 카메라 등을 마련했다.
▲볼수록 매력적인 전기차
C40 리차지는 인생의 첫 프리미엄 전기차로서 갖춰야 할 여러 매력을 담고 있다. 볼보의 브랜드 이미지를 함축하면서 동시에 세련된 디자인, 넘치는 성능까지 챙겼다. 비록 거주성은 차급의 한계를 이지기 못했지만 꽤 욕심이 많은 전기차라는 인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가격은 6,391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