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외 디테일 추가로 특별함 더해
-깔끔한 엔진 회전질감 및 주행 성능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개성을 표현하고 나만의 물건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단순히 판매를 늘리기 위한 획일적인 제품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자동차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부피가 큰 만큼 다른 소비재에 비해 주목도가 높고 교체 주기가 긴 제품 특성을 고려해 오직 나를 위한 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제조사 역시 새로운 볼거리를 지닌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대응하는 상황. 르노코리아자동차 XM3 인스파이어도 그 중 하나다.
새 차는 기존 최상위 트림인 TCe 260 RE 시그니처에 주요 패키지와 블랙 투톤 루프를 기본 적용하고 전용 내외관 디자인 요소를 더한 게 특징이다. 여기에 몇 가지 세세한 포인트를 추가해 호감을 불러 일으킨다. 제품 경쟁력을 알아보기 위해 XM3 인스파이어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며 상품성을 확인해봤다.
▲디자인&상품성
XM3가 나온 지 수년이 흘렀지만 디자인은 여전히 참신하고 아름답다. 지붕선이 부드럽게 내려오는 쿠페형 SUV로 보다 젊은 이미지를 내세워 MZ 세대를 공략한다. 듬직하면서, 낮고 넓은 형상으로 역동적인 이미지까지 챙겼다.
차를 꾸미는 각 요소들은 익숙하다. 르노코리아 패밀리룩을 입었다. "C"자 형태의 주간주행등과 일체형 그릴의 모양, 볼록 튀어나온 로고도 마찬가지다. 보닛에 주름을 넣고 램프 속 구성을 입체적으로 디자인해 세련미를 끌어올렸다. 앞 범퍼는 유럽형과 마찬가지로 Y자 모양의 크롬 도금을 둘렀다. 능동형 크루즈컨트롤에 도움을 주는 센서들은 범퍼 아래쪽에 뒀고 은색 플라스틱을 덧대 도심형 SUV 이미지를 강조했다.
옆은 완만하게 내려앉은 지붕선이 일품이다. 곡선을 강조한 차의 특성에 맞춰 도어 부분도 매끄럽고 부드럽다. 칼같이 각을 살리거나 깊은 캐릭터라인은 볼 수 없다. 아래에 붙인 두툼한 크롬과 펜더 장식에는 인스파이어를 나타내는 레드 라인이 추가됐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18인치 휠까지 더해 측면을 완성한다.
뒤는 기존과 큰 변화가 없다. 가로형 테일 램프만 봐도 단번에 르노 제품임을 알 수 있다. 트렁크는 기교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한 반면 범퍼 아래쪽은 제법 화려하다. 여러 소재와 색을 믹스 매치했고 입체적으로 굴곡을 넣었다. 또 매립형 사각 배기구 디자인을 추가해 볼거리를 넓혔다. 여러모로 밋밋함을 피하고 개성을 강조한 바람직한 모습이다.
실내는 르노코리아 제품 중 가장 세련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고 재미있다. 운전자 쪽으로 살짝 치우친 센터페시아와 각종 버튼, 센터터널 주변도 흥미롭다. 10.25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그래픽이 화려하다. 숫자나 글씨체도 단정하게 표현돼 주행 중 가독성이 뛰어나다. 운전중 필요한 정보를 거의 다 담고 있어 눈에 익으면 꽤 유용하겠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세로형 9.3인치 모니터가 위치한다. 그래픽 디자인이 깔끔하고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인포테인먼트 환경도 마음에 든다. 심지어 차 안에서 간단한 식음료 주문도 할 수 있다. 인카페이먼트 덕분이며 주문과 결제, 수령까지 한 번에 해결 가능하다. 사용 가능 지점이 늘어나면서 편의성이 한층 높아졌고 반응과 연동성도 훌륭해 제법 마음에 든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두면 각종 버튼이 들어온다. 대부분 토글 방식을 사용했는데 크기는 작지만 위를 바라보는 덕분에 불편하지 않다. 이와 함께 세 개의 원형으로 구성한 공조장치 다이얼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센터터널은 두 개의 USB 단자와 12V 소켓,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홀드, 깊은 컵홀더 등이 줄을 맞춘 모습이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
최상위 트림답게 편의 및 안전품목은 넉넉하게 들어있다. 여기에 신형으로 오면서 가죽시트 패키지(통풍 시트 및 뒷좌석 열선시트 기본)와 차음 윈드쉴드 글라스도 적용했다. 전면 유리(윈드 스크린)에 차음재를 넣어 고주파 소음 투과를 줄임으로써 실내 유입 소음을 저감하는 원리다. 특히 고속 주행 시 전면부로 들어오는 풍절음을 줄여 외부 소음 차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어시스트 콜 기능도 추가했다. 사고와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24시간 운영되는 전담 콜센터를 통해 긴급구조 신고 및 사고처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에어백이 전개되는 사고 발생 시에는 차가 자동으로 위치를 콜센터로 전송하고 긴급 구조 및 사고 처리 지원을 진행하게 된다.
2열은 무난하다. 물론 지붕이 부드럽게 내려오기에 뒷 유리창 시야는 좁을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성인이 앉았을 때 답답하거나 좁다는 느낌은 없다. 차의 크기와 성격까지 감안하면 크게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편의품목으로는 2열 전용 송풍구와 두 단계로 조절 가능한 열선 시트, USB 단자, 전 좌석 오토 윈도, 팔걸이에 위치한 컵홀더 등 필요한 요소를 알차게 마련했다. 트렁크룸 적재공간은 기본 513ℓ다. 동급과 비교해도 넉넉한 크기이며 열리는 각도가 넓어 짐을 넣고 빼기에도 유리하다. 트렁크 바닥을 한 단계 낮추면 높은 짐도 문제없이 실을 수 있다.
▲성능
동력계는 1.3ℓ 직분사 가솔린 터보인 TCe 260을 기반으로 한다.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새 유닛이며 최고 152마력, 최대토크 26.0㎏·m를 발휘한다. 이와 함께 패들시프트를 지원하는 독일 게트락 7단 습식 듀얼클러치를 맞물려 연료효율은 복합 13.8㎞/ℓ다.
시동을 켜고 일반 주행을 이어나갔을 때는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스로틀 반응이 여유롭고 차는 한결 가볍게 치고 나간다.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세팅이 인상적이다. 속도를 올리는 과정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 거친 엔진음은 거의 들을 수 없고 매끈하게 rpm을 올리며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에 차를 올려 놓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크게 숨을 고른 뒤 당차게 앞으로 달려 나간다. 터보의 힘이 작은 배기량에서 오는 한계를 완벽히 보완한다. 덕분에 굼뜨거나 답답하다는 느낌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마치 1.8ℓ급 이상을 운행하는 것처럼 시종일관 경쾌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변속기 역할도 놀랍다. 7단 듀얼클러치는 충분히 빠르고 역동적인 운전에 힘을 보탠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차이를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재빠른 변속으로 동력 손실을 최소화한다. 속 시원하게 레드존을 향해 달리고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패들시프트가 장식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해준다. 전체적으로 변속기와 터보가 엔진 능력을 배로 끌어올리며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핸들링 성능은 무난하다. 최대한 부드럽게 코너를 진입하고 탈출하며 호불호 없는 움직임을 제공한다. 서스펜션도 마찬가지다. 단단함보다 편안함에 조금 더 중심을 둔 느낌이다. 풍절음과 바닥 소음은 말끔히 잡았고 탄탄한 하체 세팅으로 불안하거나 통통 튀는 일도 없다. 반면 브레이크는 아쉬움이 남는다. 초기 응답이 빠르지 않아 적응하는 데까지 제법 시간이 필요하다.
아쉬움은 크루징을 이어나가면서 달랠 수 있다. 정차 및 재출발까지 모두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방지보조 시스템, 후방교차충돌경보 시스템 등 보강한 ADAS 기능 덕분이다. 앞차와 거리를 파악해 예상시간도 실시간으로 알려줘 보다 안전한 운전이 가능하다. 조작버튼은 스티어링 휠 왼쪽에 가지런히 정렬했다. 작동법은 쉬워서 누구라도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놀라웠던 부분은 효율이다.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ℓ당 20㎞를 훌쩍 넘는 수치를 보여줬고 스포츠 모드에서 차를 강하게 몰아붙여도 실망하지 않는다. 실제로 서울을 출발한 뒤 부산에 도착했을 때도 기름이 절반 넘게 남아있어서 고유가 시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총평
XM3 인스파이어는 요즘 소비자가 원하는 구성을 바탕으로 탄탄한 상품성을 갖춘 입문형 SUV다. 수려한 외모와 스타일을 강조한 디자인, 깔끔하면서도 감성 품질을 높이는 실내는 볼수록 빠져든다. 여기에 세그먼트 본질에 집중한 알찬 공간활용과 넉넉한 트렁크는 여가활동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파워트레인 능력은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작은 배기량으로 인해 절감되는 세금은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무엇보다 기대 이상의 효율은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깊은 매력으로 전해질 듯하다. 르노코리아의 콤팩트 SUV는 여전히 건재하고 신선하다.
한편, 2023년형 XM3 인스파이어의 가격은 2,833만~2,863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