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뉴 고성능,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

입력 2022년08월2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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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적으로 조용하고 강력한 700마력
 -지칠 줄 모르는 고속영역에서의 힘

 포르쉐가 전동화로 넘어가기 위한 E-퍼포먼스 전략을 체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순수 전기차(BEV) 형태의 타이칸 시리즈를 선봉장으로 내세우며 4도어 라인업을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어서다. 

 일찌감치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카이엔 하이브리드는 물론 지난 해에는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출시하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신형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까지 합류시켜 폭 넓은 선택지를 제공 중이다.

 새 차는 긴 이름을 갖고 있는 만큼 궁금증도 한 두 개가 아니다. 먼저 가장 강력한 포르쉐에 붙는 수식어 "터보 S"와 함께 친환경을 뜻하는 "E-하이브리드" 조합이 어색하게 다가왔다. 이와 함께 최고 700마력을 어떤 방식으로 탑승자에게 전달할 지도 의문이었다. 여러 가지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시승에 나섰고 그 결과 특별한 경험과 감동으로 가득한 순간이 펼쳐졌다.

 디자인&상품성
 첫 인상은 거대하다. 길고 큰 차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길이는 5,050㎜에 이르고 너비와 높이는 각 1,935㎜, 1,430㎜에 달한다. 또 앞뒤 바퀴 사이 거리를 뜻하는 휠베이스도 2,950㎜로 웬만한 대형 세단과 비교해 손색 없는 크기다. 

 부분변경답게 섬세한 부분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두 줄의 방향지시등은 두께 감이 돋보이며 얇은 헤어라인으로 멋을 냈다. 조화를 이루는 앞범퍼 공기흡입구도 크기를 키워 역동성을 더했다. 두드러진 에어 인테이크 그릴, 더 넓어진 측면 냉각 공기 배출구, 싱글 바 프런트 라이트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모든 부분이 온전히 뚫려 있어 냉각 성능을 높인다. 

 옆은 단정하면서도 포르쉐만의 특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앞쪽 펜더 장식에서 출발해 곧게 뻗은 캐릭터라인, 완만하게 내려앉은 지붕선, 한껏 부풀린 뒤 펜더가 시선을 훔친다. 신형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익스클루시브 디자인 테일 라이트 모듈과 20, 21인치의 새로운 휠 디자인 3종, 체리 메탈릭 및 트러플 브라운 메탈릭 등 2종의 외관 컬러도 선택으로 제공한다.

 뒤는 입체적인 가로형 테일램프가 멋을 더한다. 윤곽이 개선된 후면 라이트 바는 트렁크 끝 단을 타고 매끄럽게 흐른다. 최신 포르쉐 패밀리-룩을 가장 잘 표현한 부분이며 돌출된 형태의 포르쉐 레터링, 필기체로 세긴 차명도 마음을 흔든다. 트렁크 상단에는 버튼 하나로 접었다 펼 수 있는 스포일러를 장착했다. 

 속도에 맞춰 다운포스 역할을 해내며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해준다. 특히 양쪽 날개를 펼치는 듯한 모습이 화려하고 자부심을 높인다. 범퍼는 상대적으로 단정하다. 중앙에 자리잡은 번호판과 깔끔한 배기구 주변 등 큰 기교 없이 마무리해 차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양쪽으로 두 개씩 마련한 배기구가 생각보다 두껍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뒤태를 보완한다.

 실내는 기존 파나메라와 동일하다. 터보라 해서 특별한 분위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수평 형태의 대시보드와 수직으로 내려오는 센터콘솔이 깔끔하게 맞물려 세련된 느낌을 낸다. 물리 버튼을 최대한 감추고 대부분의 기능은 터치로 구성했다. 5개의 원형 계기판과 크로노 패키지, 왼쪽에 있는 시동버튼 등 포르쉐를 상징하는 요소는 전부 그대로다. 

 안전과 편의를 위한 디지털 커넥티비티 및 보조 시스템도 지원한다.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PCM)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 등의 디지털 기능을 제공하며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해 조작이 쉽다. 여기에 다양한 무드등과 전자식 송풍구 조절, 마사지 시트는 감성 품질을 끌어 올린다.

 2열은 호화롭다. 긴 차체를 바탕으로 무릎과 머리 윗 공간 전부 여유롭다. 큼직한 시트는 독립 좌석 구조로 아늑한 분위기를 구현했고 중앙에는 턱을 뒀다. 두 단계로 나뉜 콘솔박스를 비롯해 컵홀더와 각종 버튼들이 마련돼 있는데 눌러볼 게 가득이다. 널찍한 화면을 통해 선블라인드와 시트 상태, 이오나이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즐길 수 있다. B필러에는 별도 송풍구를 비롯해 메모리 시트 등 필요한 기능을 따로 마련했다. 이 외에 천장에는 2열 전용 선루프도 있어 프라이빗 공간 연출이 가능하다.

 마감 품질은 수준급이다. 가죽을 감싼 형태와 음각으로 펀칭한 포르쉐 로고, 스티치 패턴은 고급감을 키우기에 충분하다. 도어 패널을 감싼 소재와 적재적소에 덮은 스웨이드, 곳곳에 넣은 은색 장식까지 어느 부분을 봐도 가격과 타협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스포티한 감각을 풍기는 탄소섬유 패널도 알차게 넣어 특별함을 더한다. 다양한 부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성능
 신형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에는 최고 582마력을 발휘하는 V8 4.0ℓ 바이터보 엔진과 최고 136 마력의 전기 모터가 결합됐다. 그 결과 최고 700마력, 최대토크 88.8㎏∙m을 뿜어내며 파나메라 하이브리드 라인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완성했다.

 특히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에 통합된 전기 모터는 구동 아키텍처의 핵심이다. 전기 에너지로만 최대 40.8㎏∙m을 발휘한다. 이를 통해 연소 엔진과 조합으로 탁월한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기본 사양으로 탑재한 신형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는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3.2초가 소요되며, 최고 시속은 5㎞ 증가한 315㎞다.

 어마 무시한 숫자를 보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 시동을 걸고 흐름에 맞춰 주행하면 차분하고 조용하게 반응한다. 스로틀 반응도 예민하지 않고 급하게 튀어나가는 성격도 덜하다. 700마력 스포츠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다루는 데에 부담이 없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충분히 원하는 영역에 차를 올려 놓으며 과정은 자연스럽고 정제돼 있다.

 차의 진가는 중고속으로 갈수록 드러난다. 엔진회전수를 높이고 전체적인 반응도 한결 빨라진다. 여기에 스로틀을 활짝 열면 성격을 180도 바꾸고 맹렬히 질주한다. 속도바늘은 끝없이 올라가고 지치는 기색 없이 한계 영역까지 몰아붙인다. 엔진과 전기모터는 아직도 힘이 넘친다는 듯이 운전을 부추긴다. 모든 상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며 엄청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섀시와 제어 시스템은 스포티한 성능과 편안한 주행 경험을 위해 조정됐고 완전히 새로운 제어 전략을 적용해 완성도를 높인다. 새로운 세대의 스티어링 제어 시스템과 타이어 역시 개선된 횡방향 운동 성능 및 높은 정밀도를 보장한다. 결과 값은 코너에서 알 수 있다. 직관적인 핸들링과 민첩한 코너링 조화는 시종일관 감탄사를 쏟아낸다.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를 포함한 전기 롤 스태빌라이저 시스템인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PDCC Sport),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가 장착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그리고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 시스템과 같은 모든 최신 섀시 및 제어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 덕분이다.

 원하는 만큼만 정확히 방향을 틀며 코너에 진입하고 탈출 시에는 접지력을 최대한 살려 빠르게 나온다. 짧은 과정 속에서 차가 흔들리거나 불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긴 휠베이스를 가진 세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빠르며 깔끔하다. 기존 2도어 포르쉐 라인업과 겨뤄도 어색하지 않을 멋진 코너링 실력을 가졌다.

 차의 매력을 더하는 사운드는 무난하다. 스포츠 플러스로 갈수록 사운드가 더 커지는 건 사실이지만 본성을 자극하는 거친 톤은 아니다. 변속 패턴과 함께 은은하게 듣기 좋은 음악을 선사한다. 마냥 강력하거나 시끄럽지 않으며 차분하고 여유롭게 실내를 울리는 정도다. 터보 S 배지만 믿고 우렁찬 사운드를 기대하면 안 된다. 성격과 방향을 생각하면 큰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시 도심으로 진입해 주행 모드를 노멀에 놓고 차분하게 주행했다. 여기에서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주는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에는 배터리 셀 개선으로 고전압 배터리 용량이 14.1㎾h에서 17.9㎾h로 증가했다. 주행 모드 역시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 최적화됐다. 순수 전기 모터로만 가능한 주행 가능 거리는 34㎞다. 차는 엔진 도움 없이 타이칸 흉내를 내며 스르륵 앞으로 나갈 뿐이다. 친환경과 경제적인 혜택까지 톡톡히 누리며 에코 운전자로 가는 지름길을 마련해준다. 

 총평
 오랜 시간 시승을 하고 난 뒤 포르쉐가 파나메라에 "터보 S", "E-하이브리드" 배지를 왜 같이 붙였는지 알 수 있었다. 새 차에 붙은 긴 이름은 단순한 기술 집합체가 아닌 함께 공존해야 하는 단어였다. 또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과도 연관이 있다. 

 전기 에너지의 장점을 극대화해 포르쉐다운 성격을 부각시키고 전동화 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도 해낸다. 상극일 것 같은 두 단어는 절묘하게 어우러졌고 파나메라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금까지 포르쉐에서 찾지 못했던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 스릴을 안겨다 주며 해피엔딩으로 웃음짓게 만든다. 치명적인 매력에 다시 한 번 빠져드는 순간이다.

 제품은 4인승과 5인승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3억49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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