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포트폴리오 재구축, 생산 확대가 최우선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최대로 가동하면 연간 25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생산 능력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 올해 7월까지 5만8,000대를 만들었고 국내에 3만4,000대, 해외 시장에 2만4,000대를 팔았다. 월 평균 8,200대 가량을 생산하는 셈이니 올해 예상되는 연간 생산량은 10만대 내외이고 가동율은 40%에 머무는 셈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월보에 따르면 7월까지 평택공장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차종은 당연히 렉스턴 스포츠(2만3,005대)다. 이어 티볼리(1만3,925대), 코란도(1만1,367대), 렉스턴(7,250대) 순이고 지난 7월 등장한 토레스도 2,956대가 생산됐다.
이런 가운데 KG그룹이 쌍용차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이 확정되면서 향후 행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진다. 주로 전기차와 신차 주목도가 높은 토레스, 그리고 렉스턴과 코란도 등의 후속 신차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이 집중된다. 그래야만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것이고, 그래야만 공장 가동율이 높아져 이익을 내고, 그래야만 회사가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본질적으로 제품의 생산, 판매로 이익을 내는 제조업에겐 당연한 얘기다. 그리고 이미 신차 토레스 대기자가 3만명을 넘었으니 인수 후 시작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어떤 제조물이든 최종 구매자가 소비자라면 판매에도 타이밍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토레스 인기가 치솟았을 때 생산을 늘려 공급해야 하지만 자동차라는 물건은 완성차기업이 욕심을 낸다고 하루아침에 확대되지 않는다. 수많은 부품 협력사와 거미줄처럼 공급망이 연결돼 있어서다. 많이 만들기 위해 공장 생산라인을 바꾸고 인력을 투입해도 부품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모든 협력사와 동시에 생산을 증대하는 과정은 필수다. 이 말은 주력 차종으로 떠오른 토레스의 인기와 달리 생산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하염없이 기다릴까. 결코 그렇지 않다. 아니,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게 오히려 적확한 표현이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이 토레스에 몰리면 그만큼 국내 경쟁 차종의 계약은 줄어드는데 이를 가만히 두고 볼 곳은 없다. 경쟁사 입장에선 자신들의 신차 투입이 늦을 경우 기존 제품 가격을 파격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이때 소비자가 경쟁사로 이탈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게 벌어지는 풍경이다. 그래서 오히려 생산은 크게 확대하기 어렵다. 생산 확충을 준비하는 사이 소비자가 경쟁사로 넘어가면 많이 만들어봐야 재고로 남아 부담이다.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도 있는 만큼 생산 확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은 생산 확대보다 차종 간 생산 전환으로 해결하는 게 대부분이다. 비인기 차종을 단종하고 해당 생산 라인에 인기 차종을 투입하는 식이다. 전체적인 생산 확충은 아니지만 인기 차종의 수요 대응을 할 수 있어서다. 지금 상황에서 비인기 차종은 7월까지 생산대수가 가장 적은 렉스턴이다. 그런데 렉스턴은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로 결정이 쉽지 않다. 이 말을 뒤집으면 정상화 과정에서 후속 신차로 가장 급한 차종이 렉스턴이라는 점을 나타낸다. 결국 단순히 대주주가 바뀌었다는 것보다 앞으로 어떻게 회생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어느 누가 대주주가 되더라도 지금의 상황은 단기간 크게 달라질 수 없는 탓이다.
당장 이익을 내기도 어렵다. 이 말은 지속적으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비용 규모와 시간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현재로선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를 위해 임직원들도 자신들이 받아야 할 임금 1,300억원의 출자 전환에 동참했다. 기업이 생존해야 일자리도 존재한다는 매우 기초적인 명제에 모두가 동의한 셈이다.
그럼에도 현재 선택 가능한 최선의 카드는 역시 "생산 확대"다. 이때는 국내 경쟁사 등을 감안해 수출망 회복에 매진해야 한다. 하지만 점차 해외 시장은 전기로 바퀴를 구동시키는 제품을 원한다. 이를 위해 중국 배터리 및 전기차 기업인 BYD와 손잡고 저가 배터리로 가격을 낮추겠지만 대규모 생산이 전제되지 않으면 제 아무리 저가라도 이익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일부에선 쌍용차 제품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예측하기도 한다. SUV 중심 구조에서 전동화를 전제로 세단 시장에 다시 진출하거나 아예 승용 SUV 모두를 없애고 오로지 전기 픽업으로만 구성하는 식이다. 어떤 제품 전략으로 갈 것인지 KG그룹이 최종 선택하겠지만 쌍용차의 정상화 과정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불가피한 사실이다. 그래서 이해 관계자 모두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추가 투입될 비용이 줄어 생존력이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첫 발을 내디뎠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