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시선 끌어
-환골탈태 거친 새 플랫폼 특징
308은 푸조에 있어 중요한 차종 중 하나다. 짙은 헤리티지로 브랜드 라인업 기둥 역할을 자처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어서다.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이고 국내에도 1세대부터 인지도를 쌓았다. 이와 함께 차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폭스바겐 골프와 라이벌이라는 수식어도 잘 알고 있다.
푸조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308이 9년 만에 풀체인지를 통해 등장했다. 신형은 단순한 세대 변경이 아닌 완전히 달라진 푸조의 전략과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결정체다. 최초로 장착된 새 엠블럼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만나 차를 빛내고 최신 기술은 차급을 뛰어 넘을 정도로 풍족하다. 신형의 진가를 경험하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신형 308은 뼈대부터 남다르다. 푸조 최신 플랫폼인 EMP2 V3를 적용해 이전 대비 한 층 커다란 모습을 갖췄다. 실제 60㎜ 늘어난 휠베이스는 길어 보이는 효과를 주며 탑승자 편의와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을 제공한다.
앞은 사자 머리를 형상화한 엠블럼이 단연 시선을 끈다. 최신 디자인과 기술을 접목해 크롬의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질감을 살려냈고 레이더 전파를 방해하지 않는 희귀 초전도 금속인 인듐을 사용해 높은 내구성도 갖췄다.
세로로 길게 내려오는 주간주행등과 각을 사용한 날카로운 헤드램프, 보닛에 붙은 308 레터링은 최신 푸조 패밀리-룩을 이어받았다. 그릴은 제법 크게 표현돼 있고 수 많은 무늬를 통해 화려함을 강조한다.
옆은 어떤 각도에서도 다이내믹한 비율을 자랑한다. 긴 보닛 라인과 반듯하게 이어진 캐릭터라인,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디자인은 환상적이다. 펄이 들어간 그린 컬러와 어우러져 차의 품격을 높인다. 차를 꾸미는 각 세부 요소도 마음에 든다. 18인치 블랙 투톤 휠은 감각적이고 미쉐린 프라이머시4 타이어는 내구성과 접지력을 동시에 충족시키며 최고의 궁합을 이룬다.
펜더에 붙은 푸조 로고를 비롯해 세련된 디자인의 사이드미러, 두툼한 윈도우 몰딩도 전부 블랙으로 꾸며 멋을 냈다. 낮은 루프 라인은 공기 저항과 소음을 저감시켜 공기저항계수가 0.28Cd에 불과하다.
뒤는 입체적이다. 작은 LED 테일램프는 푸조의 상징인 사자 발톱을 형상화했다. 또 스모크 글라스로 감싸 중후하면서도 시각적으로 차를 넓어 보이게 한다 .여기에 시동을 켜면 웰컴 라이팅까지 선보이며 운전자를 반긴다. 트렁크는 깊게 주름을 접어 밋밋함을 피했고 범퍼 상당 부분을 유광 블랙으로 감싸 고급감을 키웠다.
실내는 외관 만큼이나 놀랍다. 최신 기술과 다양한 인테리어 소재를 통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최적화된 레이아웃이 눈에 띈다. 대시보드와 중앙 콘솔에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들이 운전자를 향해 있고 나머지는 충전 구역과 수납 공간으로 분리해 편의성에 집중했다.
비행기 조종석에서 영감을 받은 푸조만의 "아이-콕핏"은 컴팩트한 D컷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상단 계기판을 통해 직관적인 드라이빙을 돕는다. 특히 3D 형태의 계기판은 특별한 운전 경험을 제공하고 오너 자부심을 높인다.
기존 7인치에서 10인치로 커진 고해상도 중앙 터치 스크린은 사용하기 쉽고 응답성이 빠르다. 안을 채우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섬세하게 다듬었고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2대의 전화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바로 아래 위치한 터치식 i-토글 디스플레이는 필요에 따라 공조, 전화, 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등을 전환하여 제어 버튼을 선택할 수 있다.
센터터널은 버튼을 최소화하고 활용도 높은 수납으로 꾸몄다. 두 단계로 나뉜 앞쪽 트레이에는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와 깊은 수납함으로 만들었다. 변속기는 전자식으로 바꿔 부피를 적게 차지하고 시동버튼과 주행모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버튼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감성 품질을 끌어 올리는 몇몇 요소도 인상적이다.
1열에서 느끼는 마사지 시트와 면적이 넓은 선루프, 믹스매치가 훌륭한 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기호에 맞게 중앙 스크린 뒤쪽부터 도어패널까지 이어진 앰비언트 LED 라이팅은 8개 색상으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어 야간 분위기를 띄운다.
2열은 새 플랫폼의 이점을 받았다. 무릎 공간이 한 층 넓어졌고 개방감에서도 부족함을 찾기 힘들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와 USB C-타입 2개, 컵홀더 등이다. 해치백 강점인 트렁크는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동급 최대 수준이다. 적재 용량은 기본 412ℓ에서 최대 1,323ℓ까지 확장 가능하다. 2열 시트는 60:40으로 폴딩되며 등받이 중앙에 장착된 패스-스루를 통해 시트를 접지 않고도 스키나 낚싯대 등 긴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성능
동력계는 1.5ℓ 블루HDi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조합해 최고 131마력과 최대 30.6㎏∙m의 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기존 6단에서 8단 자동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소형화를 통해 연료 소비를 최대 7%까지 절감했으며 출력 및 주행감성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복합 효율은 17.2㎞/ℓ이며, 도심에서는 15.6㎞/ℓ, 고속 주행시 19.6㎞/ℓ의 높은 효율을 실현해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준다.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8g에 불과하다.
시동을 켜면 디젤 특유의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온다. 하지만 곧바로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자세를 낮추며 출발 준비를 마친다. 아이들링은 물론 저속에서도 거슬리는 진동과 떨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속을 넘어서면 가솔린 차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매끈하고 고요하게 질주한다. 엔진 회전질감이 일품이며 깔끔하게 속도를 올린다. 디젤 엔진 기술의 정점을 향해 가는 것처럼 완성도가 높다. 디젤 장인 푸조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오히려 실용구간에서는 가솔린 차에서 느끼기 힘든 강한 펀치력을 경험할 수 있다. 높은 토크를 바탕으로 속 시원하게 차를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콤팩트한 체구와 어우러져 실제 체감 가속은 더 역동적이고 빠르게 느껴진다. 지치는 기색이 없고 시종일관 여유롭게 차를 다룰 수 있다. 그만큼 1.5ℓ 배기량을 금새 잊게 만든다.
여기에는 개선된 변속기의 역할이 컸다. 6단에서 8단으로 다단화된 덕분에 한 층 섬세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단수가 오르내리는 과정도 한결 빨라졌고 동력 손실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독일차처럼 직결감을 강조한 세팅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있게 차를 다룰 수 있다. 패들시프트를 알차게 활용하면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전체적으로 파워트레인 능력을 2배 이상 끌어올리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굽이 치는 코너에서는 푸조의 장기자랑이 펼쳐진다. 바로 유연한 핸들링과 서스펜션의 조화다. 먼저 핸들링은 환상적이다. 작은 스티어링 휠과 함께 운전자가 원하는 각도만큼 정확하게 방향을 튼다. 거부감은 전혀 느낄 수 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회전을 이끌어 내면서 깊은 만족을 준다. 전륜구동 성격을 잊을 정도로 앞머리가 가볍고 탈출 시에도 좀처럼 언더스티어를 허용하지 않는다. 와인딩 로드를 통과할수록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서스펜션은 탄탄한 감각에 초점을 뒀다. 요철이나 불규칙한 도로를 만날 때 차를 온전히 잡아주고 깊은 코너에서도 최상의 그립을 제공한다. 완벽한 코너링 실력을 드러내는 일등 공신인 셈이다.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낮은 무게중심과 강성 좋은 신형 섀시를 만나 감칠맛을 더한다. 자꾸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며 과감한 움직임을 하게 만든다.
즐거웠던 와인딩 주행을 마치고 다시 고속 크루징 영역에 차를 올려놓았다. 신형 308에는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해 탑승자가 진보된 안전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스톱 앤 고 기능이 포함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운전자 주의 알람 시스템, 교통 표지 인식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방 충돌 알람 시스템, 사각 지대 충돌 알람 시스템, 전후방 주차 보조 시스템, 후방 카메라를 기본으로 갖췄다.
여기에 GT 트림은 차선 유지 보조 기능까지 준비돼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한다. 또 풀 LED 매트릭스 헤드라이트를 장착해 마주 오는 차나 전방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최적의 조사각을 유지해 안전운전을 돕는다. 크게 어설프거나 불안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의 정교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도 장거리 주행 시에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하며 운전 피로도를 크게 줄일 수 있겠다.
▲총평
308은 브랜드 가치와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고마운 차다. SUV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독보적인 성격으로 탑승자에게 운전 재미를 알게 해주고 개성을 드러내며 웃음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수려한 디자인은 물론 센스 넘치는 구성과 감각적인 소재 활용, 최신 디지털 기술까지 접목해 차 급 이상의 상품 경쟁력을 갖췄다. 여기에 합리적인 파워트레인과 완전히 달라진 뼈대를 바탕으로 주행 완성도까지 끌어올려 어느 곳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다. 그만큼 잘 만든 나만의 차를 찾는 소비자라면 푸조 308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푸조 308은 편의 및 안전 품목에 따라 알뤼르와 GT 등 두 가지 트림으로 나뉘며 판매 가격은 알뤼르가 3,680만원, GT가 4,23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