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면서도 대범한 디자인과 스타일 눈길
-스포츠카와 SUV 특징을 적절히 조율해
페라리가 14일 브랜드 변화를 상징하는 신차 푸로산게를 공개했다. 새 차는 75년 역사 속 등장한 첫 SUV로 시대 흐름에 부합하며 페라리만의 독보적인 주행 기술이 접목된 게 특징이다. 특히 세련된 디자인은 공개와 동시에 수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주목을 이끌었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디자인센터에서 플라비오 만조니를 직접 만나 푸로산게 탄생과 관련된 디자인 이야기를 들었다.
만조니는 브랜드 정체성을 첫 마디로 언급했다. 누가 뭐래도 페라리는 스포츠카 브랜드이며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띄웠다. SUV 및 크로스오버 세그먼트에 속할 만큼 커다란 차체를 가졌지만 디자인을 통해 스포츠카 특유의 날렵하고 민첩한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것. 핵심 포인트로는 비율을 꼽았다.
SUV는 차가 높아 떠 있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며 비율적으로 낮아 보이는 디자인이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바람 길"을 잘 잡아야 했고 차가 달릴 때 공기가 누르는, 즉 다운포스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앞에는 얇은 주간주행등을 중심으로 위 아래 뚫려있는 공기 통로가 있다. 바람은 길을 따라 보닛 양 끝에 위치한 아치 통로를 통과한 뒤 측면으로 곧게 흐른다.
이후 프론트 범퍼와 휠아치 트림 사이에는 시너지를 발휘하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다. 살짝 떠있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에어 커튼을 만들어 가로 방향의 난기류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준다. 여기에 프론트 휠아치 뒤쪽에는 휠 하우징 내부에서 공기를 빠르게 배출할 수 있도록 추가 덕트가 뚫려있다. 이 같은 구조는 리어 휠 아치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디자이너는 SUV 특징을 고려해 휠이 크고 주변 공간도 넓다며 공기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빈 공간을 최대한 줄이고 지상고가 높은 SUV 단점인 다운포스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멋과 기능을 동시에 잡은 요소라고 말했다.
이 외에 옆은 안정적이면서도 스포티한 성격을 강조한 비율이 돋보인다. 한 만조니 디자인 팀 크루는 옆모습을 잡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SUV는 차의 목적을 위해 유리창도 큼직해야 하지만 페라리 성격 상 무작정 창문을 키울 수 없었다며 대신 캐릭터라인과 벨트라인 사이 간격을 넓혀 듬직한 이미지를 심었다고 밝혔다.
뒤는 완만하게 내려앉은 루프라인이 인상적이다. 에어로 다이내믹을 고려한 두툼한 스포일러는 2분할로 쪼개 공기 통로를 확보했고 버블 형태의 뒷유리 안쪽으로 모여 밖으로 빠진다. 마지막으로 트렁크 끝 단을 치켜 올려 다운포스 능력도 같이 이끌어낸다. 만조니는 차를 위에서 봤을 때 유연하게 흐르는 곡선과 균형감이 상당하다며 빠르고 아름다운 SUV임을 강조했다.
실내로 들어가기 전 양문으로 활짝 열리는 도어는 더 넓고 특별한 감각을 만들며 버튼 하나로 문을 여닫을 수 있다. 특히 두툼한 흰지가 인상적이었는데 열리는 각도를 넓혀 탑승 시 공간 및 실내를 넓히는 데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 구조적으로 하중을 더 잘 버틸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 문이 서로 닫힐 때 끼임과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앞뒤 도어 캐치는 서로 거리를 두었고 한번 터치 시 틸팅, 길게 누를 경우 문이 열리는 구조를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GTC4 루쏘처럼 2도어로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차든지 고카트 필링을 느껴야 하는 페라리 성격은 같지만 편하게 여럿이 함께 즐기는 성격도 지켜야 하기에 4도어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5시트도 고려했지만 탑승자 개개인이 온전한 공간에서 차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하기 위해 2+2 독립시트 구조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라운지를 표현했다. 대칭형 구조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대거 탑재해 최신 흐름에 동참했다. 만조니는 소재를 강조하며 환경 및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 또한 잊지 않았다. 실제로 차의 론치 트림 중 85%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됐다.
패브릭 루프 라이닝은 재활용 폴리에스터, 카펫은 바다에서 수거된 어망을 재활용한 폴리아미드로 만들어졌다. 새롭게 배합된 알칸트라도 재활용 폴리에스터에서 파생됐다. 각 소재는 고급감이 상당하며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공법으로 감성 품질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
한편, 페라리 푸로산게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인도에 들어가며 국내 출시도 계획돼 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는 미정이다.
마라넬로(이태리)=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