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7세대 그랜저'를 믿는다

입력 2022년09월15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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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역사 지닌 현대차 대표 고급 세단
 -높은 신뢰도와 우수한 상품성으로 기대 

 현대자동차가 7세대 그랜저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구매자가 몰리자 "그랜저"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는 것.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는 7세대가 곧 등장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차를 구매하겠다며 줄 선 사람만 6만명에 달한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공급 문제로 6세대 계약자를 7세대로 전환해 나타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그랜저" 차명에 신뢰를 보내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랜저에 기대를 거는 또 다른 이유는 주력 소비층의 짙은 ‘추억’이다. 1986년 등장 이후 36년이 흐른 만큼 어린 시절 그랜저를 보거나 승차했던 경험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 회사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옛날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진다”며 “제품 면에서 그랜저는 젊어졌지만 여전히 그랜저는 대형 고급 세단 인식이 매우 강한 차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986년 7월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은 1,690만원이었다. 당시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2,643달러였던 만큼 쉽게 접근 가능한 차종은 결코 아니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듬해 주력인 2.0ℓ 배기량 외에 2.4ℓ를 추가해 2,490만원에 판매했다. 

 이어 1988년에는 배출가스 정화장치 의무 부착이 시행되면서 모든 차종의 가격이 동시에 올랐고 그랜저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후 그랜저에는 V6 3.0ℓ 엔진이 추가되며 2,850만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2.4ℓ 판매가 예상외로 호조를 보이자 상위 트림인 3.0ℓ를 즉시 투입해 국산 대형 세단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하려는 현대차의 의도였던 셈이다. 

 그랜저를 견제하기 위한 당시 기아의 선택은 1989년 머큐리 세이블의 수입이었다. 3.0ℓ 배기량을 앞세워 그랜저와 비슷한 2,990만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그리고 이때를 기점으로 국내에 다양한 중형 수입차들이 바다 건너 몰려왔다. 동부산업이 2.8ℓ 푸조를 들여왔고 금호그룹 또한 배기량 2.0ℓ의 피아트 로마를 2,440만원에 내놨다. 볼보를 수입했던 한진그룹도 신규 차종을 연이어 투입했다. 그랜저 등장이 이른바 고급 세단의 경쟁을 불러일으켰고 인기를 얻자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가 속속 투입됐다.

 그리고 1991년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 달 동안 자동차 판매가 15만대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의 호황으로 평가된 그 시절, 대형 승용차인 그랜저는 전국적으로 2,892대가 판매됐고 수도권에서만 1,767대에 달했다. 반면 기아 세이블은 40대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그랜저가 국산 대형 세단 시장을 평정했다는 의미다. 

 이후 그랜저는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주목을 끌었고 소비자 선택을 받았다. 1992년 뉴그랜저, 1998년 3세대(XG), 2005년 4세대(TG), 2011년 5세대(HG), 2016년 6세대(IG)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었지만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3세대 그랜저(XG) 리어램프 사건이다. 

 2002년 현대차는 XG 부분변경을 하면서 세로형과 가로형이 복합 적용된 "L"자 형태의 리어램프를 선택했다. 비록 부분변경이라 해도 17개월 동안 800억원이 투자된 결과물이었던 만큼 잔뜩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내수는 "그랜저" 인지도가 작용돼 어색해도 소비자들이 구매했지만 미국 시장은 달랐다. 아예 미국 딜러들이 리어램프 모양이 지나치다며 수입, 판매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자 현대차는 곧바로 수출 제품을 구형으로 바꾸고 추가로 돈을 들여 수출용 변형 제품을 만들어내 위기(?)를 모면했다. 

 한편, 출시를 앞둔 7세대 완전변경 그랜저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동시에 옛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각을 살린 차체와 캐릭터라인, 윈도우 등이 대표적이다. 또 1세대 그랜저 램프 디자인도 LED를 활용해 재해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는 크기를 키운 차체를 바탕으로 고급감에 집중한다. 이를 통해 플래그십을 자처했던 옛 그랜저를 오마주하고 현대차 대표 고급 세단으로서의 위상을 재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파워트레인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기아 K8과 동일한 구성이 유력하다. 참고로 K8은 1.6ℓ 터보 하이브리드, 2.5ℓ 및 3.5ℓ 가솔린, 3.5ℓ LPG 엔진을 장착한다. 이 외에 순수 전동화를 이룬 전기차 버전의 그랜저도 등장도 점쳐진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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