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드라이빙 센터 개관
-4개 트랙·4개 체험존마다 특색있는 시승차 배치
현대자동차그룹이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열었다.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한국테크노링 주행시험장(126만㎡) 안에 세운 대형 시승 센터다. 주행을 위한 시설은 대부분 주행시험장 역할을 겸해 차의 성능과 한계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방문자를 맞이하는 건물은 지상 2층 구조의 1만223㎡ 규모로 이뤄졌다. 1층은 콘셉트카를 포함한 전시공간과 시뮬레이터 체험 존, 2층은 식음료 라운지로 채웠다. 특히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비전 74 콘셉트가 자리 잡아 시선을 끌었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의 핵심인 주행 체험 시설은 제동 코스, 마른 노면, 젖은 노면, 젖은 원선회, 킥 플레이트, 고속주회로, 다목적 주행, 오프로드의 총 8개 코스로 구성했다. 코스 간 이동하면서 바라본 여러 시설에서 마치 현대차그룹의 미국 모하비 주행시험장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오프로드 코스다. 비포장 구간뿐 아니라 범피, 언덕 경사로, 측면 경사로, 통나무, 모래, 자갈, 바위, 머드, 수로 등 다양한 환경을 조성했다. 오프로드 코스는 주행 난이도에 따라 로우 레벨, 하이 레벨의 두 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로우 레벨은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제네시스 GV70 등 준중형급 SUV를 투입한 비교적 난이도가 낮은 코스다. 하이 레벨은 현대차 팰리세이드, 모하비, GV80 등 플래그십 SUV를 배치했다.
이 가운데 모하비에 동승해 코스에 진입했다. 코스는 오프로드 주행을 지향하는 차들과 어울릴만한 난이도를 보여준다. 특히 차체 비틀림이 발생하는 코스와 큰 회전력을 요구하는 코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하비는 무난히 모든 코스를 극복했다. 팰리세이드, GV80 등 다른 SUV들도 의외로 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리 요즘 SUV들이 도심형 SUV를 표방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오프로드 성능은 갖춘 셈이다.
이어서 제동 코스에 진입했다. 이 코스는 아반떼 N라인으로 체험한다.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브레이크 성능을 모두 쓸 일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전방의 차가 급제동을 하더라도 브레이크의 제 성능을 쓰지 못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곳에선 브레이크를 빠르고 깊게 밟아 제동 성능의 한계를 경험하는 코스다. 특히 마른 노면과 젖은 노면의 제동력을 비교할 수 있어 운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음 코스는 젖은 노면 코스다. 아이오닉 5, EV6가 시승차로 준비됐다. 젖은 노면을 크고 빠르게 선회하면서 차의 핸들링을 경험할 수 있다. 점점 빨라지면서 한계에 이르자 차체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자세제어장치를 포함한 각종 섀시 시스템 덕분에 금세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이날 체험하진 않았지만 주행 중인 차체를 옆으로 밀었을 때 차체의 반응과 대응방법을 터득하는 킥 플레이트 등도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차의 운동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다목적 주행 코스는 벨로스터 N이 기다리고 있다. 30여 초 동안 급가속, 슬라럼, 급차로변경, 원선회 등의 코스를 통과하는 짐카나를 진행한다. 그 어떤 코스보다 운전자와 자동차 사이의 교감을 중요시 하며,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주햄시험장 외곽을 따라 달리는 4.6㎞의 고속주회로는 3.3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AWD를 적용한 G70과 스팅어로 달렸다.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릴 때에는 총 4차로 가운데 3차로가 허락됐다. 주행 속도는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훨씬 웃도는 150㎞/h. 이어진 택시(동승) 드라이빙에선 1차로까지 올라갔다. 센터에서 정한 안전 속도는 시속 250㎞이지만 290㎞/h까지도 충분히 주행 가능하다. 1차로는 선회 시 약 39도에 육박하는 뱅크각을 경험할 수 있다. 3차로로 주행하는 차들이 훨씬 아래쪽으로 보여 아찔하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아반떼 N으로 달리는 마른 노면의 서킷 코스다. 서킷 코스는 길이 3.4㎞이며 직선 구간은 625m다. 총 16개의 코너는 모두 선회하는 정도가 다 다르다. 1바퀴의 길이가 일반 서킷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폭은 11m로 넉넉한 편이다. 그만큼 차가 한계를 넘어서서 스핀을 하더라도 안전하다.
"국산차로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란 질문에 현대자동차가 답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답은 오직 고성능 제품 구매자만 경험할 수 있는 한정된 자원이었다. 그러나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보다 많은 운전자가 현대차와 기아, 제네시스의 잠재력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다른 드라이빙 센터들이 그렇듯 소비자들이 차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자동차 놀이터인 셈이다. 그만큼 회사가 제품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한편,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지난 16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주행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연간 약 1만5,000명의 체험이 가능하다.
태안=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