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완성차 1대 조립에 3일, 페라리 공장을 가다

입력 2022년09월19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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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초기부터 트랙 테스트까지 한 장소에서 가능
 -정교하고 섬세한 엔진 및 차체 작업 이뤄져

 이탈리아 북부 도시 볼로냐 인근의 작은 마을 "마라넬로"가 있다. 이곳 사람들은 농담식으로 단위면적당 슈퍼카가 가장 많다고 말한다. 바로 1940년대에 페라리가 탄생한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마라넬로 외곽에는 총 면적 25만 평방미터의 부지 위에 45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페라리 복합 단지가 있다. 약 3,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페라리의 열정과 혁신 그리고 기술력이 하나로 어우러진 페라리 GT 및 F1 머신이 제작되고 있다.

 1942년 12월3일 마라넬로에 공장 건축 허가를 받은 창립자 엔초 페라리는 모데나에 위치한 스쿠데리아 페라리 본사를 마라넬로로 이전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조직화된 환경을 유지하며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와 자극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생산 공장을 설계하고자 노력했고 지금까지 한 장소에서 기념비적인 차들이 탄생하고 있다. 지난 9일 75년 페라리 역사의 산물과 같은 마라넬로 공장에 직접 들어가 생산 과정을 살펴봤다.

 건물은 크게 기계 공정과 엔진 조립, 차체 용접, 페인트 숍, 실내 장식 및 차체 조립 등으로 나뉘며 디자인을 담당하는 스타일링 센터와 풍동 실험장 등을 갖춰 원스톱 개발이 가능하다. 또 뒤쪽에는 전용 트랙도 갖고 있어 슈퍼카를 만들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 

 맨 처음 찾아간 곳은 기계 공정관이다. 이 곳에서는 페라리 심장인 6기통과 8기통, 12기통 엔진용 부품이 생산된다. 엔초 페라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엔진이었다. 그는 생전에 "나는 엔진을 만든 다음 그것에 바퀴를 달았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심장에 진심이었다. 이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해 페라리 엔진에 대한 외주 제작은 절대로 없다. 오직 마라넬로 공장에서만 만들며 이를 제외한 그 어떤 곳에서도 엔진은 생산하지 않는다.

 첫 인상은 놀라웠다. 수 많은 나무와 식물이 곳곳에 위치해 있고 온도와 습도는 적당해 쾌적했다. 거친 기계음도 잘 들을 수 없어 삭막한 공장보다 잘 가꿔진 식물원에 온 기분마저 들었다. 각 구역은 깔끔하게 나눠져 있으며 127대의 엔지니어링 기계가 설치돼 있다. 

 또 기계별로 직경, 공차, 형상을 다루는 108 개의 각기 다른 도구들이 탑재돼 있다. 예를 들면 크랭크케이스 한 개를 만드는 데 최대 80 개의 도구가 사용되며 페라리는 개별 요구 사항에 따라 도구를 직접 바꾸거나 심지어 완전히 교체하기도 한다(1년을 버티는 도구가 있는 반면 어떤 것은 10 회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프로토타입 제품도 기계 공정관에서 생산된다. 여기에서는 최신 3D 프린팅 기술과 네 대의 레이저 광학시스템을 활용한다. 금속 분말층을 녹여 실린더 헤드부터 전후면 서스펜션에 이르기까지 순마감 부품을 생산한다. 또 역사적인 차를 보존 및 복원하는 클래식 부서를 위한 부품도 재생산된다. 보관된 기록을 바탕으로 해당 부서의 복원 전문가들은 모든 페라리 새 차 수준으로 돌려놓는다.

 공장 중간에는 식물들로 둘러 쌓인 트레이닝룸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작업자들 간 상황을 보고 받고 정리하는 장소다. 이와 함께 한쪽에는 품질 검사를 위한 별도 공간이 위치해 있다. 무작위로 엔진을 하나 선택해 별도 체크센터로 가서 다시 뜯어보고 살펴본다. 

 요일별로 엔진 점검 순서는 다르지만 V6와 V8, V12 레이싱디비전 엔진까지 검수 가능하다. 부품을 360도로 회전하며 정밀 측정하기도 하고 현미경을 사용해 정확히 만들어졌는지 보면서 협동하고 이야기도 한다. 이처럼 정확하고 완성도 높은 엔진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부품 검수 과정에서부터 시작한다.

 두 번째로 엔진 조립관에 들어갔다. 차에 들어가는 엔진 종류에 따라 공장 내 두 곳의 조립라인 중 한 곳이 배정된다. V6와 V8이 한 곳에서 이뤄지고 V12S는 별도 공간에서 진행된다. 특히, V12의 경우 정밀도가 높아 꼼꼼하게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다. 실제로 각 부품들을 다 확인하고 만져가면서 섬세하게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커다란 기계가 필요 없다 보니 동선을 최소화 하기 위한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어서 차량조립관도 살펴봤다. 주문이 확정되면 페라리 물류센터에서 조립에 필요한 필수 부품들이 출고되며 이후 개별 카트에 패키징 돼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한다. 라인은 크게 세 줄로 나뉘는데 전기장치와 파워트레인, 인테리어 등이다. 

 개별주문제작 특성을 감안해 정확한 부품이 카트에 담겨있으며 차종과 컬러, 옵션에 맞춰 혼류생산이 가능하다. 참고로 한 대당 평균 10~15 대의 부품 카트를 필요로 하며 실제로 하루 동안 약 550대의 부품 카트가 페라리 물류센터와 공장 사이를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를 띄워 아래 부분 골격 다시 한 번 체크한 뒤 다시 내려서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된다. 테크니션들은 전기 배선을 시작으로 엔진과 기어 박스, 각종 패널, 실내 장식 등을 정확하고 섬세하게 작업했다. 

 반면 윈드 스크린과 리어 윈도우를 장착하는 과정에서는 밀리미터 수준의 높은 정확성이 요구돼 완전 자동화된 페라리의 몇 안 되는 제작 공정을 거친다. 해당 조립관에서는 1공정부터 50공정까지 이뤄져 있으며 중간 정도인 31공정에서는 다시 한 번 정밀 측정으로 차를 검수한다. 이렇게 차 한대의 공정이 모두 끝날 때까지는 3일이 걸린다.

 페라리 마라넬로 공장은 소수를 위한 최상의 퀄리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정체성을 간직한 장소에서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공법으로 차를 만들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이끌어낸다. 하이엔드 영역의 기준점을 세우며 드림카 가치를 충실하게 실현시킨다.

마라넬로(이탈리아)=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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