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페라리 라인업 한 자리에 모여
-스쿠데리아 페라리, F1을 향한 노력 이어져
이탈리아 작은 도시 마라넬로는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하다. 슈퍼카 대명사 페라리가 탄생한 곳으로 지금까지 리더 자리를 지키며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수 많은 팬과 오너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도로 곳곳에는 페라리가 자주 보인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전 세계 단위면적당 페라리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붉은 이탈리아 슈퍼카의 도시 마라넬로 중심에는 페라리 박물관이 있다. 1990년 초 공장 반대편에 문을 연 이 곳은 도약하는 말로 대표되는 페라리 역사 속의 다양한 전시물이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빠른 차를 만들기 위한 레이싱 DNA를 살펴볼 수 있으며 페라리가 주는 매력에 사로잡혀 광팬이 되어버린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Live the Dream!"이라는 배너가 눈에 들어온다. 마법과도 같은 특별한 경험이 펼쳐질 것이라는 약속이다. 박물관은 테마 별로 나뉘는데 첫 번째 구역은 페라리 경주 및 일반차를 보여주는 곳이다.
매년 새로운 테마로 기획 전시를 진행하며 다양한 배경을 바탕으로 한 페라리 역사 속 대표 차들을 볼 수 있다. 올해는 엔초 페라리 업적을 기리는 구역과 페라리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이 소개됐다. 한 켠에는 812 슈퍼페스트 뼈대와 완제품이 비교 전시돼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니 전설적인 차들이 사람들을 맞이했다.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F40과 F50, 엔초 페라리, 라페라리 등이 주인공이다. 페라리 창립 40주년 기념 제품이자 엔초 페라리가 제작한 마지막 페라리로 알려진 F40은 당당한 위용을 드러냈고 95년 당시 최고 500마력 이상 뿜어내며 F1 기술을 대거 탑재한 F50은 볼수록 감탄사가 나온다.
이와 함께 미하엘 슈마허가 직접 제작에 참여하며 수 많은 페라리 기록을 갈아치운 엔초 페라리와 최고 900마력 이상의 페라리 최초 하이브리드 슈퍼카 타이틀을 거머쥔 라페라리는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라페라리를 기반으로 제작된 트랙 데이 슈퍼카인 FXX-K도 자리를 잡아 상징을 더했다.
뒤쪽에는 F12 베를리네타 기반의 하드코어 페라리, F12TdF까지 전시돼 있다. 굽이진 도로를 수 백km 넘게 달리는 내구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의 약자이며 참고로 페라리는 1950~60년대 해당 레이스에서 괄목할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와 별도로 개별 주문 제작차임을 고려해 가죽과 스티치, 스티어링 휠, 시트 등을 입맛에 맞게 살펴보는 공간도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둘러볼 수 있다.
세상에 오직 한 대만 존재하는 페라리 원-오프 차종인 P80-C도 운 좋게 만났다. 4년간 공들인 역작이며 오직 마라넬로 페라리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차다. 오직 빠르게 달리기만을 위해 태어났으며 에어로 다이내믹과 파워트레인 세팅 등 개발 전 과정은 전부 오너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P80-C는 488 GT3 차체와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휠베이스를 50㎜ 늘리고 성능과 효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는데 공격적인 자세와 아우라로 주변을 압도한다.
두 번째 구역으로 넘어가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포뮬러원과 페라리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 드라이버들의 업적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의 자랑스러운 결과물로 가득했고 여러 대의 F1 경주차와 트로피가 흥분을 더했다. 옛 영상을 통해 F1 우승 순간을 볼 수 있었고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의 업적과 이를 기념하는 차들이 도열해 있다.
레이싱을 바탕으로 성장한 페라리답게 F1을 대하는 자세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오랜 시간 서킷을 누비던 페라리 경주차를 모형으로 섬세하게 제작해 각 특징을 설명해 놓았고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질문과 답을 주고받으며 보다 자세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또 F1에서 얻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산차에 탑재한 사례를 보며 독보적인 실력도 확인 가능했다.
세 번째 구역은 꽤 흥미롭고 특별한 공간으로 세미 프로급 포뮬러원 시뮬레이터가 마련돼 있다. 두 대의 시뮬레이터에 직접 탑승해 자신의 주행 기술을 테스트 해 볼 수 있다. 더불어 포뮬러원 머신도 전시돼 있어 직접 타이어 교환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 외에 페라리 박물관에는 페라리 스토어, 카페 및 대규모 다목적 공간이 준비돼 있고 다양한 행사, 컨퍼런스 및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레드 캠퍼스 코스를 진행할 수 있다.
정통과 역사로 가득한 박물관은 페라리 마니아라면 꼭 한번 들러야 할 성지 같은 곳이다. 입구에서부터 나올 때 까지 눈을 뗄 수가 없으며 페라리가 주는 매력에 빠져 쉽사리 헤어나오기 힘들다. 단순 빠르게 달리는 희귀한 자동차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박물관 안에서 시대와 정신을 공유하고 이해하며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페라리가 주는 힘이다.
마라넬로(이태리)=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