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를 위한 박물관
-클래식카 및 페라리 엔진 한 눈에
-엔초 페라리 삶 되짚어 볼 수 있어
이탈리아 북부 작은 도시 모데나 중심에는 감각적인 건물의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슈퍼카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리 창업자 "엔초 페라리"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다. 정확한 명칭은 엔초 페라리 뮤지엄으로 그가 페라리에 쏟아 부었던 열정과 결과물이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9월 초 직접 이 곳을 찾아가 엔초 페라리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박물관은 크게 엔초 페라리 일대기를 바라볼 수 있는 공간과 엔진, 클래식카 등으로 나뉜다. 지난 2012년 2월 개장했으며 2014년 1월부터 페라리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주기적으로 전시 주제와 차가 바뀌며 특별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세계 페라리 팬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먼저 거대한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2,500평방미터가 넘는 미래형 건물로 세계적인 건축가얀 카플리츠키가 직접 설계했다. 엔초 페라리가 태어난 생가를 둘러싸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모습에서 감동이 밀려온다. 내부로 들어가니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 이후 동선을 따라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엔초 페라리가 생활했던 작은 방이 나온다. 특별할 것 없는 책상과 의자, 오래된 가구를 보고 있으니 검소했던 그의 생활이 짐작이 간다. 이 곳에서 엔초 페라리는 "어떻게 하면 빠른 차를 만들 수 있을까" 수 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나서 도면을 펼쳐 자동차 개발에 몰두했다고 한다.
뒤편에는 그가 남긴 전설적인 자동차들이 도열해 있다. 마지막 작품인 F40을 비롯해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주목을 끌었던 612 스카글리에티와 2+2 GT카 FF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또 좀처럼 보기 힘든 페라리 166 인터도 볼 수 있다. 1949년 10월 파리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인터는 페라리 부흥을 이끌었던 경주용 페라리 166을 바탕으로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강한 성능과 여유로운 승차감을 두루 겸비해 오늘날 GT카의 시작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늘씬한 차체와 감각적인 쿠페 디자인, 안락한 실내 공간이 멋을 더했다.
두 번째 전시관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멋있다. 넓은 공간에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수 많은 페라리가 자유분방하게 도열해 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빨간색 외에 노란색과 파란색, 검정색, 은색 등 각양각색 페라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오래 전 출시한 클래식카들이 많아 브랜드 역사와 발전 과정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글로벌 진출 가속화와 맞물려 과감한 디자인 변화를 거친 디노와 250GT는 수십 년이 흘러도 여전히 매혹적인 차로 남아 있다. 이와 함께 페라리 365 GTB/4 데이토나와 1인용 경주차 750 몬자는 희귀한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아름답고 경건한 마음까지 든다.
거대한 공간 벽면에는 전부 디지털 스크린 영상이 비춰진다. 전형적인 박물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이 몰입해서 관람할 수 있게 만든 화려한 쇼다. 다양한 페라리 컬렉션과 혁신적인 멀티미디어 효과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인하우스 멀티프로젝터 시스템으로 불리며 사람들은 바닥부터 천정까지 이어진 스크린을 통해 시네마틱한 경험을 받는다. 영상을 통해 엔초 페라리의 전설 같은 90년 인생을 따라가 보고 여러 사건과 다양한 시대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한 켠에는 별도의 방이 마련돼 있다. 바로 엔초 페라리가 자동차 제작에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여기던 엔진룸이다. 페라리의 고전적이면서도 전설적인 엔진들과 더불어 개발 혹은 테스트를 마친 고성능 엔진으로 가득했다. V6와 V8은 물론 V12, 전동화 파워트레인 흐름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엔진룸은 브랜드 정체성과 같은 곳이다.
엔초 페라리 뮤지엄은 마라넬로 시내에 있던 페라리 박물관보다 규모가 작지만 알찬 내용으로 깊은 감동을 준다. 그만큼 브랜드를 자세히 이해하고 엔초 페라리의 생애를 들여다 보기에 더 없이 완벽한 장소다. 페라리는 단순히 경주를 이기기 위해 빠른 차만 만들지 않는다. 모두가 원하는 드림카의 조건을 실천하며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회사다. 그 노력을 박물관에서 알 수 있고 페라리가 주는 진한 여운은 꽤 오랜 시간 잊혀지지 않았다.
마라넬로(이탈리아)=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