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신세계로의 초대, 기아 EV6 GT

입력 2022년10월06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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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585마력 뿜어내는 국산 BEV
 -탄탄한 서스펜션 및 강성 인상적

 최고 585마력,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 3.5초, 분당 회전수(rpm) 2만1,000회 등 높은 숫자만 보면 수입 고성능 스포츠카 같지만 사실 해당 기록은 기아 EV6 GT의 기록이다. 국산 순수 전기차(BEV)의 고성능 버전으로 기존 대비 성능을 대폭 높인 모터와 고출력 배터리를 조합해 역대 최고 수준의 동력성능을 확보했다. 진보된 기술력과 대담한 기아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한국 테크노링에서 EV6 GT와 하루 종일 함께해봤다.

 핵심은 단연 파워트레인이다. 사륜구동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는 EV6 GT는 최고 270㎾, 최대토크 390Nm(39.8㎏∙m)의 후륜 모터와 최고 160㎾, 최대 350Nm(35.7㎏∙m)의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430㎾(585마력)의 최고출력과 740Nm(75.5㎏∙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이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단 3.5초 만에 시속 100㎞까지 도달할 수 있는 폭발적인 가속성능과 최고속도 260㎞/h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EV6 GT에 적용된 고성능 모터의 분당 회전수(rpm)는 최고 2만1,000회에 달해 저속에서 최고 260㎞/h까지 모든 속도 영역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강력한 성능은 주행 모드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스포츠에서 차가 가진 능력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 전기차 특유의 강한 토크감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질주한다. 속도 영역을 나누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무섭게 튀어나간다. 

 총알처럼 빠르게 내달리는 모습에서 이성의 끈을 놓을 수도 있다. 그만큼 눈 깜짝할 사이에 고속 영역에 차를 올려 놓고 눈 앞에 사물이 정신 없이 흩어진다. 심지어 멀리 보이던 사물이 순식간에 앞에 와 있는 기이한 현상도 경험할 수 있다. 

 빨리 달리는 와중에도 엄청난 안정감으로 탑승자에게 믿음을 준다. 저중심 플랫폼과 함께 앞뒤 강성을 보강한 덕분이다. 실제로 EV6 GT에는 운전자가 고속에서도 차를 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전륜 스트럿링" 및 "후륜 러기지 플로어 보강바" 등 차체를 강화했다. 그 결과 자세를 낮추고 묵직하게 도로를 누르며 고속 주행을 이어간다.

 서스펜션은 기존 EV6와 전혀 다르다. 훨씬 하드하며 즉각적으로 차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실제로 스프링은 전륜에 8~9% 부드럽게 세팅했고 반대로 후륜에는 11% 강하게 조였다. 유연하게 들어가 재빠르게 나올 수 있게 조정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조종성이 높아졌고 차를 다루는 부담감도 크게 줄어들었다. 

 기아의 고성능 BEV는 단순 속도만 빠른 차가 아니다. 주행 완성도를 높이는 각종 요소가 어우러져 최적의 균형점을 맞춘다. 코너 몇 개만 통과하면 금새 알아차릴 수 있는데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e-LSD)가 큰 힘을 준다. 좌우 바퀴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안정적이고 빠르게 곡선 구간을 주행할 수 있게 돕는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은 주행모드에 따라 댐퍼 감쇠력을 조절함으로써 자세를 최적 제어해 균형 잡힌 승차감과 핸들링 성능을 구현해준다.

 또 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R-MDPS)과 가변 기어비(VGR) 기술을 통해 속도에 따른 조향 응답성도 뛰어나다. 빠르게 코너에 들어갈 수 있고 탈출 직전에 스로틀을 활짝 열어도 불안함 없이 깔끔하게 빠져 나온다. 듬직한 크기와 긴 휠베이스를 감안하면 놀라운 실력이며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정점은 운전을 더욱 즐겁게 해주는 EV6 GT 전용 주행모드다. 특히 GT 모드는 차가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가속성능과 역동적인 선회 및 주행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모터, 브레이크, 스티어링, 댐퍼, e-LSD 등을 최적화한다. 차는 적당한 휠 슬립을 허용하면서 조금 더 날것의 상태로 변모한다. 차와 교감하며 운전 스킬을 쌓기에는 GT 모드만한 것도 없을 듯하다. 반대로 운전자의 책임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모드라서 신중한 접근과 주행이 필요하다. 

 기아 최초로 적용한 "드리프트 모드"도 제법 신선하다. 구현 과정은 간단하다. 변속기를 P단에 놓은 뒤 자세제어장치를 전부 끄고 양쪽 패들시프트를 3초 이상 동시에 당기면 활성화 된다. 선회 시 후륜 모터에 최대 구동력을 배분해 차가 실제 조향 목표보다 안쪽으로 주행하는 현상인 "오버스티어"를 유도한다. 또 선회 탈출 시 전륜에 구동력을 배분해 후륜에만 구동력을 배분했을 때보다 더욱 빠르게 곡선 구간을 벗어날 수 있다.

 물론 후륜에만 모든 힘을 쏟는 차들에 비하면 드리프트 지속성은 다소 떨어진다. 빠르게 앞쪽에 동력을 배분해 사륜구동 성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또 순식간에 힘을 발산하는 전기 에너지 특성상 차를 다루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즉 내 차로 다루면서 긴 시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산 BEV에서 드리프트 모드로 차를 미끄러트릴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축복과 같다.

 4피스톤 캘리퍼와 대구경 디스크 조합의 브레이크는 칼 같이 차를 멈춰 세운다. 초기 응답성이 빠르며 적은 힘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제동을 할 수 있다. 회생제동에서도 특별한 기술이 돋보인다. GT 모드에서는 회생제동 사용을 극대화하는 RBM 기능이 주인공이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됐으며 일상 주행은 물론 역동적인 주행에서 감속 시 회생제동량을 극대화한다. 경쟁차 대비 추가적인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동시에 일반 브레이크의 사용량을 줄여준다. 또 앞뒤 회생제동 제어를 최적화해 제동성능도 높여준다. 여기에 미쉐린 GT 전용 퍼포먼스 타이어까지 조화를 이뤄 깊은 만족을 이끌어낸다.

 숨을 고르기 위해 일반 도로로 나왔다. 에코와 노멀 모드에서는 차분한 EV6의 느낌 그대로다. 서스펜션이 다소 탄탄한 것 외에는 600마력에 가까운 고출력을 잊게 할 정도로 부드럽다. 일상 속 도심 주행을 고려해 폭 넓게 대응한 흔적이 보인다. 기아의 자랑거리인 지능화된 주행 보조 시스템까지 활성화하면 안락한 대형 세단을 모는 것처럼 여유롭다.

 외관은 GT만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먼저 21인치 휠과 네온 컬러 캘리퍼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앞뒤 범퍼에 수직적 조형을 더해 강인하고 역동적인 인상을 연출했다. 뒤쪽 범퍼 하단에는 하부 공기의 흐름을 최적화해 가속을 돕는 디퓨저를 적용했다. 

 긴 휠베이스와 짧은 루프 라인, 사이드미러로 보이는 리어 펜더의 볼륨감 역시 스포츠카의 그것과 비슷하다. 많이 누운 윈드쉴드와 지붕이 떠있는 듯한 디자인,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히든 도어 핸들도 EV6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구석이다.

 실내에는 D컷 스티어링 휠을 탑재했으며 GT 모드 버튼, 시트 등 실내 곳곳에 네온 컬러를 입혔다. 고성능차 이미지를 부각하는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는 단단한 편이며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좋다. 고속 및 선회 주행 시 안정감을 더한다. 

 속도와 토크 변화에 따른 가상의 음색으로 청각적 주행 경험을 더하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은 모터 스포츠의 역동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지능형 헤드램프,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종이(Jong-e) 테마 클러스터 등 시청각적 특화 편의품목은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 외에 운전자를 중심으로 와이드하게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슬림한 대시보드와 함께 내부를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여기에 중앙에 떠 있는 듯한 센터콘솔은 미래지향적인 감성을 전달한다. 도어 포켓, 크래시패드 무드조명 가니쉬, 보조 매트, 친환경 공정 나파 가죽 시트 등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 아마씨앗 추출물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소재와 공법을 실내 곳곳에 적용했다.

 EV6 GT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달라진 기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차다. 숫자 높고 속도만 빠른 차가 아닌 주행 완성도에 있어서도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진가를 알아차릴 수 있고 운전 실력은 저절로 늘어난다. 힘차게 잡아 돌리고 미친 듯이 질주해도 환경에는 조금도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뿌듯하다. 기대를 200% 충족시키며 눈부시게 진보한 국산 전기차를 바라보니 밝은 미래가 그려진다.

 EV6 GT의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및 세제혜택 후 기준 7,2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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