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배제 비용으로 수익 가능?
자율주행이 화두다. 여기저기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며 자율주행 시대에 뒤처지면 곤란하다는 얘기가 쏟아진다. 2035년에는 무려 1,200조에 달하는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청사진도 제기된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선 정작 자율주행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막연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기본적으로 운전을 로봇에게 맡겼을 때 누가, 어떻게 이득을 취할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구글이 2009년 자율주행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2016년 자회사 웨이모를 설립한 이유는 제약 없는 이동이다.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운전 여부와 무관하게 누구나 이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기반했다. 이후 GM은 자율주행에 나서며 교통사고 제로를 앞세웠는데 일종의 사회적 비용 절감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이해됐다. 그러자 운송사업을 펼치는 우버, 그랩 등도 운전자 배제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내며 로봇이 운전하는 시대 경쟁에 가세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을 언급할 때 생각하는 것은 "운전"이라는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런데 "운전"의 주체가 사라졌을 때 이동 시간을 활용하려는 속성은 조금씩 다르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동하는 시간을 운전에 뺏기지 않고 다른 곳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반긴다. "운전"이라는 피로 행위를 하지 않는 대신 무언가 즐기는(?), 또는 효율적(?)인 업무를 할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운전"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동에 필요한 조종자 역할을 로봇에 맡긴 것이니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시 말해 똑똑한 지능이 담긴 이동 수단을 구입해 개인용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때 자율주행 이동 수단의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임팔라토 전 푸조 CEO는 "개인이 구매하기 쉽지 않은 가격의 자율 이동 수단을 과연 사려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사지 않거나 또는 못하면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제조, 판매로 수익을 내는 기업은 적지 않은 고민에 빠진다. 이들은 많이 만들어 판매해야 공장이 지속되는 사업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만드는 기업은 기존 교통사업자와 협업을 활발히 펼친다. 운전을 인간에게 맡기고 이용자에게 돈을 받아 수익을 내는 교통사업자가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구입해 운송사업에 활용하라고 독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셔널과 우버다. 자율주행 이동 수단을 개발하는 모셔널은 현대차가 만든 이동 수단에 자율주행 지능을 입히는 곳이다. 이 차를 우버가 도입하기로 했다. 운전자를 배제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려는 우버로선 자율주행 운행이 궁극의 사업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교통사업자가 머뭇거린다면 제조사는 직접 교통사업에 뛰어드는 방안도 찾기 마련이다. 우버에게 판매도 하지만 모셔널이 직접 중개 앱을 만들어 이동이 필요한 사람과 로봇자동차를 연결하면 된다. 지능의 발전은 결코 멈출 수 없는 탓이다. 게다가 지능의 발전은 이동 수단 제조사, 즉 자동차기업이 오래전부터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제품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첨단운전지원장치, 일명 ADAS의 발전이 지속된 것도 어떻게 하면 인간 운전의 개입을 최소화 할 것인지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때 고민은 기존 교통사업자와의 충돌이다. 구매 고객으로서 운송사업자와 동종 사업에 뛰어드는 완성차회사가 직접적인 경쟁에 둘러싸이는 게 부담스럽다. 그래서 로봇 소프트웨어만을 별도로 판매해 일종의 지능 이용료를 받을 수도 있다. 테슬라가 꾸준히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구독 방식도 그들만의 수익 추구 방식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여러 자율주행 기업들의 공통된 고민은 이동 사업에 사용되는 수단의 높은 가격이다. 일반적인 운송사업의 3대 원가 요소인 "이동 수단, 연료비, 인건비"에서 이동 수단 구입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 사용료를 많이 받지 못하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 부담이다. 결국 자율주행에 기반한 교통사업에서 핵심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이 말을 뒤집으면 수익 방안을 만든 기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사업화에서 한국은 조금 밀려 있다. 자율주행으로 수익을 내는 기업이 아직은 거의 없어서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