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포르쉐의 역작, 718 카이맨 GT4

입력 2022년10월30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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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기통 4.0ℓ 자연흡기 탑재한 경량 스포츠카
 -폭발적인 성능과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 선봬

 포르쉐에 GT 배지가 붙으면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비슷한 라이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실력으로 새 영역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간다. 하드코어 드라이빙의 결정체를 보여주는 911 GT3, 모든 고성능 SUV 기준을 한 차원 높인 카이엔 터보 GT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형들을 위협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움직임과 강한 실력을 가진 차가 있다. 바로 순수 경량 스포츠카 718 카이맨 GT4다. 새 차는 도로 위를 자신만의 무대로 꾸미며 완벽한 퍼포먼스를 그려낸다. 구조적으로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모터스포츠 노하우를 접목한 포르쉐의 결과물은 놀라웠다. 한 번 앉으면 차에서 내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황홀했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성능
 곧바로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우렁찬 사운드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새롭게 개발된 6기통 4.0ℓ 박서 엔진은 최고 428마력을 발휘한다. 감성적인 사운드의 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은 911 카레라의 박서 엔진을 기반으로 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데 단 3.9 초만이 필요하며 최고속도는 302㎞/h에 달한다.

 초기 반응은 묵직하다. 스로틀 역시 열리는 폭이 좁으며 최대한 신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번 탄력을 받은 뒤에는 영락없는 스포츠카 모습 그대로다. 순간 순간 터져 나오는 출력을 바탕으로 속 시원하게 속도를 올리고 질주한다. 여기에서 다시 한 번 가속 페달에 힘을 주면 엔진 회전수를 껑충 올리면서 무섭게 튀어나간다.

 특히 선형적인 출력 상승 및 GT엔진 특유의 즉각적인 응답성을 통해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끊김 없이 언제나 원하는 순간에 가속이 나오며 널리고 널린 터보 엔진과는 차원이 다른 가속이다. 이와 함께 최대 8,000RPM에 달하는 높은 엔진 회전을 통해 독보적인 박서 엔진의 사운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솔직히 사운드는 GT4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포인트다. 2,000RPM부터 약 1,000RPM 구간마다 소리가 전부 다르다. 굵직한 바리톤 사운드부터 카랑카랑한 중간음도 들을 수 있고 고회전 구간에서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들릴법한 소리도 경험하게 된다. 각각의 사운드는 변속 패턴에 맞춰 듣기 좋은 합주로 바뀌고 귀를 즐겁게 한다. 소리가 너무 좋아 굳이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심지어 정속 주행할 때 들리는 공명음조차 아름다울 정도로 감성을 자극한다.

 GT4의 본성을 깨우려면 변속기 아래 버튼을 활용하면 된다. 그 중에서도 PDK 스포츠는 물건이다. 최대 성능을 이끌어내고 오토매틱 셀렉터 레버로 풍부한 GT 경험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7단 PDK는 더 짧아진 기어비를 바탕으로 엔진 능력을 배 이상 이끌어낸다.

 스로틀 반응에 맞춰 눈 깜짝할 사이에 단수를 오르내리고 과정은 정확하다. 굳이 스티어링 휠 뒤에 붙은 패들시프트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정도로 완벽한 로직을 보여주며 조금의 동력 손실도 허용하지 않는다. 역동적인 주행은 물론 다양한 코너를 만나도 누구보다 빠르게 통과할 수 있다.

 코너에서는 변속기 외에 최적화된 고성능 GT 섀시가 한몫 했다. 직접 연결부는 부분적인 볼 조인트로 체결해 강성을 높였고 10㎜ 더 낮아진 서스펜션의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댐핑 시스템은 무게 중심을 낮추고 횡방향 다이내믹 잠재력을 높인다. 여기에 더 정교해진 경량 스프링 스트럿과 프런트 및 리어 액슬의 구조는 모터스포츠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포르쉐 양산기술 절정에 위치한 911 GT3와 상당 부분 공유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브랜드 전매특허 기술은 보란 듯이 전부 다 들어간다. 포르쉐 스태빌리티 매니지먼트(PSM)는 더 정확하고 정밀하게 작동한다. 두 단계를 통해 선택적으로 비활성화 할 수 있다. 또 기계식 리어 디퍼렌셜 록이 장착된 포르쉐 토크 백터링(PTV)은 종방향 및 횡방향 다이내믹, 코너링 성능, 주행의 즐거움을 강화한다. 리어 스틸 롤 바를 포함하는 클럽 스포츠 패키지도 선택으로 제공한다.

 결과는 놀랍다. 차는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고 운전자가 의도한대로 움직인다. 민첩하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이 환상적이며 칼 같이 코너를 통과한다. 보다 빠른 속도로 진입하고 탈출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며 짜릿함을 제공한다. 운전에 자신감이 붙고 저절로 코너에서 속도를 올리는 용기도 심어준다. 오버 페이스로 주행을 이어나가도 전혀 문제 없다. 차는 안정적이면서 여유롭게 받아낸다.

 1.4톤에 이르는 가벼운 몸무게는 퓨어 스포츠카의 매력을 더하며 스릴을 안겨준다. 그만큼 ESC와 TC OFF 버튼은 신중히 누르는 걸 추천한다. 일반 도로에선 절대 사용하지 않아야 하고 트랙에서 여유롭게 운전 스킬을 연마할 때 써야 할 듯하다. 차는 어디로 튈지 모르며 무리한 시도는 자칫 후회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순수한 본성을 지닌 채 운전자에게 선택과 결과를 맡긴다.

 이 외에 강력한 브레이크와 최상의 접지력을 제공하는 초고성능 타이어가 장착된다.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대형 알루미늄 모노블록 고정식 캘리퍼 브레이크 덕분에 트랙 주행에 적합한 일관된 제동력을 제공한다.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는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반전 매력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바로 효율이다. 차분하게 정속 주행을 이어가면 효율이 빠르게 상승하며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어댑티브 실린더 컨트롤 기술이 더해진 결과다. 부분 부하 작동 시 두 개의 실린더 뱅크 중 하나에서 분사 과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해 연료 소비를 줄인다. 피에조 인젝터는 연료 분사 프로세스 당 최대 5회까지 연료를 분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배기가스의 완전 연소가 이뤄진다. 또 2 개의 공명 플랩이 장착된 가변 흡기구 시스템이 실린더 안의 가스 교환을 최적화한다.

 ▲디자인&상품성
 흥분을 가라앉히고 GT4만의 특징을 살펴봤다. 맹수 같은 성격을 감추고 초롱초롱한 눈과 웃음을 짓고 있다. 그만큼 포르쉐를 상징하는 요소로 가득하다. 물방울 모양 헤드램프와 부풀린 펜더, 가파르게 내려앉은 보닛이 대표적이다. 고성능 차답게 앞 범퍼 에어덕트는 큼직하게 뚫려있다. 이와 함께 GT4를 상징하는 스플리터를 추가해 멋을 냈다. 다만 높이가 낮아 과속방지턱이나 경사면을 통과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옆은 도어 뒤에 뚫린 에어덕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차 크기에 비해 큼직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음각으로 새긴 GT4 레터링도 멋을 더한다. 뒤는 거대한 고정식 윙이 인상적이다. 이전보다 약 20% 더 많은 다운포스를 발생시키며 높은 효율성을 보장한다. 이 외에 싱글챔버 리어 머플러는 리어 액슬 다운포스의 30%를 차지하는 기능성 디퓨저와 맞물린다. 차체 바닥까지 날렵한 핀이 자리잡고 있어 기능적으로 훌륭하다. 실제 718 카이맨 GT4는 항력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으면서 이전 세대 대비 약 50%의 추가 다운포스를 발생시킨다.

 실내는 오랜 시간 718 시리즈에서 봤던 구성 그대로다. 세 개의 원형으로 꾸민 바늘 계기판과 작은 화면, 변속기 앞에 놓인 공조장치까지 이제는 제법 익숙한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떠한 버튼도 준비하지 않았다. 이 외에 드라이빙 즐거움을 높이는 각종 버튼이 센터터널에 가지런히 모여있다. 

 시승차에는 추가로 풀 카본 스포츠 버킷 시트를 넣었다. 몸을 정확히 지지해주며 자부심을 높인다. 트렁크는 전기차처럼 앞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엔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중앙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혜택을 봤다. 앞은 깊고 뒤는 옆으로 넓은 구조다. 뒤쪽에 위치한 롤 케이지는 기능뿐 아니라 조형미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총평
 718 카이맨 GT4는 포르쉐가 만든 역작이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차를 만들었고 놀라운 실력과 결과 값으로 이를 증명한다. 폭발적이면서도 경쾌한 반응과 자연흡기 특유의 사운드, 상상 이상의 정교한 움직임이 만나 퓨어 스포츠카 영역을 개척한다. 매 순간 운전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여운을 남긴다. 스포츠카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명차가 분명하다.

 판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1억3,87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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