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쌍용차의 새로운 모험, 토레스

입력 2022년11월06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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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과 커넥티비티의 업그레이드 
 -부분적으로 아쉬운 디테일

 쌍용차가 모험을 시작했다. 이 모험은 후퇴 없이 전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치열한 격전지 속의 전사는 ‘토레스’다.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 새롭게 개발됐고 쌍용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토레스에 쏟아부었다. 물론 초반 항해는 순조롭다. 단숨에 쌍용의 효자 차종으로 올라섰고 이를 기반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본적으로 토레스는 중형 SUV 성격으로 등장했다. 지난 10월까지 매월 4,000대 이상 판매되며 SUV 전문기업의 자존심을 회복 중이다. 정통 SUV 스타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레트로(Retro) 감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디자인&상품성
그랜드 화이트 색상의 토레스는 전통적인 오프로더 인상이 강하게 느껴진다. 전장, 전폭, 전고는 각각 4,700㎜, 1,890㎜, 1,720㎜로 국내 여건 상 중형 SUV로 좋은 사이즈다. 지금은 중형으로 불리지만 과거에는 대형 SUV로 취급받던 크기였기에 4인 가족의 패밀리카 용도로도 손색이 없다. 쌍용차에서는 ‘강인함과 모던함’을 핵심으로 디자인 가치와 철학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강조한다. 

 전면부는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한 주간 주행등이 눈에 띤다. 물론 LED램프 사용은 이미 보편화됐다. 주간주행등이 휀더 끝단까지 이어져 폭이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이다. 세로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6개의 굵은 라인이 주간주행등의 높이와 같아 가지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단부에는 세로 형태의 안개등과 직사각형 형태의 전면그릴망, 붉은 색의 견인고리 커버가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차체 색상과 라디에이터 그릴, 언더쉴드의 색상을 조화롭게 배치했다.  
 
 측면부는 우선 휠하우스의 볼륨감이 크다. 검정 우레탄 재질의 휠하우스 크레들 적용으로 강인한 오프로드 SUV를 강조했다. 휠은 다이아몬드 컷팅 20인치 휠이고, 타이어는 넥센의 로디안 GTX 245/45/R20 사이즈가 장착됐다. 도어핸들은 버튼 타입인데 상품성 측면에서 1열만 적용된 점이 아쉽다. 조수석 C필러에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는 유럽산 SUV에 적용한 스토리지와 유사하다. 루프라인이 A필러에서 높아지다 C필러에서 한번 꺾여 낮아지는 것은 디자인 의도로 보인다.

 후면부는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헥사곤 타입의 리어 가니쉬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정통 SUV 디자인 명맥을 이어가도록 했으며 하단부의 언더쉴드 적용으로 오프로더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전면부와 후면부의 언더쉴드가 스틸 재질이 아닌 것은 개선 점으로 보인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중 브레이크 램프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리’의 문양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대한민국의 인상을 자동차에 녹여내는 것에 기여했다. 
 
 실내는 고급감을 최대한 살려 마치 프리미엄급 SUV와 같은 느낌이 풍긴다. 특히 블랙/ 라이트 그레이/브라운/ 카키 등 4가지 컬러의 실내 색상 중 브라운 실내 색상은 상품성이 배가된다. 전면 대시보드는 아날로그적 요소를 최소화해 모든 제어를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통일시켰다. 쌍용차에서 상품성 향상을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열 운전석에 앉으면 먼저 3분할 와이드 디지털 클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슬림한 크기가 핸들 안쪽으로 눈에 들어오기 딱 좋다. 차의 모든 정보와 변경 사항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트는 착좌감이 편하며 운전석의 경우 8방향 전동조절에 2방향 럼버서포트가 적용된다. 스티어링 휠은 수동 틸팅과 텔레스코픽이 적용됐고 가속페달은 플로어 타입, 자동변속기 레버는 기어노브 방식을 채택해 고급감과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품목으로 부각시켰다.  

 센터 터널은 컵홀더와 수납공간을 공존시켜 넓은 느낌이 나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핸드폰 무선충전 패드 옆에 또 다른 핸드폰 거치 공간을 둔 점이다. 2대의 핸드폰을 편하게 놓을 수 있어서다. 물론 2열도 기본에 충실했다. 다양한 물병과 페트병을 수납할 수 있는 도어 맵포켓 공간이 있고 패밀리 SUV임을 각인시키는 시트열선과 선블라인드도 마련됐다. 센터 콘솔에는 2열을 위한 에어벤트와 2단 수납함이 제공된다. 트렁크는 기본 703ℓ, 2열 폴딩 시 1,662ℓ의 적재가 가능하다. 

센터페시아에는 12.3인치 인포콘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8인치 버튼리스 통합 컨트롤 패널이 자리잡고 있다. 인포콘 내비게이션은 무선 업데이트와 블루투스 연결, USB음악재생과 장치 내 파일 저장(4GB) 등의 다양한 멀티미디어와 실시간 길안내, 모바일 원격제어 등이 가능한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구현했다. 

 ▲성능 및 승차감
시승을 위해 차에 다가가면 운전자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차가 인지한다. 1열 도어의 윈도우 프레임 B필러 부분은 용접으로 연결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최근 대부분의 제품이 매끄럽게 처리되는 추세인데 토레스는 아직도 이 방식이다. 게다가 사이드 스텝의 폭이 애매한 사이즈라 발을 편하게 받치기가 쉽지 않다. 개선이 필요한 항목이다. 엔진은 1.5ℓ 가솔린 터보로 최고 170마력, 최대 28.6㎏·m의 토크를 발휘한다. 숫자로는 과거 자연흡기 2.5ℓ 엔진의 출력과 맞먹는다. 4기통 가솔린 엔진 특유의 잔잔함과 정숙성이 편안한 SUV에 한층 더 다가간다. 

 전반적으로 차체 움직임은 가벼운 느낌의 경쾌한 몸놀림이다. 한국의 도로실정에는 이런 조합이 운전하기 편하다. 실주행 영역에서 엔진은 효율적이며 패밀리카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가솔린 터보엔진과 매칭된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는 시대에 뒤처진 느낌이지만 쌍용차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더불어 국내 시장에 많이 사용되는 변속기라 유지보수에 편한 장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실내 공조기를 작동시켰다. 버튼리스 디지털 인터페이스 공조기 조절 장치는 직관적으로 조절하기 쉽지 않다. 기능의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구분하는 색상을 좀 더 뚜렷하게 해주었다면 좋았을 법하다. 역동적인 D컷 핸들을 돌려 시내를 달려보았다. 노면 충격 흡수도 상당히 좋다. 서울 시내를 하루 종일 운전하면서 불편함이나 아쉬운 부분은 느낄 수가 없다. 물론 SUV라는 장르로 온로드만 달릴 수 없으나 크게 의미가 없다. 토레스의 사륜구동방식은 풀타임 AWD 방식인데 인위적으로 2륜이나 4륜을 조절할 수 없지만 경사로 저속 주행 기능(HDC)과 4WD 록 기능으로 오프로드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반 소비자들 기준에서 굳이 다양한 기능을 변경해 가며 타는 소비자 비율은 크게 높지 않다.     

 효율은 도심주행 9.3㎞/ℓ, 고속도로 11.4㎞/ℓ, 복합 10.2㎞/ℓ다. 그러나 실제 혼잡한 도심 주행에서는 7.2㎞/ℓ까지 떨어졌다. 4륜구동 SUV를 감안하면 크게 나쁘지 않은 효율이지만 경쟁차와 비교하면 조금 뒤지는 부분이다. 반면 앞좌석 탑승자들은 센터터널의 컵홀더 공간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사용에 있어 운행 도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이어서 유용하다. 실제로 키와 텀블러 기타 자그마한 물건을 한꺼번에 놓기 좋다.

 ▲총평
 어려운 상황에서 태어난 토레스를 타보면 쌍용차의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될 차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너무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토레스가 언제까지 버텨줄 지는 의문이다. 최근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그리 쉽지 않은 탓이다. 그럼에도 일단 제품으로서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게다가 내수 시장에서 인정받는 점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선을 수출로 전환해야 한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좋은 차로 인정받을 때 지속 생존력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용차에 힘찬 파이팅을 전한다. 시승차는 토레스 화이트(브라운 인테리어) 컬러의 T7 사양에 옵션이 추가된 3,585만원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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