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기술 집약된 전동화 파워트레인
-높은 효율과 부드러운 승차감 특징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오랜만에 신차를 출시했다. 쿠페형 SUV 대중화를 이끈 XM3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얹은 XM3 E-테크 하이브리드가 주인공이다. 새 차는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친환경 및 친경제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XM3 하이브리드는 기대 이상의 효율을 기록하며 시승 내내 깊은 만족을 줬다. 여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실력을 발휘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핵심은 단연 동력계다. 새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르노 그룹 F1 머신에서 운영 중인 하이브리드 기술 노하우를 접목해 개발했다. 엔진은 1.6ℓ 자연흡기 가솔린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구동 전기모터(36㎾/20.9㎏·m)와 발전 기능을 겸하는 고전압 시동모터(15㎾/5.1㎏·m)로 구성한 듀얼 모터 시스템이 맞물린다. 최고출력은 150마력이 살짝 못 미치지만 순간 전기에너지가 주는 힘이 강해 부족하지 않다.
시동을 켜고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감각은 매우 인상적이다. 부드럽고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이 질주하는 느낌이다. 하이브리드 SUV 특징을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며 자극은 덜하지만 언제든지 원하는 흐름에 차를 올려놓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소리와 진동도 잘 들리지 않아서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다.
보통 전기모터에서 엔진으로 넘어갈 때 어느 정도 소음이 실내에 들어오기 마련인데 XM3 하이브리드는 이마저도 철저히 잡은 모습이다. 추월 가속 시 스로틀을 활짝 열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계기판 속 바늘만 빠르게 올라갈 뿐 거친 사운드는 거의 들을 수 없다. 단순 흡차음재 범위를 늘린 결과가 아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폭 넓은 파워트레인 세팅이 빛을 내는 순간이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엔진 사이 유기적인 반응이 자연스럽다. 초기 가속 시에는 모터가 조용히 잠을 깨고 일정 속도가 붙을 때는 엔진과 힘을 합쳐 고속 영역으로 도달한다. 또 열정적으로 달리기 위해 힘을 강하게 뿜어 낼 때는 엔진이 발군의 실력을 드러낸다. 특히 엔진은 전기 모터와 배터리 양쪽으로 모두 동력을 전달하는 병렬식 구조를 지녀 한층 더 효율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에너지 흐름은 실시간으로 계기판 아이콘을 통해 볼 수 있다.
급하게 가속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거친 숨소리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정숙성을 정말 잘 잡아서 고급 세단을 운전하는 기분마저 든다. 라이벌과는 사뭇 다른 XM3 E-테크 하이브리드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수한 감각에는 변속기가 큰 역할을 한다. 클러치리스 멀티모드 기어박스는 전기모터에 2단, 엔진에 4단이 맞물린다. 속도가 올라가는 과정에서 정확히 전기모터와 내연기관 변속이 몇 단에 물리고 빠지는지 알 수는 없다. 그리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탑승자는 그저 부드러운 주행질감과 정숙성만 경험 하면 된다.
고속에서 차를 강하게 몰아 붙일 때는 아쉬움이 살짝 드러난다. 속도 바늘은 올라가는 속도가 둔해지고 가속페달을 밟아도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다. 배기량에서 오는 한계를 무시할 수 없는 듯하다. 물론 차에 성격과 방향을 생각하면 큰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회생 제동은 무난하다.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이질감이 큰 건 더더욱 아니다. 적당한 답력으로 알맞게 차를 멈춰 세운다. 원 페달 드라이빙 조작 버튼은 따로 없지만 잘 세팅 된 회생 제동 덕분에 불만이 없다. 이 외에 엔진브레이크를 강하게 거는 듯한 효과를 주는 B모드가 있지만 심한 경사면이 아니면 일상생활에서 쓸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효율은 이 차를 구입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르노코리아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만큼 앞서 언급한 동력 성능은 모두 효율을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XM3 E-테크 하이브리드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 복합 효율은 17.4㎞/ℓ이며 이중 도심구간은 17.5㎞/ℓ, 고속도로는 17.3㎞/ℓ를 인증 받았다. 시승차는 18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 17.0㎞/ℓ, 도심 17.4㎞/ℓ, 고속도로 16.6㎞/ℓ다.
일상 속 도심 주행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숫자가 찍혀 있으며 고속도로에서 시원하게 달려도 ℓ당 20㎞ 이하로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 부산에서 울산까지 수 십 ㎞를 달렸지만 연료 게이지도 꿈쩍하지 않았다. 효율 운전에 집중하면 완충 시 800~900㎞는 거뜬히 갈 듯 하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 효자가 따로 없다. 배터리 잔여 용량과 운행 속도에 따라 100% 전기 주행이 가능한 EV모드는 덤이다. 회사는 "소비자들의 일상 운행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속 50㎞ 이하 도심구간에서 XM3 E-테크 하이브리드는 최대 75%까지 전기차 모드로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외관은 앞모습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우선 유럽 시장에서 르노 아르카나의 상위 트림에만 적용 중인 F1 다이내믹 블레이드 범퍼를 기본 적용해 멋을 냈다. 새 범퍼는 F1 머신 등 고성능 차의 공기 흡입구가 연상되는 형상으로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디자인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릴 안쪽 패턴도 바꿔 세련미를 더했다.
옆은 건 메탈 사이드 가니쉬와 B필러에 유광 블랙을 씌워 대비를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18인치 다이내믹 블랙 알로이 휠을 적용해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전용 색상인 일렉트릭 오렌지와 웨이브 블루도 신규 도입했다. 빛 굴절에 따라 강렬한 색을 보여주며 도로 위 시선을 훔친다. 여기에 인스파이어 디자인 패키지를 추가 장착하면 더욱 스포티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 부드럽게 내려앉은 트렁크와 직선을 강조한 테일램프는 그대로다. 다만 E-테크 배지를 한 켠에 붙였고 범퍼 아래쪽에 듀얼 테일파이프 형상을 추가해 기존과 차별화했다.
실내는 기존 XM3와 큰 차이가 없다. 전체적인 구성이나 디자인, 소재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과 UI구성, 센터페시아 중앙에 별도로 마련된 EV 버튼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편의 품목은 풍부하다. 무선 연결이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 및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가 새롭게 적용된 이지 커넥트 9.3인치 내비게이션에서는 차 안에서 편의점, 카페, 식당 및 주유소 등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주문∙결제부터 상품 수령까지 가능케 하는 인카페이먼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외에 전 트림에 오토 홀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차간거리경보시스템,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 차선이탈방지보조시스템(LKA), 오토매틱하이빔(AHL) 등의 주행 안전 및 편의 기능을 기본 장착했다. 인스파이어의 경우 여기에 고속화 도로 및 정체구간 주행보조(HTA), 이지 커넥트 9.3인치 내비게이션 등을 추가로 기본 제공한다.
인스파이어 트림에는 전자식 변속기 e-시프터가 더해져 기존 기계식 변속기보다 높은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한다. 또 사고와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24시간 전담 콜센터를 통해 긴급구조 신고 및 사고처리를 지원받을 수 있는 안전지원 콜 서비스와 실시간 티맵 네비게이션도 함께 지원한다.
XM3 E-테크 하이브리드는 합리적인 전동화 파워트레인으로 고물가 시대 최적의 대안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 수준의 주행 감각과 효율을 지니면서 단점은 말끔히 없애 폭 넓은 소비층을 어필한다. 현대적인 스타일과 상위 트림 구성으로 다양한 편의 및 안전 품목을 기본 탑재한 점도 만족스럽다.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한 르노코리아 구원투수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가격은 RE 3,094만원, 인스파이어 3,308만원, 인스파이어(e-시프터) 3,33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