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엔진 반응과 민첩한 감각 돋보여
-극단적으로 성격 바뀌는 서스펜션 특징
AMG는 최근 가장 주목할 만한 브랜드 중 하나다. 대배기량 고집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폭넓은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는 것. 전기 에너지와 결합시킨 53을 비롯해 43에 이어 콤팩트카 제품군에 넣은 35까지 AMG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누군가는 정체성이 사라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벤츠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동적인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히려 AMG 매력을 새로 경험할 수 있게 마련한다는 것은 장점이다. AMG A35도 그 중 하나다.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AMG로서 신규 소비층을 이끌기 위한 선봉장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밋밋하거나 스포티한 느낌만 내는 차도 아니다. 누구보다 화끈하게 달리고 즐겁게 운전할 수 있다. AMG A35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일반 A클래스 세단과 같다.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4,550㎜, 1,759㎜, 1,440㎜ 수준이며 국산 준중형 세단인 현대차 아반떼보다 살짝 작다. 그렇다고 눈으로 봤을 때 크기가 매우 작아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프론트와 리어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2,730㎜)를 극단적으로 늘린 덕분이다. 여기에 AMG 전용 보디킷이 어우러져 한층 풍부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날카로운 핀으로 감싼 앞범퍼 공기흡입구가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커다란 그릴에는 AMG를 상징하는 배지와 두툼한 바가 중앙 로고를 감싼다. 매끈한 보닛은 낮고 길게 내려앉아 역동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해치백을 통해 미리 본 적 있는 LED 헤드램프는 CLS와 매우 닮았다. 날카롭게 꺾이는 주간주행등 역시 인상을 강조한다. 옆은 숄더라인 아래로 선명한 캐릭터 라인을 넣어 뚜렷한 윤곽선을 보임과 동시에 볼륨감을 강조한다.
크고 긴 창문 형태는 정통 세단의 성격을 부각시킨다. 휠은 18인치 블랙 AMG 휠이 들어간다.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 맞물려 이상적인 조합을 이끌어낸다. 이와 함께 앞쪽 펜더에는 사륜구동을 뜻하는 4매틱과 터보 레터링이 존재감을 나타낸다. 또 공기를 바르게 펴서 빠르게 밖으로 내보내는 에어커튼도 달려 있다.
뒤는 다른 벤츠 제품에서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모습이다. 크기가 다소 큰 테일램프와 입체적으로 굴곡을 준 트렁크가 시선을 자극한다. 풍만한 뒤태를 바탕으로 A35 전용 범퍼는 차를 더욱 커보이게 만든다. 양쪽에 자리 잡은 매립형 배기구와 날렵한 디퓨저, 두툼한 블랙 투톤 장식도 아름답다. 소형차가 갖는 편견을 벗어 던질 수 있고 전체적인 디자인 비율과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실내는 작지만 알차고 기대 이상으로 고급스럽다. 유광 블랙 소재를 아낌없이 두르고 도어와 대시보드에는 알칸타라를 둘러 화려함을 강조한 결과다. 알루미늄과 가죽, 타공을 적절히 배치해 저렴한 이미지도 피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의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폰 통합 패키지를 비롯해 키레스-고, 앰비언트 라이트 휴대폰 무선 충전 기능 등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능도 알차게 들어있다.
평평한 대시보드 덕분에 시야가 좋다. 운전이 서툰 사람들은 반길만한 구성이다. 이 외에 센터페시아 디자인과 버튼 모양, 계기판 및 인포테인먼트 구성 등은 최신 벤츠의 세련미를 그대로 따랐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일품이다. D컷 모양으로 적절한 타공이 어우러져 손에 쥐는 맛이 좋다. 물리 버튼과 터치를 적절히 섞어 운전 중 버튼 조작도 한결 편하다.
스티어링 휠 뒤에 붙어있는 칼럼식 변속기 덕분에 상대적으로 센터 터널은 활용도가 높다. 크고 깊은 컵홀더를 비롯해 전체적인 높이가 낮아 몸을 움직여도 제약이 없다. 넓어진 터치 패드는 적응이 쉽지 않지만 한번 손에 익으면 제법 편하다. AI기반 음성인식 시스템 MBUX와 면적이 넓은 파노라믹 선루프 등 최신 편의 품목도 꼼꼼히 챙겼다.
소프트웨어 완성도 역시 훌륭하다. AMG 전용 계기판 그래픽은 마치 전투기 조종석에 앉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이 외에 AMG 퍼포먼스 UI에는 G-포스와 가속 및 감속 페달 양을 실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네 바퀴에 가해지는 힘과 균형도 파악 가능하다. 심지어 각 바퀴 온도까지 체크할 수 있어 트랙 주행 시 유리할 듯하다.
세단의 특징을 살린 2열은 제법 안락하다. 먼저 문이 열리는 각도가 커서 입구부터 개방감이 상당하다. 시트포지션이 낮고 등받이 기울기가 완만해 장거리 이동에도 피로도가 적다. 트렁크는 400ℓ가 살짝 넘는데 크기를 생각하면 무난하다. 분할 시트는 기본이며 양 끝을 움푹 파 놓아 골프백 하나 정도는 온전히 수납할 수 있다.
▲성능
작은 보닛 안에는 코드네임 M260으로 불리는 4기통 2.0ℓ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엔진이 들어있다. 여기에 AMG 스피드시프트 DCT 7단 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40.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에 불과하며 강한 힘은 벤츠의 지능적인 사륜구동 시스템 "4매틱"과 맞물려 노면에 전달된다.
시동을 걸면 앙칼진 사운드와 함께 등장을 알린다. 이후 주행을 이어나갈 때 느낌은 사뭇 색다르다. 무섭게 튀어나가며 재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머뭇거리거나 조금의 망설임은 허락하지 않고 시종일관 예민하게 반응한다. 일반 A클래스 세단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차를 운전하는 기분이다. 그만큼 차는 민첩하게 행동하고 속 시원하게 가속한다.
엔진 회전 질감이 일품이다. 고르면서도 순식간에 RPM을 올리는데 박진감이 넘친다. 자극적인 스로틀 반응 덕분에 일상 주행에서도 즐겁고 짜릿하다. 재미있게 다룰 수 있고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벤츠 세단은 여유롭고 부드럽게 달릴 줄만 안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라이벌과 비교해도 매콤하고 열정적으로 질주한다.
여기에는 변속기 역할이 8할은 차지한다. 활동폭이 광범위해 300마력이 넘는 출력을 아낌없이 활용할 수 있다. 3,000~4,000rpm에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5,500rpm을 넘어 레드존까지 치닫는 과정이 짜릿하다.
패들 시프트를 활용한 매뉴얼 주행 시에는 좀처럼 자동으로 변속하지 않는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변속 패턴을 맞추는 일은 온전히 운전자 몫이다. 차는 그저 판단을 믿고 행동으로 옮기는 역할만 한다. 그만큼 스포츠 드라이빙 실력은 저절로 늘어난다.
코너에서는 컴팩트카가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드러난다. 짧은 휠베이스와 가벼운 무게가 만나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의도한 만큼 정확하게 방향을 틀고 가열차게 코너를 통과한다. 아름답고 현란한 코너링에는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한몫 한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즉각적인 응답성과 높은 견인력을 함께 제공한다. 한계점이 높아 코너에서 꽤 잘 버텨주는 편이며 롤과 밖으로 벗어나려는 현상도 극히 적다.
여기에 토크 배분을 완전 전륜구동에서 50:50까지 자동 조절할 수 있는 4매틱, 주행 모드에 맞춰 탄탄하게 조여지는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까지 어우러져 반응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생각한 만큼 예리하게 코너에 꽂아 들어가는 느낌이 강해 중독성 있다. 리듬이 일정한 서킷에서 운전 스킬을 쌓을 수 있는 차로도 손색없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소리다. AMG 하면 기대하는 폭발적인 사운드는 들을 수 없다. 엔진음은 물론 배기음도 살짝 부족하다. 역동적으로 달리는 상황에서는 AMG 특유의 천둥치는 사운드가 더욱 그리워진다. 고성능 차에 있어 소리는 주행 감성을 높이고 드라이버 만족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부분에서 A35는 살짝 뒤처진다. AMG 막내라고 해서 소리까지 타협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총평
AMG A35는 언제 어디서나 화끈하게 달리며 운전자를 즐겁게 만든다. 즉각적인 반응과 깔끔한 손맛, 가뿐한 움직임이 어우러져 체급을 뛰어넘는 이상적인 실력을 드러낸다. 현대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품목, 벤츠 특유의 정교한 마감 및 고급 소재는 덤으로 얻어간다. 물론 이 차가 많이 팔리거나 대중의 인기를 얻는 포지션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컴팩트카 시장에서는 단연 돋보이며 흐름을 주도할만한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그만큼 메르세데스-AMG의 활동 영역을 넓혀줄 차이며 고성능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요 확대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내며 AMG와의 첫 만남을 기분 좋게 물들일 차가 분명하다. 메르세데스-AMG A35 4매틱 가격은 6,64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