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지속되면서 구매 심리 위축
-계약 취소 늘고 대기 기간 부쩍 줄어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에 따른 고물가, 고금리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면서 자동차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차 구입을 고려 중이던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구매를 포기하거나 계약 취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 일부 차종의 경우 대기 기간이 수 개월 줄어들 만큼 계약 이탈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기 국산차를 중심으로 계약 대기 기간이 줄어들고 있다. 판매 일선에 있는 한 영업사원은 최근 계약을 취소하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며 매월 시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취소는 대부분 금융 프로그램을 선택한 소비자라며 높은 금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주요 완성차 회사들의 판매조건을 보면 평균 5~7%대의 할부 금리를 형성하고 있다. 올해 초 2~3%대와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이다. 시중 흐름에 맞춰 금리를 올렸지만 구매를 앞둔 소비자로선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이 외에 판촉도 마땅한 혜택이 없어 구매 여부를 놓고 마음 속 갈등 중이라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실제 자동차회사 대부분이 구매 혜택을 전월과 동일하게 가져가는 상황이며 별도의 특별 할인 프로그램도 거둬 들였다. 또한 그나마 있던 차종별 혜택은 줄였다. 원자재 부족에 따른 출고 지연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고물가 현상까지 지속되자 판매 확대보다 수익 확보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그러자 구입을 미루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일도 빈번하다. 할부가 주를 이루는 자동차 구매 특성을 미뤄볼 때 지금 상황이 소비자로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덕분(?)에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계약 대기 기간이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짧게는 한 두 달, 많게는 수 개월 이상 단축되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두 가지 경우의 수로 반응이 나뉠 것으로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에 소비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자동차의 경우 일시적일 수 있다"며 "오랜 시간 차를 기다려야 되는 상황에서 지금의 금리는 차를 포기할 만큼의 큰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오히려 지금 상황이 무리한 충동 구매가 아닌 진짜 자동차 구입을 원하는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물가 상승이 정점을 지나고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숨통이 트인다면 오히려 대기자가 다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