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1t 디젤 트럭, 결국 사라진다

입력 2022년11월15일 00시00분 권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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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부터 LPG 및 전기 동력으로 대체

 시중에 나돌던 현대기아의 1t 디젤트럭 단종설이 사실로 파악됐다. 양 사는 오는 2024년부터 탄소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더이상 디젤 엔진을 소형 트럭에 탑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현대차 1t 포터 디젤은 7만6,413대(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판매됐다. EV도 1만5,805대에 달한다. 기아 봉고 1t 디젤도 2만1,196대에 이르고 EV는 1만728대가 공급됐다. 반면 봉고 1t에만 있는 LPG는 1만1,736대에 머물렀다. 두 회사의 1t 전체 물량을 합치면 연간 13만5,878대 가량인데 올해 1~9월 누적을 집계해도 10만3,653대로 인기 차종이다. 

 연간 14만대의 1t 트럭에서 디젤이 배제될 경우 그 자리는 LPG가 차지한다. 그야말로 LPG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형국이다. 노후 디젤차를 없애기 위해 LPG로 개조하거나 폐차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차라리 구매할 때부터 디젤을 배제하는 게 환경 측면에선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들어간 결과다. 

 1t 디젤 트럭 논란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국내 도로에서 운행되는 현대차 포터와 기아차 봉고 트럭은 2020년 기준 210만대로 전체 화물차의 69.2%를 차지한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 이들을 연료별로 분류하면 거의 대부분이 디젤이다. 전기트럭은 뒤늦게 보급이 시작됐고 LPG도 비중은 낮다. 그래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 조사에서도 이동오염원 가운데 배출가스를 가장 많이 내뿜는 부문은 포터와 봉고가 지배하는 소형 트럭으로 지목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환경부가 처음 도입한 배출가스 저감 대책은 노후경유차의 저공해 사업이다. 오래된 소형 트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많았던 탓에 예산을 들여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을 지원하거나 가급적 LPG 엔진으로 교체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저감장치를 부착해도 한계는 분명했다. 노후 경유차 수명이 저감장치 부착으로 더욱 노후화(?)되는 일이 벌어졌던 탓이다. 

 그래서 추가 도입한 제도가 노후 경유차의 폐차 유도 방안이다. 저감장치 부착 외에 차라리 오래됐다면 폐차로 운행 자체를 못하게 막는 방법이다. 연식에 따라 중고차 거래 가격 등을 감안해 폐차 지원금을 주고 다시 새 차를 사도록 했다. 이른바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금" 제도가 도입된 배경이다. 

 하지만 여기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지원금을 받아 디젤차를 폐차하고 다시 디젤차를 구매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그렇게 새로 구입한 디젤차는 10년 후 또다시 노후 경유차로 전환돼 배출가스 과다 차종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노후 트럭을 폐차하고 다시 새로 살 때 LPG 엔진 차종을 구입하면 보조금을 지급했다. 노후경유차를 폐차하고 다시 경유차를 사지 말라는 환경부의 강력한(?) 의지였던 셈이다. 덕분에 LPG 소형 트럭은 경유차 대비 경제성이 부각되며 구매가 살아났다. 물론 제조사의 공급 물량이 한정돼 확산은 제한적이었지만 오래된 중고차의 디젤엔진을 LPG로 바꾸는 사업보다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1t 전기 트럭도 논란이 됐다. 대당 2,400만원의 보조금을 주며 디젤 대체를 시도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전기 트럭을 살 때 보유한 디젤 트럭을 반드시 폐차하라는 규정이 없어서다. 지난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만5,891대의 1t 전기 트럭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실제 폐차된 1t 경유 트럭은 431대 뿐이다. 소형 전기트럭 보급에 2조원을 넘게 썼지만 디젤 감축 효과는 별로였던 셈이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논란이 되자 제조사가 종지부를 찍었다. 더이상 소형 디젤 트럭을 만들지 않겠다고 한다. 디젤 자리를 LPG와 전기로 대체하되 전기 트럭은 보조금에 따라 판매대수가 결정되는 만큼 LPG 중심의 소형 트럭 시장을 만들어 간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소형 디젤 트럭의 국내 판매 중단에는 치솟는 디젤 연료 가격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기름 값은 늘 변동되지만 이미 치솟은 경유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 말이다. 

 소형 트럭의 동력계 전환은 여러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유사 입장에선 디젤 사용 비중의 축소를 의미하고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만드는 사업 또한 필요성이 낮아지게 된다. 반면 LPG 사용량은 증가하고 관련 부품 기업은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1t 트럭의 동력 전환이 보여주듯 사실 자동차회사는 필요에 따라 동력발생에 필요한 에너지를 그저 선택할 뿐이다. 그러나 완성차기업의 에너지 선택이 이동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제조사가 어떤 연료로 동력을 만들 것이냐에 따라 관련 산업의 희비가 순식간에 엇갈리기 때문인데 그만큼 에너지 사용이 많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전동화 비중이 높아질수록 완성차기업이 수송 부문의 전력 유통 및 발전에 뛰어들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1t 디젤의 빈자리는 가급적 LPG가 채우겠지만 최대한 전기차로 메우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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