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주체는 정부일 뿐, 기업에 목소리 내는 것은 "황당"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이기적인 시위에 뿔이 났다. 사업 결정은 정부가 했는데 시공사가 현대건설이라는 이유로 일부 주민이 용산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어서다. GTX 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통과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 자체와 현대차그룹은 전혀 연관성이 없음에도 막무가내식 고성방가 사위에 더이상 인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목소리가 크면 호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시위 문화 자체도 이제는 근절돼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30일 업계 관계자는 "GTX 노선을 결정한 주체가 국토교통부인 만큼 시위 대상이 잘못됐다"며 "이는 기업 이미지 훼손을 노린 극도의 이기주의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실제 주민들이 엉뚱하게 현대차그룹을 타깃으로 삼자 국토부도 더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와 함께 주민들이 GTX 노선 우회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시위 비용을 어떻게 조달했는지 등의 불법이나 탈법을 조사할 계획이다. 은마아파트 주민의 불과 10%만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의 시위 문화를 되돌와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1~8월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한 불법 폭력 시위 적발 건수는 251건으로 지난 4년 평균치인 246건을 이미 넘어섰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법 테두리 내에서 특정 사안의 협상 당사자가 아닌, 제3자나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고의로 야기하는 이기적 시위가 늘었다는 점이다.
흔히 목소리가 큰 소수 집단이 마치 전체 의견인 것처럼 포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고 해서 미국에선 "왝더독(Wag the dog)"으로 부른다. 아침마다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는 전장연도 같은 맥락이다.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넘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시위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는 GTX-C 노선의 수정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협의 주체가 아닌 기업인 자택 앞에서 2주 넘게 막무가내식 민원성 시위를 이어가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들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지만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볼모로 한 무리한 시위라는 지적에는 귀를 닫고 있다. 남들이야 피해를 입든 말든 알 바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시위 참가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일부 주민들이 시위 참가자에게 현금 지급을 제안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한다. 시위를 돈 주고 사는 셈이다. 그러자 참지 못한 다른 주민들이 이들의 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대도 비슷하다. 전국 44만 화물차 운전자 중 화물연대에 가입한 사람은 2만2,000명 수준으로 가입률은 5% 남짓이다. 하지만 일부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파업 불참을 이유로 운행 중인 비노조원 화물차를 향해 쇠구슬을 쏘거나 운행을 가로막는 행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지난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시위 방식에 대한 설문을 했다. 그랬더니 응답자 가운데 73.4%가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이 과격하되 시위를 위한 시위에 반대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소수가 다수의 뜻을 왜곡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너무나 많다"며 "이해 관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전문가들이 해결책을 논의하는 방식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