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이름 한 마디로 끝내는 차, 현대차 그랜저

입력 2022년12월08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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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영광 되살린 디자인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가치 제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승용차이자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가 7세대로 거듭났다. 새 그랜저는 완전히 바뀐 플랫폼과 함께 1세대 그랜저를 재해석한 디자인, 다양한 첨단 품목으로 중무장했다. 차체는 길이가 5m를 훌쩍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대형차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국산 대표 세단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한 새 그랜저를 만나봤다.



 ▲각그랜저의 디지털화
 외관은 웅장한 차체 속에서 1세대 그랜저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차가 디자인 헤리티지를 강조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면부는 앞서 스타리아를 통해 선보인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와 그릴 통합형 헤드램프로 가득 채웠다. 주간주행등, 방향지시등의 기능을 포함한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는 끊김없이 좌우로 길게 뻗어 차폭을 강조한다.




 측면은 우아하면서도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을 보여준다. 차체에 비해 그린하우스를 뒤쪽으로 몰아넣고 캐릭터라인을 뒤로 갈수록 아래로 흘려 후륜구동 세단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여기에 직경 20인치의 휠을 끼워 하지만 프론트 오버행도 제법 길어 독특한 비례가 완성됐다. 오토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은 손으로 잡고 당길 때의 감각이 어색하지 않은 구조를 지녔다. 차체 사방을 두르는 검정색 밴드와 C필러의 오페라 하우스는 1세대 그랜저의 유산으로 존재감이 상당하다.


 후면부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수평 형태의 요소들로 구성했다. 덕테일 스타일의 트렁크 리드는 길게 이은 LED 테일램프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범퍼 아래에 따로 배치해 산만한 느낌이다. 트렁크는 현대 엠블럼 내부의 12시 방향 공백을 누르면 열 수 있도록 깔끔히 마감했다.



 실내는 반듯한 대시보드 구조가 두드러진다. 여기에도 옛 그랜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계기판과 메인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패널로 묶은 심리스 디자인,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 그것이다. 특히 스티어링 휠은 스포크가 하나였던 1세대 그랜저의 것을 트렌드에 맞게 버튼들을 추가하며 3스포크로 재구성했다. 스티어링 휠은 현대 엠블럼 대신 4개의 도트를 박아넣었다. 4개의 점은 모스 부호로 현대의 약자인 "H"를 의미한다. 현대의 상징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여기엔 주행 상황에 따라 점등하는 인터랙티브 라이트를 적용해 활용도를 높였다.






 스티어링 휠 뒤편엔 큼지막한 칼럼식 기어 레버를 배치했다. 전·후진 조작이 직관적이고 변속을 위해 손을 센터콘솔까지 뻗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12인치 크기의 가상 화면에 다양한 정보와 그래픽을 띄운다. 앰비언트 램프는 주행모드, 공기청정, 스쿨존 주행 등 상황에 따라 색상을 달리해 새로운 사용자 환경을 조성한다. 이밖에 센터콘솔 UVC 살균 기능, 하이패스를 포함한 차내 결제 시스템, 빌트인캠 2 등의 편의품목도 그랜저를 채우고 있다.






 착좌감은 나파 가죽이 책임진다. 운전석의 경우 에르고 모션 시트를 반영했다. 뒷좌석은 다리 공간이 광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머리공간은 날렵한 루프 라인과 선루프로 인해 조금 손해를 봤다. 하이라이트는 리클라이닝 기능이다. 시트를 앞으로 당기면서 좌석 등받이를 눕히는 방식이다. 앞 동반석까지 밀어내면 리무진 수준의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통풍·열선 기능도 갖췄다. 센터 콘솔에는 컵홀더와 오디오, 리클라이닝 버튼을 배치했다. 전동식 블라인드는 별도의 버튼 없이 윈도우 버튼을 한 번 더 조작하는 것으로 여닫을 수 있어 새롭다. 트렁크 용량은 480ℓ다.

 ▲고효율 자연흡기 엔진의 가치
 그랜저는 엔진에 따라 2.5ℓ, 3.5ℓ의 가솔린과 1.6ℓ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3.5 LPI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시승차는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36.6㎏·m를 발휘하는 V6 3.6ℓ 가솔린을 얹었다. 8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기아 카니발, K8과 공유하는 스마트스트림 동력계다. 가속력은 차의 성격에 맞게 부드럽고 강하다. 초반, 중속 모두 고른 성능을 보이며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건재함을 과시한다.


 시승차에 탑재된 AWD는 3.5ℓ 엔진 제품에서만 고를 수 있다. 평소엔 앞바퀴를 굴리다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뒷바퀴로 배분한다. 때문에 일상 주행에선 AWD의 진가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인 주행안정성은 높을 수밖에 없다.

 연료 효율은 복합 9.0㎞/ℓ(AWD·20인치 휠, 도심 7.7㎞/ℓ, 고속 11.2㎞/ℓ)를 인증 받았다. 실제 고속도로 중심의 짧은 시승에서는 한 때 12.2㎞/ℓ까지 올라갔다. 타력 주행 시 중립 모드를 지원해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전방 주행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변속하는 예측 변속 시스템도 높은 효율을 거든다.



 승차감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활용하던 품목을 대거 흡수했다. 전방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적합한 감쇠력을 발휘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능동형 소음 제어 시스템인 ANC-R이 그것이다. 노면과 주변의 물리적인 상황을 적절히 걸러내는 덕분에 플래그십 세단에 걸맞은 주행 감각을 즐길 수 있다. 역동성보다 편안함에 집중한 결과다. 이밖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전방 충돌방지 보조 2를 포함한 운전자보조시스템도 제네시스와 공유한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그랜저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가 세단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낸 차다. 제네시스와의 경계도 명확하지만 본래부터 자존심이 강한 차라 많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매력 포인트가 넘친다. 과거 성공의 상징이었던 차는 다른 의미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또 한 번의 진화를 이뤄낸 셈이다. 출시 전부터 뜨거운 시장의 반응이 방증한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은 3,716만~5,264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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