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 재건축 추진위 한남동 인근 집회 사실상 금지
-GTX-C 노선 변경 협의 주체는 기업 아닌 정부
-행복추구권 및 사생활 보장 침해하는 시위 엄격 제한 집시법 개정도 언급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막무가내로 시위를 진행하던 은마아파트 입주자들에게 법원이 결국 제동을 걸었다. 정당하지 못한 시위인 데다 다른 사람의 기본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전보성)는 지난 9일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등 일부 주민들의 한남동 주택가 시위에 대해 사생활 보호와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 대부분을 금지시켰다.
법원의 결정으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마이크, 확성기 등 음향증폭장치를 사용하거나 구호 제창, 음원 재생 등의 방법으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모욕적 발언 또는 이와 유사한 내용의 주장을 방송하거나 노동가요 재생 등이 금지됐다. 또한 피켓 등을 들거나 현수막 등이 부착된 자동차의 주정차 및 운행도 불허됐다. GTX-C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 자체가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재판부는 "표현 및 집회의 자유는 기본권이지만 관련이 없는 사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라는 점에서 개인 또는 단체의 표현 행위가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휴식권, 사생활의 자유 또는 평온이 보장돼야 할 개인 주거지 부근의 집회는 정당한 권리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소수의 주장 관철을 위해 제3자를 포함해 이해 관계가 없는 다수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을 볼모로 삼는 행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집회 및 시위권 못지 않게 행복추구권과 인격권 또한 보호받아야 할 권리라는 것. 이에 따라 앞으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시위 등이 일부 제약될 가능성도 열렸다.
실제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 가운데 절반은 소음, 모욕, 표현 방식 등이 도를 넘는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여야가 처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중 일부는 정부의 GTX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지난달 12일부터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GTX 노선 공사를 현대건설이 한다는 이유로 사업 주체인 정부가 아니라 기업 경영인을 표적으로 삼은 것. 이에 대해선 은마아파트 주민들도 지나치다는 입장을 냈지만 강경파 일부 주민들의 시위는 계속됐다. 결국 참다 못한 현대차그룹이 집회 금지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시위 참가에 주민들이 아닌 전문 시위 집단이 참여해 건설 과정에서 또 다른 이익을 원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추진위와 국토부, 시공사가 추가 우회안을 내기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