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발표 직후부터 정부와 국회 초당적으로 한국차에 대한 차별 해소 촉구
-정부와 기업, 원팀으로 협력해 미국 상·하원에서 수정 입법 발의 이끌어
한국 정부가 미국 재무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개정에 국내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월초와 12월초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에 따라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서 정부는 8월 IRA 발표 직후 선제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한 것.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도 나섰다. 9월초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한미 정부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다. 윤석열 대통령과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은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美 행정부 관료들과 美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국회도 나섰다. 8월 말에는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으며, 9월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시켰다. 이에 대해 미국 외신은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는 평가를 내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을 반기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1월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벗고 뛰었다"며 "다른 국가보다 먼저, 또한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정부와 국회는 한국 기업들과 원팀으로 힘을 합치며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이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the 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한 것. 이어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도 발의됐다. 전문가들은 "연내 법 개정은 힘들 수 있지만, 중간선거와 레임덕 의회라는 정치적인 제약 속에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국 의회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정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에도 나선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한 바 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을 적용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