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전동화로 스며들다, 현대차 그랜저 HEV

입력 2022년12월16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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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대에 이른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명맥
 -고유가 시대 새 플래그십 세단 제시

 전동화로 향하는 자동차의 흐름은 그랜저도 피할 수 없었다. 두 세대 전부터 하이브리드를 적용하고 있는 배경이다. 7세대인 신형 그랜저는 전동화에 유리한 새 플랫폼과 참신한 디자인, 첨단 기능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에 힘을 더 실어줄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 어쩌면 새 그랜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동력계를 담은 그랜저 HEV를 시승했다.



 ▲티 내지 않은 플래그십의 전동화
 외관은 가솔린 제품과 완전히 같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꿀 법한 휠도 그대로다. 신형 그랜저는 웅장한 덩어리감과 섬세하게 다듬은 면 처리가 돋보인다. 수평형 LED 램프, 다이아몬드 패턴의 대형 그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1세대 그랜저의 디자인 유산도 특징이다.







 측면은 세단 특유의 3박스 스타일을 여실히 보여준다. 탑승공간을 뒤쪽으로 밀어내고 캐릭터라인을 뒤로 갈수록 아래로 처지게 해 우아한 후륜구동 세단의 자태가 만들어졌다. 오토 플러시 타입 도어 핸들은 주행 중 공기저항을 줄여 효율 향상에 한 몫 한다.

 후면부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수평 형태의 요소들로 짜 맞췄다. 덕테일 스타일의 트렁크 리드는 길게 이은 LED 테일램프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방향지시등과 후진등은 범퍼 아래에 따로 배치했다.








 실내 역시 가솔린 제품과 거의 동일하게 반듯한 대시보드 구조가 반긴다. 옛 그랜저의 흔적이다. 1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모사한 3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마찬가지다. 큼지막한 칼럼식 기어 레버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앞으로의 현대차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이브리드는 계기판에 전동화를 반영한 몇 개의 그래픽을 추가했다. 센터페시아의 메인 디스플레이도 하이브리드 모드를 추가해 언제 어떻게 배터리를 충전하고 모터를 구동하는지 알려준다. 

 편의품목은 보스 오디오 시스템, 센터콘솔 UVC 살균 기능, 하이패스를 포함한 차내 결제 시스템, 빌트인캠 2 등이 그랜저의 가치를 높인다. 12V 배터리가 방전됐을 경우 고전압 배터리로 엔진 시동을 거는 배터리 리셋 기능도 준비했다. 이미 현대차·기아의 HEV 제품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부분 전동화의 장점을 잘 살린 품목이라 할 수 있다.




 착좌감은 나파 가죽이 책임진다. 운전석의 경우 에르고 모션 시트를 반영해 편안한 운전을 돕는다. 뒷좌석은 다리 공간의 여유가 두드러진다. 머리공간은 날렵한 루프 라인과 선루프로 인해 조금 손해를 봤다. 가솔린 제품에서 선택 가능한 리클라이닝은 사라졌다. 좌석 아래에 고전압 배터리를 얹으면서 리클라이닝에 필요한 부품을 넣을 수 없게 됐다. 뒷좌석 통풍 기능이 빠진 이유와 같다. 대신 전동식 블라인드는 별도의 버튼 없이 윈도우 버튼을 한 번 더 조작하는 것으로 여닫을 수 있어 직관적이고 간결하다. 트렁크 용량은 480ℓ로, 가솔린 제품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전 세대 그랜저보다 35ℓ가 줄었다.

 ▲군더더기 줄인 주행 감각
 그랜저 HEV의 파워트레인은 시스템 최고출력 230마력, 최대토크 35.7㎏·m를 발휘한다. 최고 180마력의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60마력급 모터를 결합한 구성이다. 6단 자동변속기와 함께 싼타페, 기아 K8, 쏘렌토의 HEV와 공유한다. 속도를 올리는 감각은 편안함을 지향하는 차의 성격에 따라 조율했다. 4기통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특성상 출발이나 저속 구간에서 엔진 시동이 걸릴 때의 이질감은 남아있다. 하지만 이후 속도에선 무뎌진다. 변속 과정도 의외로 매끄러워 "6단"이라는 아쉬움을 잊게 만든다. 동력성능은 2.5ℓ와 3.5ℓ 가솔린의 중간 수준으로, 강력하진 않지만 힘든 내색을 잘 보이지 않는 감각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의 핵심으로 꼽히는 연료 효율은 복합 15.7㎞/ℓ(20인치 휠, 도심 15.4㎞/ℓ, 고속 15.9㎞/ℓ)를 인증 받았다. 휠 직경을 18인치로 줄이면 인증 수치는 18.0㎞/ℓ까지 높일 수 있다. 도심 위주의 짧은 시승에서는 한 때 17.2㎞/ℓ까지 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배터리를 키우고 모터를 적극적으로 작동시킨 덕분이다. 평소 주행 시 인증 수치 이상의 효율을 충분히 기록할 수 있을 것 같다.

 주행모드는 에코, 스포츠, 개별설정의 세 가지를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효율을 높이되 필요할 땐 동력 성능을 마음껏 뽑아낼 수 있도록 간략하게 정리한 구성이다. 회생 제동 시스템은 있는 듯 없는 듯 감속 시 동력을 회수하며 배터리를 충전한다.

 승차감은 제네시스 브랜드에 활용하던 품목을 대거 활용해 개선했다. 전방 노면 정보를 미리 인지하고 적합한 감쇠력을 발휘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능동형 소음 제어 시스템인 ANC-R은 노면과 주변의 물리적인 상황을 충분히 잡아낸다. 이밖에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전방 충돌방지 보조 2를 포함한 운전자보조시스템도 제네시스와 공유한다.



 ▲주력으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
 새 그랜저 HEV는 3세대 동안 쌓아온 하이브리드 노하우를 플래그십 세단에 잘 녹여냈다. 낮은 엔진 배기량은 한계 대신 다운사이징의 강점을 보여주며 성능과 효율을 다 챙긴 느낌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상당한 것 같다. 고유가 시대와 맞물리면서 그랜저 전체 계약대수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어느덧 그랜저와 하이브리드는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신형 그랜저 HEV의 가격(개소세 인하 및 세제 혜택 반영)은 4,233만~5,121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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