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누적 10만대 넘기며 성장세 전환
-캐스퍼와 레이 등 신차 효과 커
-백오더 물량과 지속 성장 가능성은 아직
경차는 올해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준 세그먼트 중 하나다. 꾸준한 판매 상승으로 흐름을 주도한 결과 누적 10만대를 가뿐히 넘기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 하지만 자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계약 대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상황에서 인기와 판매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차 실적은 화려하다. 11월까지 국내 누적만 12만2,453대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0%나 상승했다. 2년 만에 다시 10만대 회복을 이뤄냈고 전년 대비 판매가 늘어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반등에 성공한 건 19년 만에 부활한 현대차 캐스퍼 역할이 컸다. 본격적으로 판매에 불을 지핀 올해에만 11월까지 4만4,493대를 기록하면서 현대차 내에서 판매 4위를 차지했다. 차별화된 제품 특성과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적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라이벌인 기아 레이 역시 부분 변경을 통해 수요를 환기시키며 전년 대비 21.6% 오른 4만257대를 기록 중이다.
경차 세그먼트 상승 전환은 분명 반길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암울한 전망이 쏟아진다. 먼저 30년 간 자리를 지켜온 쉐보레 스파크는 단종을 앞두고 있다. 차세대 CUV 생산을 위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예정이다. 이 외에 기아 모닝 역시 앞뒤 인상을 조금씩 고친 상품성 개선 제품만 나온 만큼 노후화가 진행 중이라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다.
이렇게 되면 신차 효과를 보여줬던 캐스퍼와 레이 활약이 지속돼야 하는데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캐스퍼의 경우 약 1달 정도의 대기 기간이 고작이다. 몇몇 옵션을 제외하면 일주일 내에 출고되는 수준이다. 그만큼 계약이 점차 줄어든다는 의미다. 레이 또한 상반기와 비교할 때 출고 기간이 앞당겨졌다.
업계에서는 고금리 및 고물가에 따른 계약 취소, 향후 선택지 감소 등을 미뤄볼 때 경차 시장의 긍정적인 흐름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꾸준한 핀셋 마케팅과 상품구성이 뒷받침돼도 시장 자체의 확대가 쉽지 않아서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경차 상승 곡선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트림을 제공해 선택폭을 넓히고 있다. 캐스퍼는 리적인 가격에 탄탄한 상품구성을 갖춘 "디 에센셜"을 추가하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고 레이는 최상위 그래비티 라인업을 마련해 고급화 전략을 선택했다. 또 가솔린 1.0 밴 등 트림별 전용 판촉을 통해 구매 촉진에 힘을 쓰고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