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맥라렌 GT타고 500㎞를 달렸다

입력 2022년12월2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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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고 편하게 장거리 투어 떠날 수 있어
 -폭발적인 성능과 깔끔한 움직임 여전해

 슈퍼 스포츠카는 빠른 성능을 무기로 보다 완벽한 움직임을 1순위에 둔다. 이는 곧 기록으로 연결되고 브랜드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반면 편안한 주행과 안락한 승차감은 대척점에 서 있다. 차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와 성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하이엔드 슈퍼 스포츠카 회사들은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채우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바로 장거리 투어에 적합한 GT카 세그먼트가 그 주인공이다.

 맥라렌은 GT카 만들기에 누구보다 진심이다. 빠르면서도 쾌적하고 여유롭게 이동을 원하며 운전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전달하려 노력한다. 그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이며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집중한다. 심지어 GT를 차 이름으로 사용할 정도다. 맥라렌이 바라는 그랜드투어러 조건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맥라렌 GT를 타고 서울과 강원도 왕복 약 500㎞에 이르는 거리를 달리며 느껴봤다.

 서울 삼성동에서 출발해 강원도 양양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막히는 도심 구간을 통과했다. 차는 시동을 거는 순간 우렁찬 소리를 내지만 이내 숨을 고르고 차분한 자세를 유지했다. 가속페달을 밟고 주행을 이어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조용하고 진중하게 움직인다. 거친 엔진음과 배기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며 거슬리는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느끼기 힘들다. 가속 페달도 묵직한 편이라서 한결 다루기 편하다.

 높게 설정할 수 있는 시트포지션과 넓은 시야는 편한 운전에 힘을 더한다.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보다 위에 바늘이 찍혀있고 깜짝 놀라게 된다. 넓은 차체가 바람을 이용해 차를 짓누르며 다운포스를 만들어낸 덕분이다. 빠르게 달려도 차가 흔들리거나 붕 뜨는 느낌을 찾아볼 수 없다. 바닥에 바짝 붙어 몸을 낮추고 열심히 전진할 뿐이다.

 고속도로에서는 한결 쾌적하고 여유롭게 질주한다. 풍부한 힘을 바탕으로 언제든지 더 달리라고 운전자를 보채는 것 같다. 실제 차체 가운데에는 V8 4.0ℓ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7단 DCT 변속기가 들어있다. 

 최고 620마력, 최대토크 64.2㎏∙m의 성능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3.2초, 최고시속은 226㎞다. 동력계는 맥라렌에서 두루 사용하는 범용 엔진이다. 또 플래그십 라인업 720S에도 같은 유닛이 들어간다. 

 엔진을 공유한다고 밋밋한 성격은 절대 아니다. GT에 맞춰 세팅값이 전부 달라졌으며 고속주행을 해보면 차이점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컴포트에서는 한 없이 나긋하고 스포츠에서는 누구보다 역동적으로 내달린다. 빠르면서도 운전에 대한 큰 부담이나 피로가 덜하다는 뜻이다. 평범한 세단을 모는 것처럼 적응이 쉽고 그만큼 고출력 슈퍼 스포츠카는 다루기 힘들 것 같다는 편견을 지우기에도 충분하다. 

 강원도 땅에 들어와서는 고속도로를 나와 산길로 향했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는 맥라렌 고유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가공할만한 실력을 앞세워 거침없이 달려나간다. GT카 성격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온전한 슈퍼 스포츠카 정신만 남았다. 후련하게 계기판 바늘을 꺾고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느낌이 사뭇 새롭다. 

 무엇보다 흔들림 없는 자세와 깔끔한 코너링 실력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는 맥라렌 전매특허인 경량 카본 파이버 "모노셀 II(MonoCell II)" 섀시가 큰 역할을 차지했다. 무게와 강성에서 이점을 보이며 차의 완성도를 높였고 와인딩로드에서 큰 믿음으로 다가온다. 그 결과 1,530㎏ 수준에 머무르는 가벼운 몸무게를 적극 살려 속 시원한 가속을 뿜어낸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주행에 도움을 주는 각종 요소의 합도 좋다. 먼저 "프로액티브 댐핑 컨트롤 서스펜션 시스템"은 각각의 서스펜션이 주행상황에 따라 독립적 혹은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민감도 차이가 큰 편이며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면의 흐름을 가감 없이 전달해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최적화 한 차체 제어를 위한 알고리즘인 옵티멀 컨트롤 시어리는 전방 도로의 정보를 미리 파악,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은 좀처럼 나올 수 없다. 겨울철 산 정상을 향해 갈수록 노면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열정 있게 운전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직관적인 핸들링은 기대 이상의 요소다. 조금만 각도를 틀어도 차는 절도 있게 반응하며 군더더기 없이 말끔한 자세를 연출한다. 코너 진입과 탈출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며 전체적인 차의 주행 퀄리티를 높인다. 스티어링 휠이 살짝 묵직하긴 하지만 집중도 높은 주행을 이어나갈 때는 오히려 지금의 세팅이 더 낫다. 맥라렌은 모터스포츠 피가 흐르는 정통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순식간에 산을 점령하고 마침내 양양에 도착했다. 이후 숨을 고르면서 차를 살펴봤다. 한눈에 봐도 넓고 낮으며 큼직한 차체가 시선을 끈다. 굵직한 선 대신 부드러운 곡선을 사용했고 외관을 꾸미는 각 요소들도 과격한 시도는 하지 않았다. 

 주간주행등을 비롯해 작고 날렵한 헤드램프는 단정하게 마무리했고 과격하게 뚫려있던 공기흡입구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프론트 스플리터와 사이드스커트 등에는 유광 블랙으로 처리해 고급감을 높였다.

 옆은 맥라렌 GT의 핵심이다. 길죽한 차체와 유연하게 흐르는 도어 및 루프라인이 아름답다. 거대한 공기흡입구는 뒤쪽 엔진 열을 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뒤 펜더와 어우러져 볼록 튀어나와 있는데 시각적으로 만족이 높다. 이 외에 조각품을 보는 것 같은 사이드 미러와 버터플라이 도어는 압권이다. 주변을 단번에 사로잡고 오너의 자부심까지 들게 하는 포인트다. 

 실내는 고급 세단과 같은 분위기를 낸다. 안락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탑승자를 맞이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가죽의 양이 상당하다. 패널을 덮는 거의 모든 부분은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했다. 스티치의 형상과 스피커를 감싸는 알루미늄 커버, 각종 버튼도 전부 정교하게 마무리했다.

 스티어링 휠은 단순하다. 버튼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으며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베일 것 같은 날카로운 패들시프트도 인상적이다. 풀 디지털 계기판과 세로로 꾸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결합돼 정보를 제공한다. 공조장치 그래픽에도 헬맷을 쓰고 있는 걸 보면 차의 정체성을 알 수 있다.

 사실 실내 곳곳에서 맥라렌의 본질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타고 내릴 때 문턱이 상당하다. 이와 함께 매우 좁은 발 공간은 경주차 운전석에 앉아있는 기분까지 들게 한다. 실제로 역동적인 주행을 할 때도 서킷 위라고 착각이 들 정도다. 그 정도로 낯설면서도 신선한 드라이빙 감각을 보여주는 차다.

 센터 터널은 시동 및 변속기와 함께 주행에 즐거움을 주는 버튼들로 가득하다. 한 번 조작법을 익히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탄소섬유 대신 개방감이 높은 선루프를 탑재한 점도 GT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 외에 바워스 앤 윌킨슨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선명한 소리는 장거리 크루징에 훌륭한 동반자가 된다. 수납은 꽤 많은 편이다.

 3개의 컵홀더와 도어 안쪽에 위치한 깊은 공간, 글러브 박스와 콘솔박스도 나름 알차게 꾸며져 있다. 트렁크도 앞뒤에 각각 마련됐는데 신기술이 적용돼 쓰임새가 좋다. 420ℓ의 공간을 제공하는 뒤 트렁크는 전동식으로 열리며 "슈퍼 패프릭" 신소재를 적용해 엔진 열이 올라오는 걸 막아준다.

 육각형 돌기가 나 있으며 그물망 및 고리를 연결해 흔들림도 최소화 했다. 네모 반듯하지 않지만 라이벌과 비교해 무척 유용한 공간이다. 참고로 회사 측에 따르면 185cm 2쌍의 스키를 넣을 수 있고 골프백 하나도 충분히 들어간다고 밝혔다. 앞쪽 보닛에는 150ℓ의 넓은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맥라렌 GT는 다채로운 능력으로 탄생한 새 슈퍼 스포츠카다. 빠르고 역동적인 브랜드 특유의 성격을 간직한 체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편안함까지 갖췄다.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다양한 성격의 차를 모두 다 경험할 수 있으며 매번 색다른 피드백도 받는다. 

 매번 특별한 즐거움을 제공하고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믿음과 자부심도 커진다. 그랜드 투어러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며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맥라렌 GT의 고귀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격은 2억8,20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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