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 저감 방안으로 수소산업의 적극 육성을 내걸면서 수소 관련 스타트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수소산업 생태계에서 수소연료전지보다 수소 시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소 생산 방안에 이목이 쏠리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선 수소의 생산과 관련된 스타트업이 1~2곳에 불과해 이들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2일 수소 업계에 따르면 청록수소 전문기업으로 주목받는 스타트업 "제로시스(대표:노용규)"는 지난해 연말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제로시스의 열분해 수소생산 방식은 천연가스나 바이오 메탄을 사용하지만 생산공정에서 개질 수소와 달리 수증기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며 부산물로 매우 유용한 고체 탄소가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에너지로, 고체 탄소는 다양한 소재 부품의 원료로 활용돼 경제성이 확보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제로시스는 최근 매립된 쓰레기에서 분출되는 심각한 온실가스로 여겨지는 메탄에서도 수소와 탄소를 확보해 각 소재를 원하는 곳에 공급, 수소산업생태계와 그린 환경 산업의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소의 고효율 생산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수소가 함유된 물질이라면 어떤 것이든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사 노용규 대표(사진 오른쪽)는 "음식물이든 플라스틱 쓰레기든 분해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수소 생산원료로 삼을 수도 있고 바닷물에 버려진 해양 플라스틱을 수거해 기름으로 만들면 그 자체가 수소 생산의 원료가 될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수소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지금은 부생 수소를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해도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가격이 비싸다"고 강조했다.
사실 노 대표는 제로시스 창업 이전까지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사업실에서 수소 전기차 "넥쏘" 개발에 매진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넥쏘 개발을 진행하며 이동 수단 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수소의 경제적 생산임을 깨닫고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 생산 효율 향상이 가능한 특허 취득 후 창업에 나섰다. 그리고 해당 기술은 최근 세계적인 다국적 에너지기업 슐렘버거의 집중적인 관심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제로시스가 시선을 집중하는 부문도 수소 생산 원료다. 저마다 신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 수소를 얻는 그린 방식을 내세우지만 그린 수소의 경제성 자체가 여전히 낮다는 것. 오히려 노 대표는 수소의 생산 원료로 버려지거나 매립되는 쓰레기 및 음식물, 가축 분뇨 등을 주목한다. 그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분출되는 메탄가스를 발전 연료로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한다"며 "태우는 것보다 수소와 고체 탄소로 추출해 각자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훨씬 많이 줄이는 것이고 이때는 배출권도 확보할 수 있어 충분한 경제성이 담보된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최근 해양 폐기물을 수거해 기름을 만드는 기업과 해당 기름을 수소 생산의 원료로 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해양 폐기물은 수거 행위만으로도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데 수거된 폐기물을 다시 육지에 매립하거나 소각하지 않고 오히려 재생 기름의 원료로 사용하면 이익이 추가된다는 것. 여기서 더 나아가 기름에서 수소를 분리해 사용하면 완벽한 탄소 감축과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는 중이다.
노 대표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의 생산 규모를 크게 구축하는 곳은 대기업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경제성 때문"이라며 "그린 수소가 궁극의 지향점은 맞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소를 만들어 팔고 싶은 기업은 없는 만큼 최근에는 천연가스 와 바이오메탄 인프라를 기반으로 청정수소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수소생산,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로서 고체 탄소의 소재 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청록수소(Turquoise Hydrogen)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많이 찾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로시스는 이번 시드 투자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소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력, 투자 유치는 물론 수소 경제성 확보에 우선적인 사업 목적을 둔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