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주도하는 아이코닉 다수
-신형 앞세워 도약 준비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검은 토끼를 상징하는 계묘년으로 예부터 만물의 번영과 성장을 상징하는 영물로 여겨져 왔다. 자동차 역사에도 토끼띠에 등장한 차들은 줄곧 시대를 주도하고 아이코닉 역할로 존재를 키워왔다. 이와 함께 일부 차종은 올해 상품 개선을 통해 명맥을 이어갈 예정이다. 새해를 맞이해 대표적인 토끼띠 차들을 모아봤다.
▲1963년 – 포르쉐 911
60년전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역사에 남을 차 한대를 출시한다. 356 후속으로 내놓은 911이 주인공이다. 포르쉐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아들인 페리 포르쉐와 친손자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의 손으로 탄생했다. 정확히는 페리 포르쉐가 개발 전반을 맡았고 알렉산더 포르쉐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911은 당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신선한 구성과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개구리처럼 생긴 패스트백 디자인과 동그란 헤드램프, 엔진이 뒤쪽에 배치되는 수평대향 배치 및 RR 방식 등 파격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냈다. 사실 코드네임은 901이었다. 하지만 푸조가 차명에 "0"을 사용해 "911"로 개명했다.
등장과 동시에 사람들은 특별한 모습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독보적인 실력을 인정받으며 열광했다. 디자인과 성능을 모두 잡으며 명실상부 독일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로 자리잡게 된다. 포르쉐 역시 인기에 부합하기 위해 꾸준히 신형을 출시했다. 맨 처음 선보였던 기본 구조를 지키면서 성능과 주행 완성도에 집중한 게 특징이다.
시대를 거듭하면서 쿠페는 물론 오픈톱 구조의 타르가, 카브리올레, 트랙에 집중한 GT2, GT3, GTS 등을 선보였고 파워트레인 역시 후륜구동과 사륜구동, 수랭식 자연흡기, 터보엔진으로 확장됐다. 이 속에서도 정통성을 확고히 지켜나간 911은 어느덧 8세대로 진화해 자동차 애호가들로부터 여전히 손에 꼽히는 드림카로 남아있다.
▲1975년 – BMW 3시리즈
3시리즈는 토끼띠에 태어난 대표 세단 중 하나다. 1960년대 등장한 BMW 2002의 후속으로 컴팩트한 차체에 운전 재미를 강조한 성능, 브랜드에서 처음 시도하는 디자인 등을 통해 주목을 끌었다. 옛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한 세로형 그릴과 각진 차체, 동그란 램프가 인상적이었고 실내 구성을 완전히 바꿔 새 변화를 주도했다.
3시리즈는 후륜구동을 기본으로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 등 조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갖추고 각종 모터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라이벌과 차별화된 스포츠 세단 이미지를 구축했으며 BMW 입문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회사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 판매 확대에 나섰다. 3세대부터 세단을 기반으로 쿠페와 컨버터블, 왜건까지 라인업을 넓혔고 4기통과 6기통, 디젤까지 폭 넓게 준비해 수요에 대응했다. 이 외에 M3를 필두로 고성능에도 열을 올리며 주력 라인업으로 보폭을 키웠다. 반응은 뜨거웠고 현행 7세대까지 1,550만대를 거뜬히 넘기며 세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11월에는 부분변경 3시리즈가 국내 선보인 바 있다. 램프와 범퍼 주변을 새로 다듬었고 12.3인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와 14.9인치 컨트롤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BMW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실내에 둘러 상품성을 높였다. 또 토글형 기어 셀렉터를 BMW 세단 중 처음 적용했으며 전 트림에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로 유지 어시스트, 충돌 회피 조향 어시스트 등으로 이뤄진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BMW 헤드업 디스플레이, 3-존 에어 컨디셔닝, 하이파이 사운드 시스템 등을 제공한다.
▲1987년 – 짚 랭글러
랭글러는 짚을 대표하는 정통 SUV다. 군용차 출신 후륜구동 기반 보디 프레임 타입이며 처음 등장했을 때는 AMC가 생산했지만 이후 크라이슬러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다.
야전용에서 사용하던 윌리스 MB의 정신을 이어받아 험로 주행에 특화돼 있으며 각진 차체와 커다란 바퀴 등 투박한 모습이 제품의 상징적 요소다. 아직도 적지 않은 이들이 "짚=랭글러"로 여기고 있으며 브랜드가 곧 차명으로 인식될 만큼 랭글러는 짚의 역사이자 현재다.
목적이 명확한 차답게 오프로드에선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다. 톱은 간단한 조작으로 풀 오픈이 가능하며 경첩이 외부로 노출된 도어는 힌지만 풀면 간단하게 떼어낼 수 있다. 또 바닥은 대놓고 물청소가 가능하도록 배수 플러그가 존재하며 원조 짚처럼 앞 유리를 접는 기능도 있다. 기능을 강조한 실내 및 내구성에 초점을 맞춘 소재도 특징이다.
현행 랭글러는 접근각 36도, 램프각 22.6도, 이탈각 29.2도, 최저 지상고 269㎜와 762㎜의 도강능력을 갖췄다. 야외 활동에 필수인 적재 공간은 기본 897ℓ에 2열 폴딩 시 2,050ℓ다. 동력계는 2.0ℓ 가솔린 싱글 터보로 최고 272마력, 최대 40.8㎏∙m를 낸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락-트랙(Rock-Trac) HD 풀타임 4WD, 트루-락(Tru-Lok) 프론트 리어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장치, 전자식 프론트 스웨이바 분리장치 등을 장착해 지형을 가리지 않는 험로 주파 능력을 발휘한다.
▲1999년 – 현대차 에쿠스
본격적인 국산 플래그십 세단의 시작은 1999년 토끼띠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가 만든 에쿠스는 10여년 동안 국산 최고급 세단의 지위를 누려왔으며 이후 제네시스로 지금까지 명성을 지키고 있다.
특히 1세대는 각진 디자인 탓에 "그랜저" 1세대가 "각(角) 그랜저"로 불렸던 것처럼 "각쿠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2세대는 플루이딕 스컬프처의 디자인이 적용돼 곡선을 사용한 부드러운 플래그십을 지향했고 제네시스 브랜드로 넘어와 크기를 키우고 고급감에 초점을 맞추어졌다.
예전부터 플래그십 세단은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되는 소비층이 많아 수입 대형차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에쿠스 등장 이후 판도가 바뀌었으며 국산차도 고급스럽게 만들 수 있고 선택해도 후회가 없다는 걸 증명했다. 이와 함께 법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판매 볼륨도 키웠다. 지금은 기함급 수입차들과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이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G90으로 이름을 고친 현대의 새 플래그십은 올해 레벨3 수준의 진보된 반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신형을 선보여 상품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2011년 – 기아 레이
국내 경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던 시기에 기아가 최초의 박스카 형태를 지닌 경차 레이를 선보였다. 스파크와 모닝 양강 구도의 틀을 깨기 위해 나온 레이는 출시와 함께 높은 인기를 누리며 단번에 경차 세그먼트를 이끌었다. 여기에는 박스형 경차가 줄 수 있는 귀여운 외모와 넓은 크기가 한 몫 했다. 이와 함께 슬라이딩 도어와 높은 공간 활용성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양한 구매층을 어필했다.
한편, 기아는 올해 레이 기반 전기차를 시장에 출시한다. 주행가능 거리를 늘려 단거리 도심 이동에 적합한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새 레이 BEV가 1회 충전 시 200㎞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레이 BEV는 16.4㎾h 배터리를 얹고 91㎞(2012년 기준)를 달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