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점유율, 양사 지배력 여전히 공고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시장 내 지배력 측면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이 전년 대비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와 기아 양사의 국내 점유율이 73.7%로 2021년의 74.1% 대비 0.4%P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실적만 보면 기아는 점유율이 늘어난 반면 현대차는 무려 1.4%P 가량 줄어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현대차 하락을 기아가 방어한 셈이다.
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가 국내에 판매한 완성차는 모두 68만8,884대로 2021년 대비 무려 3만7,954대가 하락했다. 이에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21년 42.7%에서 지난해는 41.3%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기아는 54만1,068대를 국내에 내보내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점유율도 2021년 31.4%에서 지난해는 32.4%로 증가했다. 현대차의 떨어지는 점유율을 일정 부분 기아가 가져간 셈이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하락한 배경은 차종 노후화가 꼽히고 있다. 전년 대비 1만대 이상 판매가 줄어든 차종의 대부분이 출시된 지 오래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올해 부분변경을 앞둔 쏘나타는 무려 1만4,000대가 줄었고 지난해 연말 제품이 바뀐 그랜저도 2만대 이상 감소했다. 투싼과 싼타페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와 달리 기아는 K5 2만8,000대, 카니발 1만4,000대를 제외하면 제외하면 크게 감소한 제품이 별로 없다. 오히려 니로, 스포티지, EV6 등이 선전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선 배경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양사의 입장이 뒤바뀔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현대차 지배력을 흔들었던 신제품 부족이 모두 해소되기 때문이다. 이미 그랜저는 최대 사전 계약을 달성했고 쏘나타와 투싼, 싼타페 등이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력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는 덕분이다. 이 경우 시장 내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기아는 점유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브랜드가 한 지붕 두 가족인 현대차와 기아인 탓이다.
일부에선 기아의 선전을 두고 앞으로도 기아가 현대차를 추월한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현대차를 추월하는 것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금기와 다름이 없다"며 "기아가 규모 면에서 현대차를 앞서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와 기아가 서로 경쟁하며 시장을 분점하는 사이 이외 3사의 내수 점유율은 모두 합쳐도 10%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쌍용차가 4.1%로 선전했고 르노코리아는 3.2%, 한국지엠은 2.2%에 머물렀다.
구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