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상품성과 가격대 가치 강조
폭스바겐 ID.4는 국내에 처음 발을 디딘 브랜드의 첫 전용 전기차로서 의미가 있다. 동시에 그룹 차원의 전동화를 이끌 주력 제품이다. 그래서인지 골프, 티구안 등 내연기관 제품에선 찾기 힘든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특히 화려한 조명과 색다른 디자인, 전기차에 맞춘 사용자 경험은 또 다른 폭스바겐의 매력을 발산한다.
▲질리지 않는 디자인
ID.4의 외관은 그동안 봐왔던 폭스바겐의 디자인 정체성과 전동화에 걸맞은 조형성을 갖추고 있다. 전면부는 그릴을 없앤 대신 폭스바겐의 LED 라이트 패키지인 ID 라이트를 길게 이어 폭스바겐의 개성을 드러낸다. 범퍼 좌우엔 공기저항을 줄이면서 브레이크 냉각을 돕는 공기 터널을 뚫었고, 하단 중앙에는 그릴을 모사한 메쉬 타입의 플라스틱 패널을 큼지막하게 배치했다.
측면은 비례가 독특하다. 앞 보다 뒤 오버행이 긴 후륜구동의 자세를 구현했지만 탑승공간을 앞으로 최대한 밀어붙여서다. 긴 휠베이스와 동력계 간소화를 이룬 전기차 전용 플랫폼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 platform) 덕분이다. 루프라인은 유선형의 캐릭터 라인과 함께 우아한 실루엣을 만들어냈다. 공기저항계수는 0.28cd에 불과하다. 차체 하부와 휠하우스를 두르는 플라스틱 클래딩은 크로스오버임을 알린다. 여기에 20인치 휠·타이어를 장착해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후면부는 간결하면서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LED로 가득 채운 테일램프는 앞모습과 마찬가지로 좌우로 길게 이어 일관된 인상을 연출했다. 범퍼 하부의 클래딩은 한껏 치켜 올려 역동적으로 보인다.
실내는 간결하다. 골프, 제타 등 내연기관차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으로, 단순한 형태에 기능을 가득 담은 샤이 테크 기법을 반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시보드는 색상과 기능에 따라 적층구조로 배치해 알차 보인다. 플라스틱이 많이 분포돼 있지만 브랜드와 차의 성격을 감안하면 수긍이 된다.
스마트폰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은 꼭 필요한 정보만 보여준다. 크게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속도 및 주행가능거리 등을 표시한다. 계기판의 일부처럼 붙어있는 변속 레버는 스티어링 휠에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적응하면 꽤 편하게 쓸 수 있다. 그 전에는 와이퍼 레버를 오작동하는 일이 종종 생길 수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은 12인치 터치스크린이 위치한다. 줄어든 계기판 면적을 여기에 몰아준 느낌이 짙다. 폭스바겐의 사용자 환경에 따라 구성했지만 초기화면의 아이콘이 해상도에 비해 너무 커 낭비되는 느낌이다. 편의품목은 스마트폰 무선충전, 유선 앱 커넥트, 3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파노라마 글래스 루프, 트렁크 이지 오픈 앤 클로즈, 파크 파일럿, 에어리어 뷰, 30색 앰비언트 라이트를 마련했다.
시트는 대시보드와 마찬가지로 부위별로 색상, 소재를 다르게 마감해 입체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다. 비록 통풍 기능은 없지만 착좌감은 기대 이상이다. 1열의 에르고 액티브 전동 시트는 자세 기어, 마사지, 열선 등의 기능도 담았다. 시트 포지션은 차체 하부의 배터리로 인해 높은 편이지만 후드가 꽤 높은 탓에 오히려 낮아 보인다.
앞좌석 보다 딱딱한 느낌의 뒷좌석은 다리 공간의 여유가 인상적이다. 역시 전용 플랫폼의 영향이다. 높이가 낮은 크로스오버를 지향한 탓에 머리 공간은 빠듯한 편이다. 에어컨 송풍구는 거의 바닥에 깔려 있어서 조심스럽다. 적재공간은 기본 543ℓ를 제공하며 뒷좌석을 다 접을 경우 1,575ℓ까지 늘릴 수 있다. 이 때 길이는 차박이 가능할 정도로 긴 편이다.
▲안정적인 전동화
동력 및 구동계는 최고출력 150㎾(204마력), 최대토크 31.6㎏·m의 전기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구조다. 폭스바겐에게 낯선 방식일 수 있겠지만 희사의 시작이 후륜구동인 비틀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그렇지만도 않다. 가속력은 넘치지 않아 편하게 다룰 수 있다. 최대토크가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나오는 전기차 특성상 오히려 급발진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100㎞/h 가속은 8.5초 안에 마친다. 속도는 160㎞/h까지 올릴 수 있다. 폭스바겐 특유의 주행감각이 녹아들어 안정적인 고속 주행이 가능하다.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82㎾h로 차체에 비해 큰 편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는 405㎞(도심 426㎞, 고속 379㎞)를 인증 받았다. 겨울철에는 인증 주행가능거리가 266㎞까지 줄어들지만 히트펌프와 고효율 주행을 강조해 실제로는 이보다 더 길게 주행할 수 있다. 영하의 날씨에 히터를 켜고도 300㎞ 이상은 너끈하다. 충전은 135㎾의 급속 충전과 11㎾의 완속 충전을 지원한다.
주행모드는 기어 레버를 통해 D(드라이브), B(브레이크) 중 사용할 수 있다. 일반 주행에 가까운 D모드는 타력주행을 강조하며 달리는 데 그 거리가 꽤 길게 느껴진다. B모드는 가속 페달조작 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가능한 원 페달 드라이빙만큼은 아니지만 강한 회생 제동을 통해 전력 회수 기능을 강조한다.
다만 감속 페달의 답력은 아쉽다. 느슨하게 속도를 줄이다 막바지에 강한 반응을 이끌어내 적응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뒷바퀴에 드럼 브레이크를 채택해서 생긴 아쉬움은 아니다. 하체는 단단한 편이다. 배터리 무게로 인해 승차감이 어색할 수 있겠지만 폭스바겐을 타왔다면 익숙한 감쇄력을 경험할 수 있다.
레벨 2 자율주행 시스템인 IQ.드라이브는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후방 트래픽 경고, 전방추돌경고, 긴급자동제동을 포함한다. 주행 중 운전자가 일정 시간 조작이 없을 경우 경고하거나 이후 주행을 멈추는 이머전시 어시스트도 반영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전기차
ID.4는 폭스바겐 주력 전기차로서의 가치를 선사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세그먼트의 차체 크기와 그에 최적화한 상품성, 브랜드 경험을 강조할 수 있는 제품력을 담아냈다. 또한, 높은 가격대 가치는 비싼 플랫폼을 썼음에도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전기차를 위해 노력한 브랜드의 의지를 증명한다. 폭스바겐은 ID.4를 한국에 선보이면서 보조금 100% 지원 대상에 맞추는데 성공했다. 가격은 5,490만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