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뛰어나도 하드웨어 없으면 무용지물
-지능 고도화는 부품 통합이 전제돼야
지난 5일 미국 라스베거스 CES 현장에서 흥미로운 시간을 가졌다.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콘티넨탈이 마련한 미래 이동 기술의 별도 체험 현장이다. 타이어기업으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 5위 부품 종합기업으로 성장한 콘티넨탈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합시킨 새로운 통합 개념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이동 수단, 흔히 말하는 자동차는 잘 달리고 잘 서고, 잘 회전해야 한다. 이때 전제는 안전이다. 그리고 이제는 지능이 인간 운전 지원을 넘어 대신하는 순서로 진행되려 한다. 그러나 로봇이 완벽히 인간 운전을 대체하는 것은 여전히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콘티넨탈이 그것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면 조금씩 진화되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통합이 필요하다. 제 아무리 소프트웨어가 뛰어나도 하드웨어가 제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똑똑한 지능은 그저 "똑똑한 바보"에 머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콘티넨탈이 선보인 것은 우선 고성능 라이다 기술이다. 300m 전방의 차도 알아볼 수 있고 보행자는 200m 이상도 감지할 수 있다. 감지의 좌우 범위도 사람의 눈이 인식하는 것에 비해 월등히 넓다. 고속도로는 물론 복잡한 도심도로의 인식 장애마저 없애겠다는 목표로 개발돼 2024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수집된 인식 정보는 즉시 처리돼야 하는데 이때 활용하는 방식이 시스템온칩이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별도 장치로 보내는 게 아니라 수집과 동시에 분석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온칩이 많아질수록 에너지 소모는 절감되고 이때 남는 에너지는 전기차의 경우 주행거리 확장 등에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소가 많으면 그것도 일종의 낭비적 요소다. 콘티넨탈이 "X-도메인 존 제어장치(ZCU, Zone Control Unit)"를 선보인 이유도 이런 낭비적 요소를 없애려는 움직임이다. 차 내 여러 곳에 분산 배치된 시스템 통합 처리 장소를 5곳으로 최소화 해 효율을 극대화했다. 중앙에 고성능 컴퓨터를 두고 4개의 구역에 통합 처리장치를 마련, 하드웨어의 소프트웨어 흡수 능력을 키운 게 핵심이다.
물론 다양한 부문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기술 능력은 그냥 감추고 있는 게 아니라 운전자 또는 탑승자에게 보여줘야 기술 신뢰도가 오르기 마련이다. 결국 시각적 효과를 위해 콘티넨탈이 가까운 미래 기술로 선택한 것이 곡선형 울트라 와이드 디스플레이다. 콘티넨탈 안드레아스 브루에닝하우스 자동차시스템 부문 엔지니어는 "전면 디지털 와이드 대시보드는 운전자 또는 사용자가 필요한 정보를 즉시 알려주거나 여러 화면 전환을 통해 언제나 새로움을 줄 수 있다"며 "조만간 독일 내 양산 브랜드에 적용 예정에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초로 샤이 컨트롤 패널 방식도 있는데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손이 접촉되면 기능 활성화를 위한 스위치 등이 표시된다. 콘티넨탈USA의 이기성 상무는 "곡선형 디스플레이와 샤이 패널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아방가르드적 디자인은 탑승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는 요소"라며 "여기서도 핵심은 안전과 편안한 주행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콘티넨탈의 미래 기술이 지향하는 것은 요즘 많이 등장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다. 강력한 IT 통신 인프라에 소프트웨어를 결합시켜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 능력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를 일종의 모듈식으로 연결하고 이때 통제는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하겠다는 의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적 옵션을 제공해 부품 기업의 역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의 움직임을 모두 제어하겠다는 계획을 감추지 않는다.
그렇다고 본업으로 시작한 타이어 사업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친환경 기술 적용이 가장 어렵다는 타이어는 회전 저항을 줄이면서 노면 주파수를 넓은 범위로 분산시켜 소음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콘티넨탈코리아 유현창 상무는 "재활용된 소재를 타이어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이 사용하고 소재 배합의 적절성으로 비산 먼지를 줄이려는 ESG 관점을 최대한 적용하려 한다"며 "타이어의 순환성을 높이는 게 현재의 과제"라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콘티넨탈이 추구하는 미래 전략은 결국 이동 수단의 본질이다. "이동"이라는 기능과 이동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금 정의하고 그에 따라 이동 수단의 기능과 역할을 만들어 가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자신감을 가진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려 한다. 이동 산업의 본질을 본다면 그게 맞는 순서라고 강조하는 것이니 말이다.
라스베거스=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