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8㎜의 휠베이스에 플래그십 세단 가치 담아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몇 가지가 있다. 브랜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감성과 승차감, 이에 걸맞은 고성능 등이다. 아우디에서는 A8이 이들을 만족시킨다. 어느덧 4.5세대에 접어든 A8은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라는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게 감성보다는 이성적인 접근법으로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제안한다.
▲스타일&상품성
A8의 외관은 "조명 맛집"이란 별명의 아우디인 만큼 다양한 조명 기술을 반영했다. 새 디지털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X모양과 파란색 LED 조명으로 시각화한 아우디 레이저 라이트를 포함한다. 광원은 촘촘하게 배열해 보다 넓은 가시 범위를 확보했다. 지하주차장에서 시동을 걸 때 보여주는 조명쇼는 운전자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국내 판매 제품은 역동성을 강조한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와 롱 휠베이스를 기본 적용했다. 면적을 키운 그릴은 크롬 대신 블랙 하이그로시로 패턴을 채웠다. 흡기구 형태도 과감하게 처리해 고급스러움보다 역동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은 오랫동안 아치형의 DLO(Day-Light Opening)를 바탕으로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만큼 측면의 디자인 정체성은 뚜렷하다. 특히 롱 휠베이스인 A8 L은 휠베이스가 3.1m를 넘어 제 몸매가 두드러진다.
후면부는 OLED로 가득 채운 아우디 특유의 수평형 테일램프의 존재감이 크다. 테일램프의 그래픽은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그래픽을 제공한다. 범퍼의 반사판과 몰딩은
실내는 아우디답게 기하학적인 조형미로 가득 채웠다. 대시보드는 디지털 계기판과 메인 모니터, 고광택 패널 등이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우드 트림을 적극적으로 배치해 감성품질을 높이기도 했다. 센터페시아를 포함한 핵심 요소는 운전자를 향해 있어 운전 중 조작이 쉬운 환경이 구현됐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계기판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보여줘 전방 시야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대시보드에는 몇 가지 품목이 움직여 시선을 모은다. UFO처럼 솟아오르는 뱅앤올룹슨 오디오 스피커와 센터페시아의 우드 트림에 숨겨진 회전식 송풍구가 그것이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괜히 차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공간은 긴 휠베이스 덕분에 넉넉하다. 뒷좌석의 승차감을 강조하는 플래그십 세단의 가치를 여실히 제시한다. 흔히 회장님 자리로 꼽히는 우측 뒷좌석은 동반석을 앞으로 밀고 다리 받이를 내려 공간을 최적화할 수 있다. 키가 큰 장신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HDMI와 USB 연결이 가능하며 여러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성능
엔진은 V6 3.0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로, 최고 340마력(5,000~6,400rpm), 최대 51.0㎏·m(1,370~4,500rpm)를 발휘한다. 2.1t이 넘는 거구를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5.8초 만에 밀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최고속도는 210㎞/h에 묶었다. 가속 감각은 플래그십인 만큼 부드럽고 강하다. 무엇보다도 소음·진동을 차단하는 능력이 대단해 고요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엔진음이 잔잔히 들려오긴 하지만 썩 나쁘진 않다. 스포츠 모드를 사용할 경우 회전수를 한층 더 끌어올리며 숨겨진 야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가슴을 웅장하게 할 정도는 아니다.
변속기는 8단 자동으로 편안한 주행에 맞는 제어 로직을 보여준다. 연료효율은 복합 8.3㎞/ℓ(도심 7.0㎞/ℓ, 고속 10.6㎞/ℓ)를 인증 받았다. 실제로는 주행 상황에 따라 더 낮거나 높게 표시됐다.
섀시는 에어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매끄러운 승차감을 선사한다.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을 적절히 녹여 편안한 주행을 지향한다. 아우디 제품 중 가장 무른 느낌이다. 4륜 조향 시스템인 다이내믹 올 휠 스티어링은 도심에서 회전 반경을 줄이고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큰 차체를 지녔지만 선회에 대한 부담이 적게 와 닿는 이유다.
주행 안전 시스템은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를 결합한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하차경고 시스템, 교차로 보조 시스템, 프리센스 360° 등을 준비했다.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은 일정 시간동안 손을 스티어링 휠에서 떼도 차로 중앙을 잘 유지한다.
▲총평
그동안 아우디는 첨단의 매력을 오랫동안 전달해 왔다. 콰트로 시스템, 디지털 매트릭스 LED 라이트, 기하학적인 디자인 등 지극히 이성적인 영역이다. 지금의 A8도 이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조금은 비뚤더라도 사람이 한땀한땀 섬세하게 다루는 장인정신보다는 컴퓨터가 정교하게 만들어낸 공학적인 현대 미술 작품 같다. A8 L 55 TFSI 가격은 1억5,842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