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이상적인 독일 세단, 폭스바겐 제타

입력 2023년01월1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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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정한 외모, 탄탄한 주행감
 -세련미 더해 상품성 높여

 폭스바겐 제타는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독일차다. 진입장벽이 낮은 덕분에 수입차 입문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택지로 꼽힌다. 일부는 가격을 바탕으로 만듦새나 완성도가 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큰 착각이다. 오랜시간 쌓아온 준중형 세단 만들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독일차 특유의 탄탄한 주행감과 함께 북미 지역에서 갈고 닦은 실력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전달한다. 무엇보다도 꾸준히 개선을 거듭한 신형을 통해 당당히 준중형 세단의 자존심을 지킨다.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제타의 상품성을 직접 확인해봤다.


 디자인&상품성
 변화의 폭은 크지 않다. 전면부는 LED 헤드램프 사이를 잇는 두 줄의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했다. 여러 줄로 나뉜 기존과 비교해 한 층 깔끔해 보인다. 앞이 더 크고 넓어보이는 효과도 준다. 이와 함께 범퍼 하단의 흡기구도 면적을 넓혀 존재감을 나타냈다. 기존 전방 안개등은 삭제해 더 넓어진 모습이다. 

 옆은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다. 곧게 뻗은 캐릭터라인과 적당한 크기의 유리창 등이 대표적이다. 17인치 휠은 크기보다 디자인이 살짝 아쉽다. 역동적인 형태이기는 하지만 막혀있는 부분이 많다. 사이드미러는 크기가 작고 광각이 아니라서 시야가 좁아 보인다. 락폴딩도 지원하지 않는다. 뒤는 램프와 트렁크 등 대부분이 기존과 동일하다. 역동적인 디자인의 디퓨저와 이어지는 크롬 및 블랙 컬러로 마감한 범퍼 정도가 유일한 차이점이다.

 실내는 편의품목 위주로 강화해 상품성을 높였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앞좌석 통풍 및 히팅 시트, 운전석 전동 및 메모리 시트 등을 넣었다. 여기에 2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가죽 멀티펑션 스티어링 휠, 10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트를 기본으로 탑재했다.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파노라믹 선루프, 뒷좌석 열선, 열선 스티어링 휠이 추가로 들어간다.

 디지털 편의기능은 수준급이다. 모바일 폰 무선충전 및 무선 앱 커넥트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커버 미디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기본 제공한다. 구성은 단순하지만 제법 눌러볼 게 많고 모션 기능까지 더해 신선함을 키운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같은 최신 기능도 빠짐없이 넣었다. 프리미엄 트림에는 8인치 디지털 콕핏을,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10.25인치 디지털 콕핏 프로를 채택했다. 비슷한 구성의 아우디와 비교해도 손색없으며 차의 상품성을 배로 높여준다.

 2열은 세그먼트 크기를 감안하면 적당하다. 가운데 턱이 다소 높긴 하지만 기본적인 무릎공간과 머리 위 공간은 알맞은 수준이다. 착좌감은 기대 이상이다. 몸을 적당히 지지하며 안락한 분위기를 만든다. 편의 품목은 열선시트와 컵홀더 등이 전부이며 도어 안쪽 포켓은 제법 큼직해 다양한 물건도 쉽게 수납이 가능하다. 트렁크는 광활하다. 입구가 크게 열리고 안쪽으로도 깊어서 활용도가 좋다. 

 ▲성능
 동력계는 이전 1.4ℓ TSI 엔진 대비 10마력 높은 1.5ℓ TSI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갔다. 최고출력 160마력(5,500rpm)이며, 1,750~4,000rpm의 실용영역에서 25.5㎏∙m의 최대토크를 낸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맞물려 주행감각을 더욱 업그레이드시켰다. 효율은 복합 기준 14.1㎞/ℓ(도심 12.3㎞/ℓ, 고속 17.1㎞/ℓ)다.

 발진 가속은 다소 예민하다. 조금만 스로틀을 열어도 엔진회전수를 튀긴 다음에 앞으로 나간다.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할 수 있지만 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적응이 된다. 한번 탄력을 받은 다음에는 큰 걱정 없이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체감상 빠르거나 역동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충분히 도로 흐름에 맞춰서 신나게 질주한다. 

 이와 함께 중속 영역에서 재 가속에 들어갈 때는 터보 특유의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나간다. 다소 지연현상이 있지만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다. 반면 고속에서는 놀라운 엔진의 힘을 경험할 수 있다. 쉽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한계를 향해 성능을 낸다.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갖는 단점을 말끔히 지웠으며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스포츠 모드와 함께 변속기를 한 번 내려 S에 놓으면 만족은 배가 된다. 절묘한 변속 타이밍으로 동력이 끊김 없이 차로 전달된다. 10마력 이상의 높아진 출력을 체감할 수 있고 평범한 준중형 세단도 독일 터줏대감 폭스바겐이 만들면 즐거운 드라이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순간이다.

 이 외에 빠른 속도에서 느껴지는 안정성은 수준급이다. 바닥에 차분하게 붙어 흐트러짐 없이 가속한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하체 세팅이 어우러진 결과다. 독일차 특유의 믿음직한 모습에서 제타의 매력이 더욱 크게 드러난다. 또 주행 중에는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고요함이다. 정숙성은 숨은 보석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다. 풍절음은 물론 바닥 소음도 알차게 잡았다. 라이벌은 물론 한 체급 위 세단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브레이크는 다소 아쉽다. 처음에는 강하게 잡지만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저속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할 때는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일정하지 않은 답력이 살짝 서운하지만 최대한 적응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오랜시간 내 차로 굴리면서 길들이기가 필요하다. 

 안전 품목으로는 전 트림에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프론트 어시스트 및 긴급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및 후방 트래픽 경고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폭스바겐의 최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인 IQ. 드라이브를 넣었다. 또 전후방 센서를 지원하는 파크 파일럿, 피로 경고 시스템이 기본 탑재됐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트림에 후방 카메라 및 라이트 어시스트가 새롭게 제공된다.

 풍부하게 넣은 안전 기능 덕분에 장거리 운전에 대한 부담이 없다. 각 기능은 깔끔한 그래픽과 함께 자연스럽게 구현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수준의 매끈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더디거나 탑승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건 더더욱 아니다. 흐름에 맞춰서 평균값을 잘 유지하며 운전자를 보조한다.

 ▲총평
 제타는 독일 세단의 정석을 보여주는 차다. 단정한 모습과 자세, 탄탄한 주행감이 더해져 믿음을 주고 북미시장에 차곡차곡 쌓은 노하우까지 얹어 높은 상품성으로 보답한다. 입문형 엔트리카의 편견을 말끔하게 지우고 폭스바겐이 주는 신뢰와 명성을 맨 앞단에서 이끈다. 독일차의 맛을 느끼기 위한 첫 선택으로 손색없다. 


 신형 제타는 1.5 TSI 프리미엄 및 1.5 TSI 프레스티지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한다. 새 외장 색상인 킹스 레드 메탈, 라이징 블루 메틸릭 두 가지를 포함해 총 6가지의 색상 중 고를 수 있다. 가격은 1.5 TSI 프리미엄 3,232만9,000원, 1.5 TSI 프레스티지 3,586만3,000원이다. 여기에는 5년/15만㎞ 보증 연장 프로그램과 사고수리 토탈케어 서비스를 기본 제공해 총 소유비용도 낮췄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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