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핫 해치 근본의 귀환, 폭스바겐 골프 GTI

입력 2023년01월31일 00시00분 구기성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시대에 맞게 진화한 8세대 핫 해치
 -동력성능보다 주행감각으로 승부

 폭스바겐 골프의 고성능 버전 GTI가 돌아왔다. 골프가 8세대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동안 함께 진화해온 뜨거운 심장의 해치백이다. 여기에 보다 낮고 넓은 플랫폼과 디지털화를 반영해 트렌드를 따르기도 했다. 핫 해치의 지속가능성이 담긴 새로운 골프 GTI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까.



 ▲골프에 뿌려진 칠리 소스
 자동차의 고성능은 엔진, 섀시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로도 구현한다. GTI는 오래 전부터의 그릴에 빨간 선을 두르고 세리프 서체의 "GTI" 레터링을 붙여 차별화하고 있다. 이는 신형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신형의 빨간 선은 그릴과 헤드램프 윗부분을 따라 길게 뻗어 있어 질주하고자 하는 자동차의 의지가 느껴진다. 여기에 육각형 패턴의 대형 흡기구로 고성능의 가치를 부여했다. 헤드램프는 요즘 폭스바겐이 밀고 있는 IQ.라이트-LED 매트릭스를 채택했다. LED 모듈을 주행 상황에 따라 최적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측면은 2박스 스타일과 간결한 면 처리, 예리한 선들로 구성한 골프 그 자체다. 여기에 GTI를 위한 양념도 넉넉히 뿌렸다. 그릴의 빨간 선은 펜더 장식에도 반영해 연장된 느낌을 준다. 19인치 크기의 GTI 전용 알로이 휠과 그 안에 장착한 빨간 캘리퍼도 시선을 모은다.



 후면부는 골프의 레터링 대신 GTI를 붙인 점이 두드러진다. 더 이상 골프의 그늘 속에 있지 않겠다는 일종의 선언 같다. 범퍼 아래엔 2개의 원형 배기 파이프를 끼워 "포켓 로켓"이란 별명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차체 크기는 길이 4,290㎜, 너비 1,790㎜, 높이 1,445㎜, 휠베이스 2,636㎜다.








 실내는 무난한 골프의 대시보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고성능에 걸맞게 악센트를 더했다. 스티어링 휠 하단에는 붉게 물들이고 GTI를 붙였다. 대시보드의 트림에는 그릴과 비슷한 육각형 패턴이 얕게 새겨졌다. 알루미늄 페달과 다양한 배색의 버킷 시트도 운전의 즐거움을 눈으로 전달한다. 시트는 GTI 특유의 격자 패턴이 사라졌지만 앞좌석에 통풍 기능을 더하면서 아쉬움도 지워졌다. 10.25인치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 "디지털 콕핏 프로"는 GTI 전용 그래픽과 함께 과급계, 중력계 등의 모드를 추가해 역동적인 주행을 숫자로 표시한다.

 10인치 크기의 MIB3 디스커버 프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무선으로 연결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도 연동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밖에 30색 앰비언트 라이트, 3존 자동 에어컨, 전 좌석 열선, 스티어링 휠 열선 등의 품목을 마련했다.




 전반적인 공간은 C세그먼트 해치백에 알맞은 수준이다. 뒷좌석의 경우 두 개의 USB 충전 포트와 송풍구, 팔걸이 겸용 컵홀더 등의 품목을 채워 넣었다. 적재공간은 381ℓ가 기본이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237ℓ까지 늘어난다.

 ▲"운전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 
 새 골프 GTI의 동력계는 최고 245마력, 최대 37.8㎏·m의 2.0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TSI)과 7단 DSG로 이뤄졌다. 같은 형식의 엔진을 얹은 경쟁제품들에 비하면 수치가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가속하고 주행을 이어가다보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GTI의 손을 들어주려는 것 같다. 엔진음이나 배기음은 예전에 비해 얌전해져 팝콘을 튀기는 듯한 소리를 듣기 어려워졌다는 점은 아쉽다.


 변속기는 빠르고 깔끔한 직결감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0→100㎞/h 가속은 6.2초 만에 끝낸다. 한편으론 자동변속기와 비슷한 유연성을 뽐내기도 해 일반 운전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인증 받은 복합 연료 효율은 ℓ당 11.5㎞로, 고속 주행을 지속할 경우 14㎞/ℓ 이상도 가능하다.

 주행 감각은 펀카(Fun car)로서 지녀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새 골프 GTI는 전자식 주행 안정화 컨트롤, 어댑티브 섀시 컨트롤, 전자제어 유압식 프론트 디퍼렌셜 락 등을 통합 제어하는 다이내믹 차체 제어 시스템이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언더스티어 성향이 많이 흐려졌다. 즉각적인 스티어링 휠의 반응과 정직한 서스펜션의 움직임도 칼 같은 선회를 돕는다. 윈터 타이어(금호 윈터크래프트)를 장착하긴 했지만 GTI의 하체 감각을 다 가리진 못했다.



 특히 스포츠 모드는 GTI의 진가를 발휘하는데 집중한다. 운전자의 마음에 한 발짝 더 다가서서 함께 달려보려는 듯한 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취한다. 엔진 회전수를 끌어 올리고 스티어링 휠을 바짝 당겨 온몸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균형적인 성능이 전해지면서 운전하는 내내 만족스럽다. 운전이 힘들게 느껴질 때면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인 IQ.드라이브를 활용하면 된다.

 ▲여전히 돋보이는 정통성
 골프 GTI는 40여 년간 핫 해치 원조의 가치를 제시해 왔다. 신형 역시 선대 제품의 헤리티지를 이음과 동시에 현대적인 무기를 갖추면서 건재함을 과시한다. 특히 숫자로 표현하기 힘든 능력치는 핫 해치의 근본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비결로 꼽힌다. 그동안 여러 아류작이 등장했지만 골프 GTI에게 유독 시선이 모아지는 이유다. 가격은 4,509만3,000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