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세단의 기준 제시
-정교한 기술 구현 능력 인상적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세단 S클래스의 인기가 무섭다. 현행 제품 출시와 함께 1년 반이 흐른 지금까지도 고공성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라이벌 등장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한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었던 S클래스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S 400 d 차 키를 건네 받았다.
▲디자인&상품성
외관은 단정하다. 화려한 기교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반대로 차를 표현하는 각 요소들은 큼직하게 꾸며 웅장함을 더했다. 대표적으로 그릴이 눈에 들어온다. 크기가 상당하고 굵은 크롬 도금을 둘러 화려하다. 레이더, 라이다 센서도 면적이 상당해 높은 인식률을 기대해볼 만하다.
헤드램프는 지능적이다. 디지털 라이트 시스템이 적용됐는데 램프당 130만 이상의 픽셀로 이루어진 프로젝션 모듈과 84개의 고성능 멀티빔 LED 모듈이 조화를 이룬다. 고해상도 조명 시스템을 탑재한 디지털 라이트는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별 헤드램프의 픽셀 밝기를 주행에 최적화되도록 조절해 보다 안전한 운전을 지원한다.
S 400 d의 경우 AMG 라인 외장 패키지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그 결과 외관 곳곳에 AMG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A 윙 디자인의 AMG 프론트 에어프론, 크롬과 핀이 포함되어 있는 AMG 리어 디퓨져, 전용 휠 등이 강인한 모습을 더했다.
옆은 비율이 뛰어나다. 프론트 오버행, 긴 휠베이스, 균형 잡힌 후방 오버행으로 완벽한 안정적인 클래식 세단 형태를 보여준다. 캐릭터 라인은 측면을 따라 축소되었고 스타일리시하게 배치된 크롬 장식으로 차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하체, 휠, 사이드 미러에 이르기까지 공기 흐름을 개선시키는 세부적인 노력을 통해 공기역학적으로도 최적화된 디자인을 완성했다.
여기에는 새롭게 적용한 플러시 도어 핸들이 한몫한다. 외관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며 편의성을 제공한다.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도어 핸들 표면을 만졌을 때 돌출되며 차가 출발하거나 차 문이 잠기는 순간에는 자동으로 원위치로 돌아간다. 차 근처에서 키가 감지되면 작동하기 때문에 편리하게 문을 열 수 있다. 뒤는 부드러운 트렁크 라인이 매력적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테일램프는 매끈하게 차체와 이어져있어 정갈하며 로고와 레터링이 적재적소에 알맞게 붙어있다.
실내는 부쩍 젊어졌다. 디지털화를 이룬 결과이며 따분할 것 같은 플래그십의 편견을 지운다. 특히 센터페시아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12.8인치 디스플레이는 파격에 가깝다. OLED 패널로 선명도는 물론이고 섬세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더욱이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전 좌석에서 음성 명령으로 차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선루프와 창문 여닫기도 음성명령으로 가능하다. 차의 모든 편의기능을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며 보는 맛을 더해 자꾸만 손이 간다. 내 차로 오랜 시간 함께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겠다.
운전석의 12.3인치 3D 계기판은 다양한 색상과 유형은 물론,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내장된 카메라로 운전자의 눈꺼풀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시속 20㎞ 이상으로 주행 시 위험이 감지되면 시각 및 음향 경고 신호를 통해 졸음 운전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이 외에 스티어링 휠은 AMG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역동적인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타공과 패들시프트의 조화로 손에 쥐는 느낌이 좋다. 면적을 키운 헤드업디스플레이와 컬럼식 기어레버 적용으로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 센터터널도 마음에 든다.
최신 기술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외부 미세먼지와 이물질을 걸러주는 공기 청정 패키지, 전동식 블라인드로 직사광선으로부터 탑승객을 보호하는 선 프로텍션 패키지는 실 사용에서 만족이 높다. 이와 함께 주행 속도 및 외부 온도 등에 따라 와이퍼에서 분사되는 물과 워셔액을 조절해 운전자 시야를 확보해주는 매직 비전 컨트롤 등 편의성을 키우기 위한 기능들이 대거 기본으로 탑재됐다.
2열은 플래그십 세단의 품격을 명확히 보여준다. 먼저 스탠다드 임에도 이전 대비 81㎜ 증가한 휠 베이스가 더욱 넉넉한 공간을 연출한다. 도어에는 다양한 버튼이 가지런히 모여있다. 기본적인 시트 조절은 전부 감압식으로 바꿨다. 덕분에 모양에 맞춰 손가락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조절이 가능하다. 열선과 통풍, 메모리는 기본이며 한 번의 조작으로 조수석을 앞으로 밀고 최대한 시트를 눕힐 수도 있다.
각 도어에 마련한 스위치는 총 4개다. 2열 양쪽 모두 창문과 햇빛가리개를 조절할 수 있으며 뒷유리 전동 블라인드와 선루프도 스위치 조작으로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 시선을 가운데로 옮기면 2열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개별 조작이 가능하며 USB C-타입 등 충전 포트도 알차게 넣었다.
고급 감성은 여전하다. 패널이 맞물리는 부분은 정교하고 일정한 패턴의 스티치 및 격자 무늬도 품격을 더한다. 이와 함께 그라데이션 형태의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2열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64가지 컬러 조명으로 원하는 스타일과를 연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10가지 멀티 컬러 기능을 제공해 그라데이션 효과도 줄 수 있다.
직간접 조명이 아닌 블랙 패널에 반사돼 비추기 때문에 은은하면서도 호화스러운 감각의 절정을 누릴 수 있다. 참고로 무드등은 도어뿐만 아니라 1열 등받이 부분과 2열 뒤쪽까지 폭 넓게 감싸 포근함을 키운다.
▲성능
엔진은 직렬 6기통 3.0ℓ 디젤 터보로 최고 330마력, 최대 71.4㎏∙m의 성능을 낸다. 9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5.4초이며 안전제한을 건 최고시속은 250㎞다. 효율은 ℓ당 복합 11.4㎞를 실현했다.
가장 궁금증이 컸던 디젤 엔진은 기대 이상의 실력으로 반전 매력을 보여줬다. 먼저 진동과 떨림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주행은 물론 아이들링 상태, 심지어 냉간 시에도 마찬가지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가솔린 차인지 디젤 차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정숙성은 이미 디젤의 단점을 지운 지 오래다. 소음 및 진동을 줄인 결과 정숙성이 저절로 따라온 것이다.
급하게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나 엔진회전수가 껑충 올라가는 순간에도 정숙성은 한결같고 고요하게 질주할 뿐이다. 이처럼 차는 소리 없이 강하게 치고 나간다. 2열 탑승자는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악기 소리만 듣고 이동의 즐거움을 경험하면 된다. 그만큼 차의 진행 방향과 속도 상관없이 언제든지 여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차는 더욱 강력한 힘을 내며 속 시원하게 달린다. 여기에는 디젤 특유의 강한 토크가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70㎏∙m가 넘는 최대토크는 1,200~3,200rpm 범위에서 뿜어져 나온다. 대부분의 일상 주행 영역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로틀을 열기가 무섭게 펀치력을 앞세워 날렵하게 튀어나간다.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모든 반응이 배로 뛰며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한다.
코너에서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긴 차체와 나긋한 승차감을 고려해 마냥 물렁할 줄 알았는데 정 반대 실력을 보여준 것. 탄탄하게 노면을 움켜쥐고 민첩하게 돌아나간다. 새 알루미늄 하이브리드 차체가 주는 힘이 크다. 경량화를 통해 예전 S클래스보다 훨씬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강성도 높아졌고 민첩한 핸들링으로 독일차 특유의 믿음직스러운 자세를 연출한다.
기본으로 탑재된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어떠한 도로 환경에서도 쾌적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은 불규칙한 노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각 휠을 개별적으로 통제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한다. 정교한 센서를 바탕으로 한 셀프 레벨링 기능은 고속 주행 혹은 스포티한 주행 시 차체를 자동으로 낮춰 주기 때문에 안정적인 핸들링과 역동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자연스러운 구현으로 장거리 주행에 부담을 줄인다. 특히, 지능화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는 운전자가 할 일을 덜어주며 최상의 실력을 갖췄다. 카메라, 레이더 및 초음파 등 주변을 기록하는 다양한 센서가 장착돼 이전보다 더 넓은 범위로 주변의 차 및 움직이는 사물과 보행자를 인식한 결과다. 현재 차선과 인접 차선을 분리해 감지하고 동시에 변경할 차선 구역에 다른 차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 동작하는 액티브 차선 변경 어시스트도 훌륭하다.
▲총평
S클래스는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고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플래그십 세단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시대 흐름을 잘 파악하면서도 기함이 보여줄 수 있는 기품과 가치를 전부 담고 있다. 과하지 않은 자세와 최첨단 기술로 감싼 사용자 경험 요소, 섬세하고 정교한 마감을 볼 때면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S클래스에게 왕관의 무게란 조금 남다르다. 늘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부담스럽거나 무겁지 않다는 뜻이다. 자신과의 싸움만 이어나갈 뿐이며 제품이 이를 증명한다. 그만큼 현 시대를 살아가며 성공의 기준점을 삼기 위한 차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S 400 d 4매틱의 가격은 1억7,15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