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지속가능한 플래그십 디젤 SUV, 폭스바겐 투아렉

입력 2023년02월13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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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윈 도징 시스템 추가한 V6 3.0ℓ TDI 엔진 탑재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한 시스템 강조

 폭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투아렉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예전보다 더 깨끗한 디젤 엔진을 얹어 친환경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습이다. 물론, 엔진만 바꿔서는 제품력을 높이기 어렵다. 그래서 최상위 트림에만 채택했던 일부 품목을 추가하거나 편의성을 키워 사용 경험을 넓히기도 했다. 하지만 투아렉이 고수하는 디젤은 소비자들의 마음에서 사려져가는 분위기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다른 매력으로 거스를 수 있을까?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승에 나섰다.



 ▲눈에 힘 준 투아렉
 새 투아렉의 외관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상품성 개선에 준하는 소소한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독 헤드램프의 디테일에 시선이 간다.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를 장착했기 때문이다. 최상위 제품인 V8 4.0ℓ TDI에만 적용했던 것으로 256개의 LED 모듈이 주행 상황에 따라 조명을 최적화한다. 여기에 자동으로 상향등과 하향등을 제어하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 진행 방향에 따라 조명을 비추는 다이내믹 코너링 라이트, 방향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점등하는 전·후방 다이내믹 턴 시그널도 포함했다. 기능적으로 다양하지만 각 부품들이 이루는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투아렉의 전면부는 금속을 가공한 느낌의 그릴이 SUV만의 당당한 인상을 연출했다. 폭스바겐만의 수평형 디자인과 헤드램프는 연결된 듯한 조형성을 통해 견고하면서도 넓은 차체를 강조한다. 측면은 반듯한 선 처리와 담백한 면 처리, 군더더기 없는 비례로 폭스바겐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SUV 특유의 플라스틱 클래딩 대신 크롬으로 길게 이어진 하반신은 승용 감각이 물씬하다. 후면부 역시 전면과 마찬가지로 가로 방향으로 길게 선들을 이어 넓게 구성했다.  테일램프는 "ㄴ"자형 LED를 통해 존재감을 발산한다. 차체 크기는 길이 4,880㎜, 너비 1,985㎜, 높이 1,680㎜, 휠베이스 2,899㎜다.







 실내는 그릴을 닮은 수평형 대시보드와 15인치에 이르는 대형 터치스크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스커버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품은 이 장치는 시원스러운 시인성과 직관성을 보여준다.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같은 맥락의 기능성을 지닌다.

 편의품목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 무선 앱커넥트, 파노라마 선루프, 4존 클리마트로닉 자동 에어컨, 30색 앰비언트 라이트, 서라운드 뷰, 파크어시스트 및 파크어시스트 플러스 등을 갖춰 흐름을 따랐다.




 앞좌석은 18 방향과 볼스터 조절을 강조한 에르고 컴포트 시트를 채택했다. 여기에 마사지와 통풍, 열선 등의 기능을 기본으로 더해 운전 중 몸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인다. 사보나 가죽 소재가 주는 포근함도 인상적이다. 슬라이딩 및 리클라이닝,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 뒷좌석은 성인이 앉기에 모자람이 없다. 적재공간은 810ℓ가 기본이며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800ℓ까지 늘어난다. 공간 자체는 결코 좁지 않지만 차박을 할 경우 평탄화가 필요한 구조다.

 ▲성능은 놔두고 미세먼지만 줄인 엔진
 새 투아렉의 핵심은 배기 시스템에서 요소수를 두 번 분사하는 트윈 도징 기술의 동력계다. 이미 티구안, 골프 디젤 제품에 탑재해 낯설지 않다. 배기가스와 질소산화물을 기존보다 효과적으로 줄였지만 동력성능과 효율성은 그대로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엔진은 V6 3.0ℓ 구조의 EA897 에보3다. 최고출력 286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61.2㎏·m(1,750~3,250rpm)를 발휘한다.


 엔진은 4기통에서 볼 수 없는 부드러운 회전질감을 뽐내며 디젤임을 잊게 만든다. 낮은 회전수에서 나오는 묵직한 토크만이 존재감을 알릴뿐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면 본연의 가치는 더 두드러진다. 2.2t이 넘는 체구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있게 움직이는 모습에서 디젤의 시대가 아직 저물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는 느낌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늦지 않은 시점에 변속해 효율적인 주행을 돕는다. 투아렉의 효율은 복합 10.8㎞/ℓ(도심 9.6㎞/ℓ, 고속 12.8㎞/ℓ)를 인증 받았다. 예전보다 0.5㎞/ℓ가 늘어난 수치다. 장거리 주행 동안에는 계기판에 표시된 평균 효율은 더 웃돌았다.


 섀시의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승차감을 최적화하는 에어 서스펜션은 상황에 따라 다섯 가지의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지상고를 달리하는 싱크(SYNC) 레벨, 고속 주행 시 15㎜를 낮추는 도로 레벨,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지상고를 25㎜ 높이는 오프로드 레벨, 70㎜를 높이는 오프로드 플러스 레벨, 트렁크 적재 편의를 위해 차체를 앞 25㎜, 뒤 40㎜ 낮추는 로딩 레벨이다. 불과 몇 ㎜의 차이지만 각 모드가 선사하는 차체 자세의 차이는 상당하다. 조작은 센터 콘솔의 다이얼로 쉽게 가능하다.

 4륜 조향 시스템의 반응도 매끄럽다. 저속(~37㎞/h)에선 뒷바퀴의 방향을 앞바퀴와 반대로 조향해 회전반경을 줄이고, 중·고속(37㎞/h~)에선 나란히 조향해 고속 선회 안정성을 높인다. 상황에 따라 휠베이스를 줄이거나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전 트림에 기본 제공하는 IQ-드라이브-트래블 어시스트는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역할을 수행한다. 국산차보다 더 조심스럽게 주변 차들을 살피며 달리지만 고속도로에서 제법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SUV
 투아렉은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폭스바겐의 기함이다. 달리 해석하면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폭스바겐이자 프리미엄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많은 승용차가 디젤을 떠나보내고 있는 지금, 여전히 디젤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투아렉은 정직한 디젤 엔진과 높은 제품력을 앞세우며 만회의 기회를 달라고 소리친다. 그 외침에는 근거 있는 자신감과 의지가 가득 차 보였다. 2023 투아렉 가격은 프리미엄 8,830만2,000원, 프레스티지 9,782만7,000원, R-라인 1억284만7,000원.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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