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30년 만에 만난 또 다른 리미티드, 지프 레니게이드

입력 2023년02월21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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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사이징 엔진으로 효율 강조
 -지프 막내다운 상품성 갖춰

 필자가 자동차로 덕유산을 처음 찾은 때는 1993년이었다. 92년식 지프 체로키(XJ) 리미티드와 함께였다. 눈 내린 구불구불 산길을 같이 달렸던 체로키는 튼튼하게 생긴 각진 차체와 직렬 6기통 4.0ℓ엔진, 셀렉-트렉 4륜구동, 사계절 타이어, 체인으로 무장했었다. 안전 시스템이라고는 ABS가 전부였다.

 30년이 지난 지금, 덕유산을 또 다른 리미티드로 방문했다. 이번에 함께한 차는 레니게이드 리미티드다. 레니게이드는 체로키에 비해 엔진 배기량이 2/3가 줄어들었고, 비슷한 체격에 더 많은 안전장비를 갖췄다. 기억속의 리미티드를 더듬어보면서 최신 레니게이드 리미티드를 시승했다.
 


 ▲디자인&상품성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정체성이 녹아든 소형 SUV다. 차체는 길이 4,255㎜, 너비 1,805㎜, 높이 1,700㎜로 국내 주행 환경을 감안하면 부담 없다. 최근 출시되는 차들이 워낙 큰 탓에 레니게이드가 오히려 작게 느껴진다. 전면부는 7슬롯의 세로 그릴이 지프임을 알린다. 8년째 판매되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기에 오히려 좋다. 헤드램프는 리미티드 FWD 트림이라 클리어 할로겐 타입이다. 주간주행등과 안개등도 전구 방식이라 관리하기가 쉽다. 미국 브랜드의 전유물이던 차폭등은 노란색이 아닌 흰색이라 신선하다.







 측면은 엔진룸에서 트렁크까지 연결되는 굵은 캐릭터라인 대신 펜더의 굴곡이 강인함을 살렸다. 휠 하우스에는 오프로드 명가의 DNA를 이어받은 우레탄 클래딩을 장착했다. 휠은 검정색의 18인치를 적용했고 사이드미러는 무광 크롬 커버를 채택해 역동적인 인상을 갖도록 했다. 후면부는 깜찍한 "X"자형 후미등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는 작은 지프의 형상을 새겼다. 후진등은 오른쪽에 1개만 마련했다. 왼쪽은 후방안개등이다. 스티어링 휠 위치가 좌우로 바뀐다면 후진등과 후방안개등의 위치도 따라서 변경된다. 전면부터 후면까지 이어지는 차체 하부의 우레탄 몰딩은 도심형 SUV이지만 오프로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내는 아주 평범한 스타일이다. 대중적인 차이기 때문에 대시보드나 도어 트림의 질감이 가장 일반적인 플라스틱 재질이다. 판매가격에 비하면 고급감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도어트림의 손잡이 부위를 인조가죽으로 감싼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한다. 리미티드 트림은 스티어링 휠과 좌석이 가죽이다. 오히려 미국차들의 감성은 직물시트가 더 어울린다. 대시보드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전면 유리창 센서 커버와 도어트림의 스피커 테두리의 7슬롯과 헤드램프 모양이 지프라는 것을 한 번 더 상기시켜준다. 8.4인티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지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유커넥트(Uconnect)를 내장했다. 스텔란티스그룹 제품들은 대부분 유커넥트 시스템을 쓴다. 공조와 스티어링 휠, 시트 열선, 오디오 등 차의 기능 대부분을 통합 제어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기본이다. 대신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은 없다. 1열에는 센터터널부터 도어트림까지 곳곳에 수납공간이 있다. 공간의 크기가 큰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물건들의 다양한 수납이 가능하다.




 운전석은 10방향 전동조절식 시트로 구성했지만 메모리 기능은 없다. 센터콘솔의 팔걸이는 확장형으로 슬라이딩 기능을 제공한다. 1열은 원터치 세이프티 윈도우를 채택했다. 유리창 열림을 원하는 만큼 열기 위해서는 1번만 눌러도 되지만 대체적으로 2번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조수석은 4방향 수동조절식이다. 전후와 등받이 각도 조절이 끝이다. 1열 도어포켓은 500㎖ 생수병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다. 좀 작은 물건은 안쪽으로 깊게 보관이 가능하다.    


 뒷좌석은 4:2:4 분할방식이다. 센터팔걸이와 컵홀더를 이용하려면 중간 시트를 접어야 하는데 트렁크 내부가 보이는 단점이 있다. 공간은 차 크기에 비해 좁지 않아 4인 가족의 차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센터터널에 있는 1개의 USB 충전포트로 인해 2명의 자녀라면 충전 포트 쟁탈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렁크 공간은 넓지 않다. 소형 SUV의 사이즈에 적당한 공간이다. 파워 아웃렛은 아쉽게도 없다. 뒷 선반은 러기지 스크린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짐을 좀 더 많이 실을 경우에 탈착이 가능하다.

 ▲성능
 레니게이드의 1.3ℓ 멀티 에어3 가솔린 터보엔진은 FCA의 글로벌 스몰 엔진(Global Small Engine)에서 시작됐다. 3·4기통에 배기량 1~1.5ℓ까지 지원한다. 레니게이드의 엔진은 최고 173마력, 최대 27.6㎏·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전 2.4ℓ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이 조금 더 나은 편이다. 변속기는 ZF의 948TE 전륜기반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안정적인 전륜기반 변속기로 여러 제조사가 사용하고 있다.


 동력계는 다운사이징을 통해 환경과 효율에 집중했다. 인증 받은 연료 효율은 도심 9.2㎞/ℓ, 고속도로 12.3㎞/ℓ이다. 실제 250㎞ 거리의 고속도로 주행에서 13.6㎞/ℓ를 표시했다. 시동을 걸면 저배기량 가솔린 엔진다운 정숙성과 저진동을 보여준다. 진동·소음에서는 확실히 가솔린 엔진이 유리하다. 엔진 반응도 다운사이징을 고려하면 만족스럽다. 하지만, 9단 자동변속기는 고속도로에서 대부분 7단까지 변속되고 좀처럼 9단까지 올리지 않았다. 수동모드로 8단까지는 어느 정도 변속했지만 9단은 쉽지 않았다. 시속 100㎞의 엔진회전수는 2,000rpm 정도를 가리켰다. 시내에서는 대부분 5단까지 사용했다. 도심과 고속도로의 속도와 주행 스타일에서 오는 이유 있는 세팅일 것이다.

 서스펜션은 도심형 SUV의 개념을 확실히 심어줬다. 부드러운 승차감 덕분에 장거리 운행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졌다. 브레이크는 과하게 몰아 붙여 열에너지가 비정상적으로 커지지 않는 이상 도심과 산길의 반복적인 급정거에도 꾸준한 성능을 유지했다. 도심형 SUV에 지프만의 설계 의도를 충분히 적용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차를 타고 험난한 산길을 달리는 운전자도 드물 것이고, 온로드 도심을 과격하게 주행하는 운전자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레니게이드는 개성 있는 외관과 편안한 주행을 추구하는 차다. 

 산을 오르는 굽잇길에서는 저배기량의 출력을 내심 걱정했지만 2.5ℓ급 자연흡기 엔진에 버금가는 힘으로 덕유산 옆 성지산(해발 992.4m)과 김해산(836.8m) 사이의 산길을 오르는 동안 무난한 동력성능을 자아냈다. 하지만 내리막길 엔진 브레이크는 저단으로 변속해도 엔진회전수만 오를뿐 감속되는 힘은 적었다. 엔진 브레이크를 자주 사용할 일은 없지만 국내 도로의 내리막에서는 이를 염두에 두고 달려야 한다.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FWD에 적용한 능동형 안전장치는 파크뷰 후방카메라와 사각지내/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전자식 주행 안정 시스템, 키리스 엔터 엔 고 스마트키 시스템, 파크센스 전, 후방 센서 주차 보조시스템이 기본이다. 키리스 엔터 엔 고 시스템은 터치타입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을 채책해 손잡이만 잡아도 도어락이 해제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능동형 안전장치를 얻으려면 300만원을 더 지불하고 AWD 트림을 구매해야 한다.  


 ▲총평
 레니게이드는 지프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낼 만큼의 매력을 지녔다. 리미티드 FWD 트림의 경우 기본기에 있어 분명한 강점이 돋보인다. 몇 가지 요소에선 유지 관리의 이점도 두드러진다. 하지만 다양한 경쟁차가 즐비한 소형 SUV 시장에서 레니게이드가 선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치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상품성과 가격 대 가치를 놓고 봤을 때엔 뛰어난 경쟁자가 많아서다. 레니게이드 리미티드 FWD 가격은 4,540만원이다.

박재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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