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압도적인 존재감, GMC 시에라 드날리

입력 2023년02월22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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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함 강조한 풀사이즈 픽업트럭
 -단점 찾기 어려운 완성도로 어필

 GMC가 한국에 선보이는 첫 신차로 풀사이즈 픽업트럭인 시에라를 선택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차급의 제품을 통해 미국 브랜드만의 강인한 매력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덕분에 아직 국내에서 낯선 대형 픽업 시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병행 수입 업체들만의 아지트였던 이 시장에서 시에라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제시하려 한다.



 ▲고급 트럭에 걸맞은 디테일과 픽업 노하우
 GMC는 GM 브랜드 중에서도 고급 트럭을 선보이고 있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국내에 진출한 GM 브랜드 중에서 쉐보레와 캐딜락 사이 정도다. 시에라 역시 딱 그 수준에 맞는 제품력을 보여준다.

 외관 전면부는 GMC의 상징이기도 한 대형 크롬 그릴이 가장 두드러진다. 경차의 전면부를 모두 감쌀 수 있는 면적이다. 헤드램프는 LED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렬한 눈빛을 선사한다. 크기도 형태도 독특해 멀리서도 한 눈에 시에라임을 알아챌 수 있다. 후드는 가슴 높이까지 찰 정도로 높다.





 측면은 픽업트럭만의 전형적인 3박스 스타일을 보여준다. 캐릭터라인은 오각형 휠하우스 형태와 비슷한 형태로 그어 자연스러운 조형성에 한 몫 했다. 펜더에는 "6.2L V8" 레터링 장식을 부착해 큰 엔진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한다. 전동식 사이드스텝은 적재함 쪽으로도 밀어낼 수 있어 적재 접근성을 높였다.




 후면부는 픽업에 대한 브랜드의 이해도가 가장 잘 드러난다. 전동식으로 열 수 있는 테일 게이트는 상황에 따라 6가지 형태로 바꿀 수 있다. 계단, 선반, 의자 등으로 활용 가능하며 화물 길이에 따라서 연장할 수도 있다. 적재함은 흠집과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표면 처리가 이뤄졌으며 400W 230V 아워 아웃렛, 적재함 카메라 등의 품목도 준비했다. 범퍼 모서리 역시 계단 모양으로 만든 코너 스텝을 적용해 편리하게 적재함에 오를 수 있다. 차체 크기는 길이 5,890㎜, 너비 2,065㎜, 높이 1,950㎜, 휠베이스 3,745㎜로 상용차에 가깝다.

 실내는 트럭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다. 곳곳에 쓰인 천연 가죽과 오픈 포어 우드, 알루미늄 크롬 등 기존 트럭에서 찾아보기 힘든 소재 덕분이다. 반듯한 대시보드와 부푼 가죽의 시트, 센터 콘솔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디지털화를 강조한 품목도 돋보인다. 12.3인치 계기판과 13.4인치 터치스크린은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무선 연결도 기본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15인치 크기를 지녔지만 국내에서 보여주는 그래픽은 한계가 있다.



 뒷좌석은 넉넉함이 넘친다. 탑승 공간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국내 시판 중인 픽업 중 다리공간이 가장 넓게 느껴졌다. 등받이 각도도 다른 픽업에 비해 가파르지 않아 패밀리카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뒷좌석에 부피가 큰 짐을 실어야 할 경우 엉덩이받이를 접어 올려서 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V8 엔진의 매력, 의외의 승차감
 GM의 V8 엔진은 가격대 성능비가 높기로 정평이 나있다. 시에라에 탑재된 V8 6.2ℓ 가솔린 직분사 자연흡기 엔진도 마찬가지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m를 발휘하며 풍요로운 내연기관의 가치를 마음껏 뽐낸다. 페달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과 우렁찬 엔진음, 거칠 것 없이 회전수를 올리는 맛이 일품이다. 효율을 위한 기통 휴지 기능도 준비됐다. 인증 받은 연료 효율은 복합 6.9㎞/ℓ다. 여의도와 강화도를 오간 짧은 시승동안에는 5.9~6.8㎞/ℓ 수준을 보였다.


 변속기는 10단 자동이다. 차의 체구와 성격상 도심보다는 교외 주행에서 더 빛을 발하는 로직을 보여준다. 효율적인 가속을 위해 열심히 변속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출력을 더 뽑아내고 싶다면 패들 시프터를 활용해 rpm을 높이면 된다.
 
 차체의 움직임은 프레임 온 바디 특성을 그대로 간직했다. 일단 무게중심이 꽤 높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하체는 험로 주파를 고려해 무르게 설정됐다. 때문에 굽잇길에선 한계가 쉽게 찾아온다. 그러나 불편한 느낌보다 풀사이즈 픽업이라는 매력으로 와 닿는다. 특히 시트 포지션이 제법 높아 내려다보면서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승차감은 의외로 준수하다. 실시간으로 감쇠력을 제어하는 리얼타임 댐핑 어댑티브 서스펜션의 효과다. 다양한 노면의 생김새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세련된 감각을 제공한다. 뒷좌석에서도 공간과 승차감에 대한 불만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장거리 운행도 기대할 만하다. 구동계인 오토트랙 액티브 4WD 시스템과 여러 주행 모드도 일조한다. 다만, 제동력은 거구인 탓에 조금 아쉽다. 더 강력한 브레이크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체적인 균형을 다시 떠올리면 이내 아쉬움은 줄어든다.

 대형 픽업트럭은 기본적으로 견인력까지 따져보는 차종이다. 시에라는 4t에 가까운 견인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 히치 라이트,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라인 등을 기본 제공해 트레일러 체결을 돕는다. 주행 중에는 전용 자세 제어 시스템, 통합형 제동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높인다.


 ▲이유 있는 완판
 시에라는 단점을 찾아내기 어려운 높은 완성도를 발산했다. 곳곳에 녹아든 픽업 맛집의 노하우와 고급스러움, 비단결 같은 승차감, 대배기량 엔진의 여유는 국내에서 "풀사이즈 픽업"이라는 차종에 대한 좋은 인식을 만들어 내기 충분하다는 믿음을 줬다. 초도물량이 금방 매진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격은 드날리 9,330만원, 드날리-X 스페셜 에디션 9,50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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