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가성비 최고에 도전하는 PHEV, 토요타 RAV4 PHEV

입력 2023년02월23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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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306마력·외부 충전식 하이브리드로 성능·효율 잡아

 토요타가 국내에서 겨울잠을 깨고 일어나려 한다. 올해에만 6개 신차를 출시해 주력 분야인 부분 전동화의 영역을 넓힌다. 첫 발걸음은 RAV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알렸다. PHEV는 엔진과 모터, 대용량 고전압 배터리, 외부 충전 시스템을 탑재해 비싼 파워트레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국내에선 일반 브랜드보다 독일 고급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 왔다. 물론, 오래 전부터 하이브리드(HEV)에서 강점을 보이던 토요타도 PHEV를 놓치 않았다. 토요타는 2017년 프리우스 프라임을 시작으로 저변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RAV4 PHEV는 그 연장선에 있다.


 ▲내유외강 스타일에 최신 인포테인먼트 담아
 RAV4의 외관과 내장은 제품의 핵심 시장인 북미의 감성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거친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은 조형성과 소재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다. 외관은 팔각형 두 개를 앞뒤로 교차한 듯한 크로스 옥타곤을 바탕으로 그려냈다. 보닛, 펜더, 후드, 캐릭터라인을 통해 볼 수 있는데 요소를 찾는 재미가 있다.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감각을 보여준다.



 전면부는 야성적인 SUV의 감각이 물씬하다. 상단을 LED로 채운 사각형 헤드램프와 메시 타입 그릴, 범퍼 좌·우를 파고든 안개등, 과감하게 치켜 올린 흡기구에서 남성미가 넘친다. 박스 스타일의 측면은 겹겹이 그려낸 선들과 바퀴를 움켜쥔 듯한 클래딩, 필러와 지붕을 구분하는 디자인으로 제품만의 개성을 나타냈다. 앞·뒤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는 유광 페인트로 마감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험로를 갔을 경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검정색으로 코팅한 19인치 5스포크 휠도 마찬가지다. 반면 B필러를 포함한 일부 몰딩은 내구성이 높은 무광 부품을 썼다.


 실내는 세월을 피할 수 없었던 흔적이 역력하다. 지금의 5세대 RAV4는 2019년 등장했다. 2021년 부분변경을 거쳤지만 기본 구조는 유지했다. 그러나 개선이 용이한 부분은 확실히 바꿔 촌스러운 느낌을 덜어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역동적이다. 무난한 검정색 바탕에 빨간 바느질 마감을 곁들여서다.







 디지털 계기판은 12.3인치 크기로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화려한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속도와 에너지 흐름 상황을 강조하며 레이아웃을 달리할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의 모니터는 8인치에 불과하다. 12인치 이상을 쓰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오래된 느낌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LG전자와 개발한 전장 시스템과 U+드라이브 기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기술적 흐름을 잘 따랐다.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하는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모바일TV, 네이버 클로바 연동 음성인식 제어 등을 제공한다.




 공간은 준중형 SUV에 걸맞게 넉넉한 편이다. 게다가 바닥을 평평하게 펴서 뒷좌석에 3명이 앉아도 좁다는 느낌이 적다. RAV4는 4WD를 채택했지만 뒷바퀴를 모터로만 구동해 엔진의 동력을 뒷바퀴로 보내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덕분에 센터 터널이 아주 낮다.

 문제는 이 차가 HEV보다 더 큰 배터리를 요구하는 PHEV라는 점이다. 고전압 배터리 용량은 18.1㎾h로, HEV의 10배 수준이다. 그러나 뒷좌석 아래에 배터리를 얹어 탑승 및 적재공간을 지켜냈다. 충전구는 완속 충전용 AC단상을 적용했다. 32A(6.6㎾) 완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완충에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하나의 차, 두 개의 심장
 동력계는 최고 177마력의 2.5ℓ 가솔린 엔진과 앞(140㎾)·뒤(40㎾) 모터 조합을 통해 시스템 최고출력 306마력을 발휘한다. 기존 HEV 제품보다 84마력이나 높다. SUV에 과한 성능일 수 있지만 전동화를 이룰수록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장점이다. 가속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Four 4WD 시스템은 전륜과 후륜에 각각 100:0에서 20:80까지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배분한다. 앞바퀴 굴림 방식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평소 뒷바퀴를 구동하진 않는다.


 동력계는 주행 모드를 통해 활용도를 선택할 수 있다. 주행 모드는 전기만으로 움직이는 EV모드, 배터리 충전량을 유지하면서 전기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HV모드, EV모드로 주행하면서 필요 시 엔진 힘을 추가할 수 있는 오토 EV/HV모드, 배터리를 충전하며 EV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CHG HOLD 모드를 지원한다. 엔진, 모터의 작동 여부를 직접 제어하기 때문에 모드별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모드는 센터 콘솔에 위치한 버튼으로 전환한다.

 EV모드는 토크가 큰 전기차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전기차 특유의 강한 가속력을 선사한다. 모터 소리가 조용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릴 수는 있겠다. 인증 받은 EV모드의 주행 가능 거리는 63㎞로, 일반적인 출·퇴근을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는 70㎞ 이상으로 길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HV모드를 켜면 엔진이 작동하면서 속도를 올린다. 엔진에 시동이 걸릴 때 생기는 이질감은 생각보다 적다. 엔진은 무단 변속기를 조합해 회전수와 주행 속도가 비례한다. 배터리 전력이 가득 차 있을 경우 HV모드는 쓸 수 없게 설정돼 있다. 오랫동안 HEV에 집중했던 토요타의 노하우는 이런 데서 나온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생각보다 조용히, 그러나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타력주행을 할 때에도 살며시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하지만 일반 내연기관의 주행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속도를 줄일 때에도 회생제동이 급격하게 개입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런데도 연료나 전력량이 꾸준히 유지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연료 효율은 15.6㎞/ℓ(복합 주행모드 기준)를 인증 받았다. 물론, 실 주행에선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안전품목은 토요타 세이프티 센스(Toyota Safety Sense)를 개선한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은 교차로 내 차와 보행자, 도로의 맞은편 차에도 대응할 수 있다. 긴급 조향 보조와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의 기능도 향상했으며 국내 판매하는 토요타 제품 중 처음 주차 보조 브레이크를 장착하기도 했다.


 ▲가장 합리적인 PHEV의 가치
 RAV4 PHEV는 HEV에서 BEV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디딤돌 역할과 국내에서 탈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PHEV의 가치를 제안한다. 때로는 전기차처럼, 때로는 HEV처럼 탈 수 있어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은 전기차의 면모를 지닌다. 게다가 300마력이 넘는 고성능을 통해 따분한 HEV를 거부하는 자신감까지 갖췄다.

 RAV4만의 탄탄한 상품성도 차의 매력을 뒷받침한다. RAV4는 지난해 토요타의 한국 판매 실적 가운데 43.1%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제품이기도 하다. 브랜드를 대표하던 캠리와 프리우스보다 존재감이 큰 셈이다. "고유가와 SUV의 흐름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차"라는 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RAV4 PHEV가 효율에 효율과 성능을 더한 차로 손꼽히는 이유다. 가격은 5,570만원(개별소비세 3.5%)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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