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헤리티지 간직한 정통 SUV
-온로드 및 오프로드 성능 조화 뛰어나
브랜드가 오랜 시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 이에 걸맞은 제품 경쟁력에서 나온다. 흔히 "헤리티지"라 부르는 요소이며 이를 담고있는 차를 "아이코닉카"라고 정의한다. 랜드로버에겐 디펜더가 있다. 디펜더는 75년 역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시켜주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세월이 흘러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며 열광하는 SUV이기도 하다.
신형은 팬층을 넘어 보다 폭넓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2도어 90, 4도어는 길이에 따라 110,130로 나뉘고 최근에는 고성능 심장을 얹은 P400 X까지 등장시켰다. 다시한번 시대를 주름잡을 디펜더를 만나봤다.
▲확고한 정체성 묻어나는 외관
디펜더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생김새를 자랑한다. 각을 사용해 틀을 잡고 굵직한 직선으로 모든 스타일을 완성했다. 옛 디펜더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 모습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차를 꾸미는 세부 요소는 상당히 정교하고 고급스럽다. 헤드램프만 봐도 알 수 있다. 안 쪽 구성은 물론 기능적으로도 완벽하다.
도강 능력을 높이기 위해 공기흡입구는 최대한 위쪽에 자리잡았다. 범퍼는 진입각과 이탈각을 고려해 바짝 치켜 올렸다. 옆은 다이아몬드 커팅 방식의 20인치 5-스포크 휠이 인상적이다. 안쪽에 보이는 빨간색 브램보 브레이크 캘리퍼도 믿음이 간다. 시승차는 디펜더 전용 액세서리를 곳곳에 붙여 감성 품질을 높였다.
A필러는 물론 뒤쪽 양끝에 자리 잡은 사다리와 스토리지 박스, 루프랙까지 마니아들의 심장을 저격한다. 뒤는 디자인 특징이 더 커진다. 거대한 스페어 타이어와 옆으로 문을 여는 트렁크, 세로 형태 테일램프, 견인 고리 등이 대표적이다, 여러모로 존재감 하나만큼은 따라올 SUV가 없다
▲대조적인 두 감각의 조화
실내는 반전 매력을 제공한다. 투박하면서도 섬세하고 간단하면서도 화려한 기능과 구성으로 나열돼 있다. 즉 대조적이면서도 조화로운 요즘 소비자들이 원하는 구성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거대한 풀 디지털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숫자 크기와 글씨체, 구현 과정은 물론 내비게이션 연동 했을 때 표현하는 방식까지 흠잡을 대가 없다.
이와 함께 스티어링휠은 다소 큰 편이며 버튼들도 큼직하다. 시선을 중앙으로 두면 네모 반듯한 커다란 모니터가 눈에 들어온다. 신형으로 오면서 크기를 키우고 플로팅 타입으로 떠 있어 직관성이 좋아졌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피비 프로 기반의 11.4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고성능 스마트폰 수준의 반응속도와 직관적인 사용성이 특징이다. 아울러 16개의 개별 모듈을 원격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SOTA 기능도 갖춰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다. 또 순정 T맵 내비게이션을 탑재해 더욱 편리하고 신속하게 목적지까지 주행할 수 있다.
이 외에 변속레버가 살짝 올드해 보이지만 직관적인 조작이 필요한 오프로드 시에는 훨씬 나은 구성이라 단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조장치 버튼은 다소 많지만 한번 손에 익으면 제법 편하다. 편의 품목은 빠짐없이 다 들어있다. 통풍과 메모리 기능이 포함된 시트는 물론 헤드업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산루프, 무선 카플레이, 냉장고 등등 아쉬운 구석이 없다.
감성 품질도 놓치지 않고 챙겼다. 영국 브랜드인 메리디안 서라운드 음향 시스템을 탑재했다. 최신 디지털 처리 기술을 적용한 오디오는 700W 출력의 스피커 14개와 서브우퍼 및 16개의 채널 앰프와 결합해 모든 탑승자에게 완벽하고 최적화된 음질을 제공한다. 곳곳에 적용한 무드등을 비롯해 질 좋은 나무와 가죽, 금속소재가 적절히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운 감각을 높인다.
▲존재의 이유, 본연의 충실한 공간
공간 활용에 있어서도 디펜더는 훌륭하다. 1열의 경우 센터터널은 전부 수납공간이다. 크고 작은 칸막이로 나눠 여러 물건을 쉽게 넣을 수 있다. 여기에 브릿지 형태로 이루어져 아래 부분에도 부피가 큰 물건을 둘 수 있다. 2열도 마찬가지다. 대형 SUV에 속하기 때문에 앉았을 때 답답하거나 불편한 부분은 찾을 수 없다. 광활하고 개방감이 좋다. 가운데 턱도 없어서 성인 세 명이 온전히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가능하다.
2열 도어 위쪽에는 별도의 유리창을 뚫었다. "알파인 라이트"라 불리는 가로 형태의 유리는 산 정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던 예전 디펜더의 유산이다. 트렁크 활용은 어떤 SUV보다도 알차다. 먼저 오염이 적은 바닥판을 사용해 물기가 묻은 장비도 부담 없이 넣을 수 있다. 기본 1,075ℓ의 적재공간을 갖췄으며 2열 폴딩 시 최대 2,380ℓ까지 늘어난다. 풀플랫을 제공해 레저 활동에 적합하며 트렁크 아래에도 꽤 깊은 수납함이 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강력한 실력
시승차인 P400 X는 기존 대비 강력한 파워트레인이 특징이다. 높은 성능의 엔진과 랜드로버만의 오프로드 기술을 채택해 차별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m를 발휘하는 신형 직렬 6기통 3.0ℓ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 만에 도달한다. 이와 함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를 적용해 엔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배기가스 배출 저감을 실현했다. 이 외에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연속 가변 밸브 등 다양한 랜드로버의 최신 엔진 기술을 적용해 정교하고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제공한다.
존재감은 시동을 켜면서부터 알 수 있다. 강한 사운드를 토해내며 등장을 알리고 웅웅 거리는 거친 소리가 흥분을 자극한다. 초기 발진가속은 생각보다 예민하지 않다. 묵직한 차를 이끌기에 알맞은 부드러움이며 그만큼 부담이 없다. 하지만 일정 rpm을 넘어서면 강한 힘을 온전히 드러내며 힘차게 내달린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 차가 내뿜는 펀치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거대한 크기와 몸무게를 잊을 정도로 강하게 달려나가며 새로운 스릴을 제공한다. 아무렇지 않게 속도를 올리고 엔진은 아직도 여유가 넘친다는 듯이 콧노래를 부른다. 변속기와의 궁합도 좋은 편이어서 운전하는 내내 스트레스 없는 속 시원한 가속이 가능하다. 그만큼 운전을 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즐겁다.
고성능 제품답게 온로드에서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보장하는 아이템도 가득하다. 대표적으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이 있다. 초당 최대 500회까지 노면 상황을 모니터링한 뒤 연속 가변 댐퍼를 조정해 최적의 제어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온로드에서 날카로운 핸들링과 높은 동력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필요는 없지만 한 가지 정확한 사실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준다는 것이다. 롤 허용을 줄이고 불규칙한 노면과 소음도 철저하게 잡아낸다. 레인지로버 시리즈를 모는 것처럼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오프로드는 이 차의 놀이터가 된다. 랜드로버의 전천후 전지형 기술을 바탕으로 어떤 지형에서도 압도적인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설정 가능한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2를 탑재해 운전자는 본인 취향에 맞게 오프로드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더불어 주행 조건에 따라 차고 높이를 조절하는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최적의 트랙션 컨트롤을 보장하는 전자식 액티브 리어 락킹 디퍼런셜 등의 오프로드 기술을 탑재해 자신감 있는 주행을 보여준다.
▲영원한 아이코닉카
디펜더는 랜드로버의 유산이자 영원한 아이코닉카다. 시대가 흘러도 변치 않은 성격과 가치를 증명하며 많은 정통 SUV 마니아들에게 한결 같은 매력을 전달한다. 75년동안 이어진 끈을 놓치지 않고 계승하려는 의지와 노력의 결과물인 셈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헤리티지가 왜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알게 해준다. 성능과 가격, 기술을 넘어 존재만으로도 구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차가 랜드로버 디펜더다. 디펜더 P400 X 가격은 1억4,127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