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궁극의 전동화, 마세라티 그란 투리스모 폴고레

입력 2023년03월01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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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랜드 근간에 적용한 첫 순수 전동화
 -내연기관 감성 이상의 일렉트릭 드라이브

 마세라티가 첫 BEV로 그란 투리스모를 낙점했다.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제품인 만큼 본격적인 전동화 역시 가장 먼저 이뤄야 한다는 판단이다. 새 시대를 맞이하는 마세라티에 있어서 아주 상징적인 차로 꼽히는 배경이다. 차명에는 번개를 뜻하는 "폴고레(Folgore)"를 덧붙였다. 마세라티 삼지창 엠블럼의 유래를 떠올리면 자연스러운 명명법이다.



 ▲아름다움으로 빨아들이는 시선
 새 그란 투리스모는 75년간 유지해오던 GT의 매력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특히 디자인은 클래식카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란 투리스모 폴고레는 내연기관 제품과 내·외관 디자인을 대부분 공유한다. 반면, 범퍼와 알로이 휠은 공력성능을 개선해 공기저항을 약 7% 줄였다.





 외관 전면부는 타원형 음각 그릴과 세로형 헤드램프, 펜더 일부까지 덮은 대형 후드(Cofango)를 통해 마세라티의 일원임을 강조한다. 범퍼는 형태를 최대한 단순히 만들어 공기 흐름을 원활히 했다.

 측면은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인 실루엣이 GT의 미학적 가치를 제시한다. 바퀴가 커지고 차체가 낮아 더 극적으로 다가온다. 앞 펜더에 필기체로 적은 "폴고레" 레터링과 크롬 대신 검정색으로 칠한 창틀, 표면을 많이 가린 알로이 휠(앞 20인치, 뒤 21인치)은 차별화 요소다. 지상고를 포함한 전체 높이는 내연기관차와 같다. 배터리 팩을 센터 콘솔과 뒷좌석 근처에 "T"자형으로 숨겼기 때문이다. 포르쉐 타이칸을 포함한 쿠페형 BEV들이 채택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무게 중심도 미드십 스포츠카 수준의 50:50을 구현했다. 엔진을 얹은 그란 투리스모의 52:48과 비교하면 운동성능 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후면부는 가로형 테일램프를 중심으로 간결하게 마감했다. 딱 벌어진 어깨선에선 힘이 느껴진다. 좌측의 충전구와 존재하지 않은 배기 파이프는 BEV임을 알리는 힌트다.

 2+2 구조의 실내는 편안함을 바탕으로 디지털화를 적극 반영했다. 디지털 계기판과 디지털 시계는 운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한 그래픽을 볼 수 있다. 12.3인치 메인 터치스크린도 흐름을 적절히 따랐다. 안드로이드 오토 기반의 마세라티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MIA)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스마트폰 무선 연결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담았다.





 엔진 시동 버튼과 주행모드 버튼은 스티어링 휠에 배치했다. 변속은 센터페시아 가운데의 버튼으로 조작한다. 순수 스포츠카가 아닌 GT라서 가능한 구성이다. 세미 버킷 형태의 좌석은 다양한 탑승자 체형에 대응할 수 있는 모양새다. 고속 코너링에서도 몸을 잡아주는 능력이 만족스럽다.

 실내 곳곳에는 재제조한 나일론 등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BEV의 가치를 더했다. 그럼에도 고주파 가죽 프린팅 같은 기법을 활용해 품위를 잃지 않았다. 대시보드, 시트 등의 색상도 친환경성을 부여한 배색을 적용했다. 시트 포지션은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있지 않아 매우 낮다. 오히려 타고 내리기 어려울 정도다.

 ▲번개 같이 빠르고 짜릿한 달리기
 동력계는 800V 기술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402마력급 전기 모터 3개(앞 1개, 뒤 2개)와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92.5㎾h 용량(실 사용량 83㎾h)의 배터리로 구성했다. 시스템의 총 출력은 750마력(560㎾)으로 V6 터보의 트로페오(550마력)를 훨씬 웃돈다. 여기엔 포뮬러 E 기술에서 응용한 SIC인버터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당 9.2㎾의 고밀도 전력을 제공한다. 덕분에 0→100㎞/h 가속은 2.7초 만에 끝내며 최고속도는 320㎞/h를 확보했다. 역시 트로페오의 3.5초, 302㎞/h를 넘어서는 성능이다.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감성을 곁들이면 더 치명적이다. 2.3t에 가까운 차체가 지면에서 떠날 듯이 가속할 때엔 두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다. 3개의 모터는 토크 벡터링을 통해 출력을 각기 다르게 제어한다. 초기 가속 시엔 뒷바퀴에 보다 많은 힘을 가하고, 중·고속에선 효율을 위해 앞바퀴만 굴리기도 한다. 선회를 할 때엔 안쪽 바퀴보다 바깥쪽 바퀴의 힘을 더 보낸다. 전동화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순간들이다.

 주행모드는 효율 중심의 맥스 레인지, 성능과 효율의 균형을 강조한 GT, 동력을 다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극한의 코르사를 제공한다. 스포츠 이상을 사용할 경우 폭발적인 가속이 가능한 런치 컨트롤을 쓸 수 있다. 동력을 80%까지 쓸 수 있는 GT만 써도 성능이 제법 높다.

 고주파와 중저음이 뒤섞인 듯한 구동음은 내연기관차보다 작지만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을 전동화에 맞춰 잘 편곡한 느낌이다. 모터의 자연적인 소리 외에도 실내 여러 곳에 배치한 스피커, 외부의 머플러 위치에 마련한 스피커가 실감나는 구동음을 뿜어낸다. 주행 모드에 따라 음량이 달라지며 차가 멈춘 상태에서도 엔진의 아이들링처럼 음향을 내보내 소리의 진심인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린다.


 승차감은 GT의 안락한 느낌을 선사한다. 특히 에어 서스펜션은 고속도로는 물론, 이탈리아의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빛을 발했다. GT를 지향하는 만큼 고속 주행 안정성도 상당하다. 스포일러 같은 장치가 없음에도 노면과 일체감 있게 달려나간다. 굽잇길에선 미세한 롤링을 만들어내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선회할 수 있어 든든하다. 고전압 배터리의 중앙 배치 덕분에 하중이동도 안정적이다. 제동력은 기대한 만큼을 보여준다. 차체가 워낙 무거운 탓에 밀릴 법도 하지만 회생 제동의 도움이 커 걱정이 없다.

 ▲탄소 배출 없이 즐기는 마세라티
 그란 투리스모 폴고레는 "GT의 향수와 지속가능성을 적절히 버무린 차"라고 단언할 수 있다.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굳이 그 흔적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마세라티는 2025년까지 모든 제품에 전동화를 반영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꽤 눈부셨다고 할 수 있겠다. 누가봐도 마세라티 다운 BEV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로마(이탈리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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