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량 기준 미충족, 택시 업계는 원해
택시 업계가 배기량 기준의 요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토레스 바이퓨얼이 등장해 택시 용도 사용을 검토했지만 배기량 기준이 중형에 미치지 못해 중형 요금을 받을 수 없어서다.
13일 국토부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운임 효율 등 조정 요령> 제4조 조정원칙에 따르면 택시요금은 소형, 중형, 대형, 모범에 따라 차이를 두어야 한다. 이 가운데 택시 업계가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소형과 중형의 배기량 기준이다. 한 마디로 1,600㏄ 미만 차종도 이제는 중형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다.
실제 쌍용차 토레스 LPG 바이퓨얼은 택시로 주로 사용되는 쏘나타 세단 대비 덩치도 크고 파워도 높다. 배기량은 1,497㏄로 쏘나타 LPG의 1998㏄보다 작지만 최고출력은 165마력으로 쏘나타의 151마력보다 높다. 효율도 밀리지 않는다. 쏘나타 LPG는 복합기준 효율이 ℓ당 9.4㎞이고 토레스 바이퓨얼은 8.9㎞에 달한다. 이는 공차중량 측면에서 토레스가 쏘나타 대비 50㎏ 가량 무거운 1,520㎏에 달하는 탓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이를 두고 시내 도로에 실주행 조건을 적용하면 쏘나타의 8.2㎞와 비교해 거의 동등한 수준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토레스의 택시 사용을 검토했지만 이번에는 요금 체계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상 택시 요금을 정하는 자치단체가 국토부의 차급별 요금 차등이라는 요금조정원칙을 거스를 수 없어서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소형과 중형 요금은 차이가 크다. 요금 인상 전 기준으로 소형택시는 기본 요금이 중형(3,800원) 대비 1,700원이 저렴한 2,100원에 머문다. 거리와 시간 요금 또한 중형 대비 낮아 굳이 소형택시의 도입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배기량과 배출가스를 모두 줄이는 엔진 다운사이징 흐름이 이어지면서 승용차 크기를 분류할 때 적용하는 배기량 기준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소형, 중형, 대형은 배기량이 아니라 크기만으로 분류하는 게 오히려 적절하다는 것.
반면 일부에선 배기량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배기량 기준을 허물면 일부 소형 차종도 중형 요금을 받을 수 있어 택시로 사용되는 차종이 작아질 수 있어 이용자가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아반떼 등의 준중형차도 크기는 법적으로 중형에 해당되는 만큼 중형 택시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택시 업계 관계자는 "택시도 다양한 차종이 사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성이 있다"며 "택시로 사용 가능한 연료를 LPG로 묶어둔 상황에서 배기량 기준에 따라 요금 차등을 두어야 하는 것 자체가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기량을 유지한다면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했을 때도 유류세 환급을 해주면 되지만 그렇지도 않다"며 "개인택시 사업자에게 자동차는 영업용이기도 하지만 자가용 역할도 있는 만큼 차종 선택권을 확대해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