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의 부품 공급난이 완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수리 부품의 공급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수리에 쓸 부품이 없어 제품 운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비스용 부품 공급난은 반도체 기반의 전장부품뿐 아니라 카메라, 레이더 등의 센서, 범퍼와 몰딩을 포함한 내외장 부품 등에도 퍼지고 있다. 특히 국내 자동차 점유율이 절대적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는 아반떼, 아이오닉 6, 팰리세이드 등의 범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며, 제네시스는 전 제품의 전후방 카메라가 모자란 실정이다. 기아는 현행 모닝 범퍼 부속류의 국내 재고가 없고 K5와 K8은 범퍼를 구할 수 없다.
단종된 차도 부품이 없어 수리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완성차 제조사는 자동차 관리법 제49조의3에 따라 차를 단종시킨 이후에도 8년 이상 부품을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IG), 쏘나타(LF)는 에어덕트를 구하기 힘들며 아반떼(MD), 그랜저(HG)는 그릴, 레이더 등의 재고가 없다. 기아 카니발(YP)은 보닛, 우측 앞·뒤 도어, 미미 등의 부품을 찾기가 어렵다. 이들은 중고부품 시장에서도 이미 바닥난 수준이다.
부품 수급난은 수리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차를 고치지 못해 길게는 수개월 동안 방치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는 것. 사고 수리의 경우 대차 비용이 불가피하게 늘고 있어 보험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사고 수리 시 대차 상한 기간(25일)을 다 채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손해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모든 운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용 부품 품귀현상의 배경은 신차에 집중된 부품 공급이 꼽힌다. 공급 자체가 줄어든 환경에서 신규 수요에 주력하는 완성차 회사의 업태 특성상 기존 수요에 대응이 어렵다는 것. 공급난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완성차 업계의 납품량 감소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품 업체들의 부정적인 상황도 공급 대란을 거드는 대목이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상승함에 따라 업체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수리용 부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완성차 회사가 공급선을 변경하면서 기존 부품 공급이 무너지는 사태도 벌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회사에 단가 인상을 요구하거나 납품 거부에 나서는 부품사가 등장하면서 공급이 끊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급가를 낮추길 원하는 완성차와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부품업계의 악순환이 거듭될수록 소비자만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아예 신차 구매로 돌아서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로 신차 구매가 주춤하자 제조사마다 할부 이자 지원, 금리 인하 및 가격 조정 등으로 재고 소진에 적극 나서고 있어서다. 한 마디로 보유 차종의 수리 부품을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가벼운 수리가 필요한 경우 중고차로 처분하고 가격이 낮아진 새 차 구매로 돌아선다는 것.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구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외관에 문제가 있으면 중고차로 처분할 때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소비자들도 잘 안다"며 "그럼에도 처분하려는 사람이 요즘에는 조금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선 인증 부품을 확대해 부품난을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체들이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소비자 불편을 줄이자는 것. 박재용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새 부품 공급이 어렵다면 완성차기업이 오히려 대체 인증 부품을 제공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수입차의 경우 일부 품목에 대해 부품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국산차는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