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토종 전기 마을버스의 힘, 현대차 일렉시티 타운

입력 2023년03월20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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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뢰성 강조한 제품력으로 중국산 버스와 차별화

 태동한지 얼마 안 된 국내 전기 시내버스 시장은 가격대 가치가 큰 중국산이 지배적이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등록된 전기 시내버스는 1,617대로, 이 가운데 82.8%(1,340대)가 중국산이었다. 이들이 시장을 선점한 이상 국산차는 주도권을 되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기존 시내버스를 주름잡던 현대자동차 입장에선 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현대차에게는 일렉시티라는 완성도 높은 무기가 있다. 여기에 마을버스로 영역을 넓힌 일렉시티 타운은 승승장구하는 K-전기차의 기세를 확장하려는 분위기다. 따끈따끈한 일렉시티 타운을 현대차 천안글로벌러닝센터에서 만나봤다.


 ▲마을버스의 기동성을 갖춘 일렉시티
 일렉시티 타운은 일렉시티의 상품성을 유지하되, 길이를 2m 정도 줄여 기동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외관은 일자로 배치한 LED 주간주행등과 원형 LED로 구성한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등을 갖췄다. 측면은 프론트 오버행(2,370㎜)이 리어 오버행(2,255㎜)보다 길고, 두 오버행의 합이 휠베이스보다 길어 독특한 비율이 만들어졌다. 차체 크기는 길이 9,045㎜, 너비 2,490㎜, 높이 3,400㎜, 휠베이스 4,420㎜다.



 실내는 저상 차체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입석 규모에 따라 25인승(운전자 1 + 승객 18 + 입석 6)과 41인승(운전자 1 + 승객 18 + 입석 22)의 두 가지 선택지를 제공한다. 운전석은 일렉시티와 같은 대시보드 구조로, 장시간 운행에서 피로감을 덜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흐름을 따랐고, 변속은 버튼 방식을 채택했다. 좌석과 스티어링 휠은 열선을 추가했다. 충전 및 가동률이나 운행 습관, 탄소 저감량 등 차의 상태를 살필 수 있는 블루링크 플릿도 지원한다.






 탑승자 공간은 기존 마을버스에서 접할 수 있는 좌석이나 입석용 손잡이 외에도 편의성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USB 충전 포트는 대중교통 이용 중에도 디바이스를 충전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뒤편 천장에는 정전기를 활용해 먼지와 미세먼지를 포집하는 공기청정기와 UV-C LED&이오나이저도 준비했다.



 보편적 이동을 위한 시스템도 마련했다. 에어 서스펜션을 활용해 차체 좌우 기울기를 조절하는 닐링 기능과 슬라이드식 중문 발판, 접이식 좌석 및 고정장치를 설치해 휠체어나 유모차의 탑승을 돕는다. 휠체어 자리에 위치한 장애인용 하차벨은 일반 하차벨과 다른 소리를 내며 계기판에 장애인용 하차 표시를 띄운다.



 엔진룸엔 정션박스들로 채웠다.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배터리와 전자장치를 보호할 수 있는 기능들을 수행한다. 비상 시 배터리 전력을 차단하는 레버도 준비했다.

 ▲버스에서 나오는 아이오닉의 소리
 동력계는 ZF가 만든 최고 300㎾(407마력) 모터 하나가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이다. 전원은 지붕 위에 장착한 고전압 배터리가 공급한다. 아이오닉 5에 탑재하는 SK온의 72.6㎾h 리튬-이온 배터리 3개로 이뤄졌다. 버스를 위한 별도의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충전은 DC콤보 충전구 2개로 이뤄진다. 653.4V 시스템을 통해 약 33분 만에 0%에서 80%까지 전력을 채울 수 있다. 완충까지는 55분 정도가 걸린다. 주행가능거리는 350㎞(현대차 자체 기준)를 확보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시내버스의 주행거리가 200㎞인 점을 감안하면 운행 중 방전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동 방식은 대형 상용차와 비슷하다. 저전압 릴레이 버튼을 눌러 시동에 필요한 전류를 활성화하고 키를 돌리면 된다. 이후 계기판에 "READY ON" 표시등이 뜨면 출발 준비가 끝나게 된다. 전진(D)과 후진(R) 변속은 중립(N)을 누르고 조작해야 한다. 운전 미숙으로 인한 급발진을 막기 위해서다.


 가속은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강한 토크와 함께 차를 밀어 붙인다. 출력은 160㎾(218마력)에 묶어 수치상 낮게 느껴지지만 마을버스라는 용도를 따져보면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힘을 아껴 효율적인 면이 더 강조될 것 같다. 최고속도는 80㎞/h다.

 승차감은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부드럽다. 웬만한 노면 충격을 거르는 특성 때문에 일반 버스보다 훨씬 편하다. 타이어는 효율성과 내구성을 위해 한국타이어의 스마트시티 AU06을 끼웠다.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가상 주행음은 현대차의 승용 전기차의 것과 동일하다. 이미 익숙한 소리이지만 큰 차체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공기압을 쓰는 상용차 브레이크 특성 때문에 이따금씩 컴프레셔 작동음이 들려오기도 한다.

 회생 제동은 0~2단계까지 쓸 수 있다. 중대형 상용차의 리타더처럼 스티어링 휠 뒤편의 레버로 제어한다.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감속이 가능한 원-페달 시스템까진 아니지만 단계를 높이면 꽤 강한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국산 전기버스의 가치
 일렉시티 타운은 "국산 전기버스"라는 높은 신뢰성을 제안한다. 물론, 에너지 밀도가 큰 배터리와 높은 완성도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아쉬울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부분에서 검증된 제품은 결국 상용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지·보수 측면에서 우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승용 전기차가 그랬듯, 버스를 포함한 국산 전기 상용차가 시장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이유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서비스 품질 등 정부가 올해부터 적용하는 새 보조금 기준을 모두 만족해 중국산과의 구매 가격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포인트다. 

천안=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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