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활용도만큼은 비교 불가한 MPV
-디젤보다 정숙한 LPG의 매력
현대자동차 스타리아는 출시 전부터 국내 캠핑카 시장에서 기대가 큰 제품이었다. 경쟁상대가 없는 차종이지만 전작인 스타렉스를 웃도는 상품성과 승합차답지 않은 미래적인 디자인이 캠핑 마니아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구매해서 1년 반 동안 운용한 스타리아 9인승 투어러 LPG는 이런 기대치를 충족시켜줬다. "캠핑용 MPV"로서의 스타리아에 대해 정리했다.
▲미래지향적 스타일
스타리아는 현대차의 새 디자인 정체성을 선보였던 제품이다. 스타리아를 시작으로 그랜저, 코나, 쏘나타 등이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과 그릴 통합형 헤드램프 중심의 패밀리룩을 반영했다. 승합차에겐 버거운 임무였지만 스타리아는 디자인 선봉장의 역할을 수행하며 좋은 평가를 얻어냈다.
조약돌처럼 매끈한 외관은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굳이 흠을 잡자면 투어러 트림의 리어 램프가 LED인 라운지와는 다르게 전구 타입이라는 것 정도다. 상용차로 쓰이는 카고 제품과 외관상 큰 차이가 없기에 캠핑을 위해 투어러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겐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볼수록 뿌듯한 미래지향적인 외관은 다른 승합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 포인트다.
넓은 실내 공간은 스타리아가 존재하는 이유다. 투어러 9인승은 3+3+3 좌석 배열로, 2열과 3열을 접고 적재함 부분에 높이를 맞추는 구조물을 짜 넣으면 키 180㎝가 넘는 성인도 편히 누울 수 있는 침상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구입 초기에는 적재 공간에 수납함을 넣고 접이식 평탄화 키트를 사용해 침상을 만들어 사용했지만 한계점은 명확했다. 높다란 바닥 면과 접은 시트의 높이마저 높아, 순정상태에서는 실내 좌식 생활이 어려웠다. 그래서 캠핑카 업체를 통해 2-3열 시트 높이를 낮추고 침상이 되어줄 적재함을 추가하는 등 세미 캠핑카로 활용하기 위한 구조변경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운전석을 제외한 1열 시트를 180도 회전 가능한 스위블링 시트로 바꿨다. 1열과 2열 좌석이 마주 볼 수 있는 작은 응접실을 만들기 위해서다. 3열 측창에는 수납 가방을 달아 수납공간을 추가했다. 업체를 통해 튜닝한 품목 외에도 곳곳에는 D.I.Y 작업을 통해 캠핑 최적화를 이뤘다. USB로 충전할 수 있는 탈착식 LED를 1열과 3열에 설치했고, 청수통을 수납하는 작은 가구를 2열 중앙에 배치했다. 간단한 세수나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접이식 세면대와 충전식 워터펌프도 준비했다. 캠퍼밴용 테이블 다리를 활용한 간이 테이블을 직접 만들기도 했다.
전기 시스템도 직접 완성했다.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적은 인산철 배터리를 구입해 220V 가정용 전기제품을 차에서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인버터와 연결했다. 또 시거잭 전류의 전압을 높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행 충전기를 더해 주행 중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밖에 겨울철 차박을 위한 무시동히터와 경유를 담는 제리캔을 따로 구입해 적재함 안에 배치했다. 접이식 좌변기와 충전식 샤워기, 샤워 텐트도 빼놓지 않았다.
▲정숙한 LPG 엔진과 캠핑밴에 딱인 HDA
스타리아가 얹은 V6 3.5ℓ LPG 엔진은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0kg.m를 발휘한다. 2.2t의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이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다. 구입 당시 2.2ℓ 디젤 엔진을 선택할까 고민도 했었지만, V6 LPG 엔진이 주는 정숙함과 유지관리가 편한 자연흡기 엔진 구성에 매력을 느껴 LPG를 고르게 됐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엔진룸에 흡음재가 없는데도 실내로 들이치는 소음이나 진동이 적어, 운전자와 동승자의 피로도가 크지 않다.
엔진과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기민하다. 덩치가 큰 MPV기에 급히 변속할 일은 드물지만, 여행 중 내리막 구간에서는 재빠르게 다운 쉬프트로 엔진 브레이크를 걸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 연료효율은 LPG 엔진 특성상 뛰어나진 않지만 장거리 여행을 위주로 운행하는 캠핑 밴 특성상 불만이 나오진 않았다. 게다가 ℓ당 1,000원도 하지 않는 LPG 가격 덕분에 낮은 연료 효율은 충분히 상쇄가 가능하다.
현대차의 운전자 보조 기술인 HDA는 캠핑용 MPV와 궁합이 좋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차의 성격상 운전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만족스러운 품목이다. 또 픽업트럭 못지않은 높고 탁 트인 시야 덕분에 5,255㎜의 차체 길이도 부담스럽지 않다. 높이가 높고 면적이 넓은 차체 특성상 주행 시 횡풍의 영향을 받지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2023년형 제품부터는 횡풍 안정 제어 시스템이 추가돼 주행 안정성을 개선했다.
승차감은 승합차로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승용차의 관점으로 바라봤을 땐 2열과 3열 승차감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엔진룸에 무게가 쏠려 있는 앞바퀴굴림 방식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뒤가 가벼운 까닭이다. 때문에 엔진에서 멀어질수록 차체가 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적절한 무게의 짐을 실을 경우엔 승차감이 나아진다.
캠핑을 목적으로 많은 짐을 싣게 된다면 하체 보강이 필수적이다. 스타렉스보다 키운 차체 덕분에 평평한 바닥과 탁 트인 시야를 얻었지만 쇼크 업소버의 가동범위는 짧아질 수밖에 없는 차체 구조를 지녔다. 때문에 판스프링을 장착한 카고 제품을 캠핑용으로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후륜 서스펜션을 보다 강성이 높은 스프링과 댐퍼로 보강해주는 것이 승차감에 유리하다.
▲대체 불가 MPV
스타리아는 캠핑용 MPV를 찾는 소비자에겐 대체 불가한 차다. 특히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차를 만들어 나가는 "샌드박스형" MPV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차다. 세미 캠핑카 목적으로 운용한 스타리아 역시 만족감이 높았다. 넓은 공간과 만족스러운 동력성능, 거기에 승합차를 타면서도 품위까지 챙길 수 있는 디자인까지 캠핑용 MPV에 요구되는 요소를 두루 갖췄다. 더 필요한 건 나에게 맞는 튜닝과 DIY 방법을 찾아 내가 원하는 차를 완성해 나가는 시간과 노력이다.
정현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