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명불허전,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

입력 2023년03월28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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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V8 터보 엔진과 높은 주행완성도 
 -이상적인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

 포르쉐 파나메라가 개척한 길은 사뭇 놀랍다. 세상에 없던 4도어 쿠페형 세단 시장을 만들었고 브랜드 이미지 전환에도 앞장섰기 때문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쉽지 않은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파나메라는 보란 듯이 성공했으며 14년이 흐른 지금까지 모두가 선망하는 세그먼트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기 이유로는 형태와 디자인을 비롯해 플래그십 다운 감각, 포르쉐 특유의 주행 등을 꼽는다. 그리고 입맛을 살린 다양한 선택지도 큰 역할을 했다. 기본형인 파나메라 4부터 4S, GTS, 4-E 하이브리드 등 파워트레인을 다변화하고 롱휠베이스 버전인 이그제큐티브를 비롯해 플래티넘 에디션 등 특별함을 더해줄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이번에 시승한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도 그 중 하나다. 강력한 대배기량 엔진을 얹고 퍼포먼스 완성도를 극대화해 고성능 플래그십 세단을 올바르게 정의한다. 새 차의 매력을 살펴보기 위해 직접 키를 건네 받아 장거리 시승에 나섰다.

 핵심은 단연 파워트레인이다. 터보 S는 V8 4.0ℓ 바이터보 엔진과 8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PDK) 조합으로 최고출력 642마력, 최대토크 88.8㎏∙m을 뿜어내다. 물론 한 체급 위에 파나메라 터보 S E-하이브리드(최고 700마력, 최대 88.8㎏∙m)가 있지만 정통 내연기관을 사용한 제품 중에는 가장 강력하다. 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시간은 3.1초로 터보 S E-하이브리드보다 뛰어나며 최고속도는 시속 315㎞에 달하는 궁극의 머신이다.


 시동을 켜면 V8 특유의 거칠고 강한 소리를 토해내며 등장을 알린다. 계기판에는 터보 S 그래픽으로 존재감을 알게 해주며 태코미터와 속도계, 최적의 시트포지션이 환영 인사를 건넨다. 숨을 고른 뒤 가속페달을 밟고 주행을 이어나갔을 때 첫 느낌은 부드럽다. 매끈한 회전 질감이 일품이며 생각보다 차분하게 뻗어나간다. 

 제원표 속 강력한 숫자만 보고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스로틀 반응도 예민하지 않고 급하게 튀어나가는 성격도 덜하다. 다루는 데에는 일반적인 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만큼 부담이 적고 차와 쉽게 친해질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충분히 원하는 영역에 차를 올려 놓으며 과정은 자연스럽고 정제돼 있다.

 차의 성격을 알고 싶으면 아주 조금만 페달에 힘을 주면 된다. 응축되어 있던 힘을 순간적으로 쏟아내며 ‘훅’하고 강하게 달려나간다. 대배기량 파워트레인이 주는 장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고 언제나 속 시원한 달리기 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 두면 800rpm 이상 껑충 올라가며 차의 본성이 서서히 드러난다. 가뿐하게 속도를 올리고 예상했던 숫자보다 30~40㎞는 더 높게 찍혀있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차는 탄탄해진 하체를 바탕으로 부쩍 안정감을 높인다. 빠르게 달려도 불안함보다는 즐거움이 더 커지는 이유다. 여기에는 환상적인 소리도 한 몫 했다. GT3에서 경험했던 고막을 찢을듯한 강렬한 비트는 아니지만 질주 본능을 자극시키기에는 충분하다. 엔진음과 배기음이 적절히 섞여 실내에 들어오며 중저음 바리톤 사운드가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중독성이 상당해 자꾸만 듣고 싶어진다. 운전하는 내내 파나메라 터보 S만의 독보적인 연주가 이어진다.

 고속 구간을 빠져 나와 굽이치는 산길로 향했다. 이 곳에서는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두고 차의 진가를 확인했다. 엔진회전수가 1000rpm 가까이 높아졌고 차를 움직이는 모든 부품이 단단해졌다. 

 스로틀을 활짝 열면 스포츠 모드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지고 맹렬히 질주한다. 속도바늘은 끝없이 올라가고 지치는 기색 없이 한계 영역까지 몰아붙인다. 엔진과 변속기는 아직도 힘이 넘친다는 듯이 운전을 부추긴다. 멀리 보이던 코너가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모든 상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며 엄청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틀면 터보 S 배지를 붙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누구보다 빠르게 와인딩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관적인 핸들링과 민첩한 코너링 조화는 시종일관 감탄사를 쏟아낸다. 개선된 횡방향 운동 성능 및 높은 정밀도를 바탕으로 차는 와인딩 로드를 주 무대로 만든다.


 토크 벡터링 플러스(PTV Plus)를 포함한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 스포츠(PDCC Sport), 파워 스티어링 플러스가 장착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 그리고 포르쉐 세라믹 컴포지트 브레이크(PCCB) 시스템과 같은 모든 최신 섀시 및 제어 시스템이 기본으로 들어간 덕분이다. 각 기술의 조합은 뛰어나며 우수한 결과로 드러난다. 

 원하는 만큼만 정확히 방향을 틀며 코너에 진입하고 탈출 시에는 접지력을 최대한 살려 빠르게 나온다. 짧은 과정 속에서 차가 흔들리거나 불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긴 휠베이스를 가진 세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재빠르며 깔끔하다. 기존 2도어 포르쉐 라인업과 겨뤄도 어색하지 않을 멋진 코너링 실력을 가졌다.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즐기다 보니 해발 523m 목표지점에 단번에 도착했다. 이후 흥분을 가라앉히고 숨을 고를 겸 차를 살펴봤다. 외관은 일반 파나메라와 큰 차이가 없다. 늘씬한 차체를 비롯해 초롱초롱한 눈과 볼록한 펜더, 우아하게 내려앉은 루프라인도 전부 그대로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단번에 포르쉐임을 알게 해주는 중요 요소들이다.


 오히려 부분변경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곳곳을 섬세하게 다듬어 신형다운 모습을 키운 것. 두 줄의 방향지시등은 두께 감이 돋보이며 얇은 헤어라인으로 멋을 냈다. 조화를 이루는 앞범퍼 공기흡입구도 크기를 키워 역동성을 더했다. 두드러진 에어 인테이크 그릴, 더 넓어진 측면 냉각 공기 배출구, 싱글 바 프런트 라이트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모든 부분이 온전히 뚫려 있어 냉각 성능을 높인다.

 275/35R 21 사이즈 피렐리 타이어와 살이 얇은 휠도 터보 S의 특징이다. 안쪽에는 거대한 제동 장치가 위용을 드러낸다. 앞 420mm, 뒤 410mm 급 카본 브레이크 디스크와 각각 6피스톤, 4피스톤 캘리퍼가다. 뒤는 3 분할로 크게 열리는 전자동 스포일러와 돌출형으로 구성된 쿼드 배기구가 인상적이다. 트렁크 중앙에 가지런히 붙여놓은 포르쉐 터보 S 배지도 오너 자부심을 높인다.

 실내는 수평 형태의 대시보드와 수직으로 내려오는 센터콘솔이 깔끔하게 맞물려 세련된 느낌을 낸다. 물리 버튼을 매끈하게 감추고 대부분의 기능은 터치로 구성해 고급감도 키웠다. 안전과 편의를 위한 디지털 커넥티비티 및 보조 시스템도 지원한다.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PCM)은 무선 애플 카플레이 등의 디지털 기능을 제공하며 다양한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나열해 조작이 쉽다. 여기에 다양한 무드등과 전자식 송풍구 조절, 마사지 시트는 감성 품질을 끌어 올린다.

 2열도 만족스럽다. 독립 시트로 구성해 개인 맞춤 공간을 지원하고 다양한 기능은 중앙 터치모니터로 조작이 가능하다. 뒤로는 두 단계로 나뉜 콘솔박스와 함께 컵홀더와 각종 버튼들이 마련돼 있다. 널찍한 화면을 통해 선블라인드와 시트 상태, 이오나이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 B필러에 마련된 별도의 송풍구, 천장에는 2열 전용 선루프 등이 있어 편의성을 키웠다.

 마감 품질은 수준급이다. 가죽을 감싼 형태와 유광블랙, 은은한 금속 소재, 탄소섬유 장식, 스티치 패턴까지 어느 한 부분 대충 만든 흔적이 없다.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투톤 컬러의 경우 패널 사이를 정확히 구분 지으며 호화로운 분위기에 힘을 싣는다. 활짝 열리는 트렁크는 네모 반듯하며 깊이가 꽤 깊다. 양 옆으로도 여유 공간이 충분하고 분할 폴딩 시트를 제공해 세로로 긴 짐도 여유롭게 넣을 수 있다.


 파나메라 터보 S는 고성능 플래그십을 가장 올바르게 해석한 차다. 역동성과 럭셔리의 교집합을 찾아 최고의 실력으로 보답하며 탑승자에게 끊임없는 행복을 전달한다. V8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성능과 합을 맞추는 주행완성도는 단단한 빌드업을 만들어내며 상대방 추격 의지를 꺾는다. 포르쉐가 표현하고자 하는 운전의 즐거움과 결과물은 4도어 쿠페형 세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며 시대를 관통하는 만인의 드림카로 남는다.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 S의 가격은 3억810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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