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하나의 엔진 다른 차종, 마세라티 MC20 첼로 & 그레칼레 트로페오

입력 2023년04월05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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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6 트윈터보 엔진 공유, 차종에 맞게 조율
 -모터스포츠에서 시작한 브랜드 특성 강조

 마세라티가 자체 개발한 네튜노 엔진은 내연기관 시대의 대미를 장식할 최후의 만찬 같은 존재다. 비록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기통 수를 6개로 설정했지만 과급기와 레이싱카 기술을 활용해 그 이상의 성능을 선사한다. 브랜드만의 배기 시스템 역시 인상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페라리 엔진을 활용해 왔던 마세라티의 홀로서기를 강조하기도 한다. 네튜노 엔진을 공유하는 수퍼 컨버터블 MC20 첼로와 SUV 그레칼레 트로페오를 만나봤다.


 ▲모터스포츠와 오픈 에어링의 조화, MC20 첼로
 MC20 첼로는 마세라티가 2020년 선보인 고성능 미드십 쿠페 MC20에 지붕을 열 수 있는 여유를 담은 차다. 굳이 지붕을 열지 않더라도 투명도를 조절해 청명한 하늘의 기운을 실내로 끌어들일 수 있다.






 외관은 마세라티만의 우아함과 역동성을 그대로 살렸다. 무엇보다도 바닥에 밀착한 자세와 넓은 차체, 하부를 둘러싼 탄소섬유 소재의 스커트가 차의 성능을 짐작하게 한다. 전면부는 마세라티의 새 디자인 정체성인 세로형 헤드램프와 타원형 그릴, 두툼한 펜더로 패밀리룩을 구현했다. 측면은 전형적인 미드십 엔진 배치의 스파이더 구성이다. 날렵한 실루엣을 바탕으로 앞보다 뒤를 부풀린 펜더, 엔진 냉각을 돕는 흡기구, 헤드레스트를 따라 솟은 B필러를 채워 넣었다. 그러나 나비의 날갯짓처럼 열리는 도어는 다른 차들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지붕과 A필러는 검게 칠해 개폐 여부에 따라 발생하는 시각적 차이를 줄였다. 뒷모습은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와 대구경 트윈 머플러, 여러 갈래로 뽑아낸 디퓨저가 고성능을 암시한다. 지붕을 격납하는 커버엔 마세라티의 삼지창 로고를 크게 붙여 브랜드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실내는 디지털화를 통해 간소화했다.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각각 10.25인치 크기를 확보했다. 지붕을 열거나 천장의 투명도를 조절하는 것도 모니터를 통해 제어한다. 지붕은 열거나 닫을 때 12초가 걸린다. 센터콘솔은 주행모드를 제어하는 다이얼과 전진/수동, 후진을 위한 버튼이 존재한다. 파워 윈도우 버튼도 여기에 있다. 위로 펼쳐지며 멀찍이 열리는 도어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MC20은 네튜노 엔진의 동력 성능을 가장 극대화한 제품이다. 네튜노 엔진은 V6 3.0ℓ 트윈터보 형식이다. MC20에 얹힌 네튜노 엔진은 브랜드 안의 그란 투리스모와 그레칼레도 범접할 수 없는 최고 630마력, 최대 74.4㎏·m를 발휘한다. 8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와 함께 0→100㎞/h 가속을 3초 만에 끝낼 수 있다.


 실제 가속감은 폭발적이다. 일단 과급기의 흔적을 없앨 정도로 반응이 빠르고 강력하다. 덕분에 내연기관으로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힘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엔 마세라티 이중 연소 시스템(Maserati Twin Combustion)이 한 몫한다. F1 머신의 프리 챔버 기술을 응용해 출력과 연소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수퍼카 답게 드라이 섬프의 윤활 방식을 채택한 점도 두드러진다.

 주행 성능은 동력처럼 레이싱카와 결이 같다. 하체 감각은 노면의 질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브랜드에서 가장 강력한 제품에 걸맞게 차체 곳곳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다. 덕분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리하게 주행할 수 있고, 차체를 내던지더라도 노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전반적인 성능은 주행모드를 코르사로 바꿨을 때 모두 터져 나온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과 ESP 시스템의 개입마저 억제하면서 후륜구동의 짜릿함을 탑승자에게 선사한다. 자칫하다간 위험에 빠질 수 있으니 운전자의 몸도 긴장감으로 가득 차오른다. 여기에 좌석 뒤편에서 울려 퍼지는 엔진음과 이보다 더 존재감이 큰 배기음이 배가되면서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 시킨다.

 ▲다루기 쉬운 고성능 SUV, 그레칼레 트로페오
 그레칼레는 기블리를 대신해 마세라티의 저변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브랜드의 두 번째 SUV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SUV인 르반떼와 체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포르쉐 마칸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막상 그레칼레를 옆에 두고 살펴보면 경쟁자로 카이엔을 지목할 것이다.



 외관은 키가 큰 SUV의 성격을 반영해 수직형 디자인을 강조했다.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위치를 최대한 끌어올렸고, 전면부 그릴은 수직 패턴을 돋보이게 처리했다. 납작하고 넓은 MC20과는 정반대의 조형성이다. 클래딩은 차체와 동일한 색상을 입혀 고급스러우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가 물씬하다. 옆모습은 담백한 면 처리로 인해 다소 심심하다. 가파르게 설계한 C필러는 별도의 쪽창 없이 두껍게 마감했다. 그래서 키가 큰 해치백으로 보이기 까지 한다. 후면부는 펜더의 볼륨을 따라 양 끝으로 쳐진 테일램프와 크롬 가니시, 수평형 디자인으로 차체를 넓어 보이게 했다. 외장 디자인을 총괄한 쿠엔틴 아몰레 마세라티 수석 디자이너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실내는 MC20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를 이뤘다. 디지털 품목은 편의성에 초점을 둔 차종인 만큼 더욱 광범위하다. 마세라티 제품 가운데 처음 디지털 시계를 채택했으며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시계는 시계 외에도 나침반, 중력 가속도 등을 표시한다. 역동적인 그래픽의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버튼을 활용한 사용자 환경도 돋보인다. 센터페시아의 변속 버튼으로 주차, 후진, 중립, 전진이 가능하며 도어도 버튼을 눌러서 열 수 있다.


 공간은 SUV 특유의 높은 활용도를 갖췄다. 뒷좌석은 머리와 다리 공간이 넉넉해 성인 2~3명이 거뜬히 앉을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570ℓ를 제공한다. 차체에 비해 폭은 좁지만 긴 공간을 연출했다.


 그레칼레 트로페오의 네튜노 엔진은 SUV 특성을 감안해 최고출력을 530마력에 맞췄다. 최대토크는 63.2㎏·m다. ZF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성능을 편하고 유연하게 뽑아 쓸 수 있도록 합을 맞췄다. 그럼에도 0→100㎞/h 가속 3.8초의 가속력과 최고속도 285㎞/h의 성능을 갖췄다. 그러나 이런 수치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감각은 역시 소리다. 생김새와 전혀 다른 화끈한 배기음은 이성의 영역에서 감성의 영역으로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전반적인 하체 설정은 빠르고 안락하게 달리는 GT의 특성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MC20과는 다르게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빨아들이며 적당한 좌우 쏠림을 선사한다. 그래도 어지간한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다 걸러내 운전이 쉽다. 마세라티의 모든 라인업을 통틀어서 일상생활에 가장 적합한 차로 와닿은 이유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 GT, 스포츠, 코르사, 오프로드의 다섯 가지를 지원한다. 가변 배기 시스템, 변속 시점, 서스펜션 감쇠력, 지상고 등을 상황에 맞게 매만질 수 있다.

 ▲유일한 방향성은 GT
 체급이 다른 두 차가 보여준 네튜노 엔진과 주행 감성은 모터스포츠와 GT에 뿌리를 둔 마세라티의 정체성을 그 자체였다. 마치 피를 나눈 형제처럼 묘하게 닮아 보이는 이유는 단지 패밀리룩뿐만이 아닌 셈이다. 마세라티가 오랫동안 이어온 헤리티지와 신차에 곁들인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로마(이탈리아)=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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