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BMW가 그리는 새 미래, iX5 하이드로젠

입력 2023년04월17일 00시00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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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비전 공유
 -파워트레인 다각화를 위한 그룹 전략

 BMW그룹코리아가 지난 11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수소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모빌리티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기반 iX5 하이드로젠을 공개하고 직접 트랙을 시승하며 발전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새 차는 BMW X5를 기반으로 개발한 수소연료전기차(FCEV)다. 2019 IAA 모빌리티에서 콘셉트카로 공개된 후 2021년 프로토타입으로 등장한 바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3월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통해 선보였다. 그룹은 탄소 배출 없는 개인 모빌리티의 추가적인 선택지로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iX5 하이드로젠에 적용한 연료전지 시스템 역시 전기 드라이브 분야 BMW그룹의 개발 역량이 드러나는 차다. 

 동력계는 후륜에 장착한 드라이브 유닛과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성했다. 파워트레인에는 전기 모터와 변속기, 파워 일렉트로닉스를 소형 하우징에 통합한 5세대 BMW e드라이브 기술을 채택해 최고출력 401마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초가 안 걸린다.

 연료전지에 공급하는 수소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두 개의 700바(Bar)급 탱크에 저장한다. 두 개의 탱크에는 약 6㎏의 수소 연료를 담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504㎞(WLTP 기준)의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했다. 수소 탱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에는 3~4분 가량이 걸리며 장거리 주행 시에도 짧은 시간에 충전을 완료하고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배출가스 없는 무공해 주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연료전지 기반의 차인 만큼 주행 감각은 여느 전동화 라인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요하게 등장을 알리고 스르륵 미끄러지듯이 질주한다. 페달 반응도 예민하지 않다. 스로틀을 활짝 여는 느낌으로 밟아도 강하게 튀어나가기 보다는 흐름에 맞춰서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 체감 속도 자체는 낮은 편이다. 반대로 계기판에 찍혀있는 숫자 바늘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다. 

 순간적인 힘을 내는 능력은 수준급이다. 추월 가속이나 재 가속에 들어가도 불편하지 않다는 뜻이다. 경쟁차에 없는 스포츠 모드까지 있어서 역동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깔끔한 핸들링과 낮은 무게중심은 BMW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과감한 어택을 들어가도 대형 수소 SUV는 진중하게 노면을 잡고 깔끔하게 돌아나간다. 여러 번 주행을 반복할수록 믿음이 크게 올라간다.

 대중적인 전동화 제품과 큰 차이 없는 주행 감각은 부담 없는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는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BMW의 노력이 숨어있다. 수소연료전지 내에서는 탱크에서 공급된 수소 기체와 공기 중의 산소가 만나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연료전지 멤브레인에 수소와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드라이브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를 위해 엔지니어들은 충전식 공냉 쿨러, 공기 필터, 제어 장치 및 센서처럼 내연 엔진에도 사용되는 장치와 더불어 터빈이 장착된 고속 압축기, 고전압 냉각수 펌프 등과 같이 새로운 연료전지 시스템을 위한 특수 수소 부품을 개발했다. iX5 하이드로젠을 위한 전용 부품들로 정교하게 맞춘 결과 양산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소리다. BMW 전기차에서 들리던 독특한 음색 같은 건 없다.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한 감각으로 한 없이 고요한 실내를 연출한다. 물론 iX5 하이드로젠은 파일럿 제품으로 향후 완성도를 높여 양산차로 나올 예정이다. 이동 경험을 높이기 위한 기술적 보완을 기대해본다.

 주행 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제동 시 운동 에너지를 배터리로 되돌리는 회생제동은 수준급이다. 자연스럽게 차를 멈춰 세우며 울컥거리는 현상은 찾아볼 수 없다. 언제든지 여유로운 가속과 감속이 가능한 이유다. 참고로 수소연료전지에서 배출되는 유일한 물질은 수증기이며 발생하는 폐열은 차 내부를 따뜻하게 하는 데 활용돼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겉모습은 X5 특유의 듬직한 자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준대형 SUV 세그먼트에 속하는 만큼 주차 칸에 꽉 찰 정도로 거대한 덩치다. 레이저 해드램프, 사이드미러, 키드니 그릴 등 각 세부 요소들도 큼직하다. BMW 친환경 라인업을 뜻하는 파란색이 곳곳에 사용된 것이 일반 X5와 다른점이다. 감각적인 그릴 앞뒤 범퍼, 휠 등이 사뭇 신선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실내의 형태나 전체적인 구성은 기존과 큰 차이가 없다. 운전자 중심으로 살짝 치우쳐진 센터페시아와 디지털 계기판 및 와이드 모니터, 송풍구, 변속 레버 주변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를 꾸민 세부적인 요소는 하이드로젠 특징이 묻어난다. 대표적으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인데 수소 단위와 각종 그래픽이 참신하다. 또 대시보드 패널 장식에 고유 레터링을 추가해 차 성격을 드러냈다.

 2열은 기본적인 차 크기에 걸맞게 넉넉하다. 답답하거나 좁은 느낌은 받기 힘들다. 시트는 부드럽고 안락한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수소차라고 해서 공간을 잡아먹은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에는 전용 송풍구와 공조장치가 깔끔하게 자리 잡았고 햇빛 가리개와 컵홀더, 수납 공간이 알차게 마련돼 있다.


 iX5 하이드로젠은 우수한 가속력 및 부드럽고 조용한 승차감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이점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충전에 대한 부담이 덜하고 배출가스 없는 드라이브 시스템의 친환경적인 장점까지 갖춘 차다. 일상생활에서 높은 활용도는 물론 장거리 주행 능력도 결합했다. 그만큼 충전 소요 시간 등 순수전기 구동 시스템이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매력적인 대안이 된다. 짧은 충전 시간과 장거리 주행을 필수로 요구하는 미래 소비자에게 향후 iX5 하이드로젠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한편, BMW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iX5 하이드로젠 소규모 시범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뮌헨 연구 혁신 센터에 위치한 파일럿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수소 기술, 차 개발 및 신제품 최초 조립 전문가들이 최첨단 드라이브 및 에너지 저장 기술을 통합시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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