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전동화에 숨겨진 랠리카 감성, 푸조 e-208

입력 2023년04월19일 00시00분 구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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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주행 감성, 푸조 특유의 핸들링 여전

 많은 자동차 회사가 전동화 흐름에 따라 전기차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푸조는 엔트리 제품부터 전동화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첨병 역할을 맡은 e-208은 작은 차체에 높은 기동성과 실용성, 개성을 가득 담고 있다. 오랫동안 디젤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던 푸조가 전동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디자인
 e-208은 푸조의 최신 디자인 정체성을 비교적 빨리 반영했다. 등장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세련돼 보이는 이유다. 길이 4,055㎜, 너비 1,745㎜, 높이 1,435㎜의 차체는 유럽 B-세그먼트 특유의 발랄한 느낌을 주도록 설계했다.

 외관 전면부는 사자의 송곳니를 형상화한 수직형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로 강인한 인상을 만들었다. 촘촘하게 마감한 그릴은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에 가까운 느낌이다. 보닛 끝에는 "208" 레터링을 붙였다. 오래전 푸조 제품에 있었던 요소로 최신 푸조 라인업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측면은 소형 해치백의 앙증맞으면서도 역동적인 자세를 보인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17인치 휠과 유광 블랙의 클래딩도 묘한 대비를 이룬다. 뒤태는 최신 푸조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좌우로 길게 뻗은 검정 패널에 "사자 발톱"을 형상화한 LED 3D 테일램프를 넣었다. 전기차 성격을 나타내는 부분도 쉽게 볼 수 있다. C필러와 트렁크에는 전기차 전용 "e" 모노그램을 붙였다.




 실내는 푸조의 전매특허인 i-콕핏을 채택했다. 스티어링 휠 크기를 줄이고 그 위쪽으로 계기판이 보이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하면 굳이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어도 전방 시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계기판은 표시 패널을 이중으로 배치해 홀로그램 효과를 낸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다층 구조로 구성해 입체적인 조형성을 보여준다. 중앙의 터치스크린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순정 내비게이션을 지원하지 않지만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한 연결성으로 보완했다. 제품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런 방식이 더 잘 어울린다. 토글 스위치의 형태와 배치도 자연스럽다. 스마트폰은 무선 충전을 쓸 수 있으며 C 타입과 USB을 연결하는 포트도 제공한다. 엔트리 제품이지만 앰비언트 라이트도 있다. 8개 색상을 표시할 수 있어 골라보는 재미를 더한다.






 탑승 공간은 전형적인 소형차 수준이다. 뒷좌석은 성인이 타기엔 좁을 수 있겠지만 단거리 이동 정도는 충분하다. 적재 공간은 311ℓ로 작다. 뒷좌석을 다 접으면 1,106ℓ까지 늘릴 수 있다.

 ▲성능
 동력 및 구동계는 최고 136마력, 최대 26.5㎏·m의 전기모터가 앞바퀴를 굴리는 구조다. 속도는 150㎞/h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리튬-이온 배터리 용량은 50㎾h로, 1회 충전 시 280㎞를 갈 수 있는 전력을 담는다. 초기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개선해 주행 가능 거리는 약 40㎞ 늘었다. 그러나 계기판의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300㎞이 넘게 표시된다. 푸조의 트립 시스템은 예전부터 오차가 적은 편이다.


 시동을 걸면 계기판에 "레디(Ready)"라는 표시가 뜨면서 출발할 수 있는 상태임을 알린다. 페달 반응은 예민하지 않다. 가속력을 강조하는 여느 전기차와는 달리 내연기관차처럼 차분하게 속도를 올린다. 전동화로 향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주행 모드별 차이는 상당하다. 에코 모드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두드러진다. 차의 반응이 묵직해지고 공조장치 작동과 전력 소비를 억제한다. 일반 모드는 경쾌한 감각으로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할 수 있다. 스포츠는 힘을 순간적으로 끌어올려 전기차가 가진 장점을 활용한다. 모든 모드는 회생제동이 개입하는 시점이나 정도에 대해 흠잡을 데가 없는 수준이다. 내연기관차의 감속처럼 자연스럽다.


 주행 성능은 푸조 특유의 예리한 핸들링이 빛을 발한다. 가벼우면서도 탄탄한 하체의 반응은 다른 푸조 제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무거운 배터리를 품은 탓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모터스포츠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반영한 만큼 기분 좋은 달리기를 선사한다. 다만 엔트리카 답게 실내로 유입되는 소리는 큰 편이다. 전기차인 만큼 진동이나 떨림은 없지만, 노면의 소음이나 풍절음이 쉽게 들려온다.


 ▲총평
 e-208을 타는 내내 낯익은 분위기가 읽혔다. 1980~90년대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서 활약했던 205, 206 같은 랠리카의 모습이다. "208 이전 세대들이 쌓아왔던 역동성과 헤리티지가 전동화를 적절히 이뤘구나"라는 생각이 꾸준히 들었다. 정교하게 다듬은 주행 성능과 매끄러운 동력성능의 조합 덕분에 푸조 전동화의 다음 단계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208 가격은 알뤼르 4,900만원, GT 5,300만원으로 구매 보조금 100% 대상이다. 보조금 혜택을 반영하면 3,000만원 중반대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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